日 정부 "무더위엔 절전 대신 에어컨" 홍보
절약습관·재생가능에너지로 확보한 공급여력에 자신감
다만 늘어난 태양광발전 비중에 밤엔 수급 어려워지기도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기록적인 폭염에 일본의 냉방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력사용량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가 부족해질 걱정은 일본에선 없을 것으로 보인다.
2일 아사히신문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전력에는 여력이 있다"며 "올 여름도 전기가 부족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에너지절약 습관이 정착된 데다, 재생가능 에너지가 보급되면서 충분한 공급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미 지난 5월 공급력이 충분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올 여름(7~9월)은 기업이나 일반가정에 절전요청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여름과 겨울에 절전요청을 지속적으로 해왔지만, 2016년 여름 이후로는 3년째 절전요청을 하지 않고있다.
이에 한발 더 나아가 후생노동성은 일사병을 예방하기 위해 "무리하게 절전하지 말고, 적절히 에어컨과 선풍기를 사용하라"는 내용의 팜플렛을 배포하기도 했다. 사망자가 나올만큼 무더위가 심각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밑바탕엔 전력수요 증가를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있다.
도쿄거리에서 한 시민이 손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달 23일, 사이타마(埼玉)현 구마가야(熊谷)시는 일본 관측사상 최고 기온인 41.1도를 기록했다. 이날은 도쿄(東京)도 처음으로 40도를 기록하면서, 해당 지역의 전력공급을 담당하는 도쿄전력에도 전력수요가 급증했다. 오후 2~3시 수요는 5653만㎾로 올여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대수요에 대한 공급전력(예비율)은 최저선인 3%를 상회하는 7.7%였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주부(中部)지방의 전력 수요도 올 여름 최고치인 2607만㎾를 기록했지만, 전력공급을 담당하는 주부전력의 예비율은 12.0%였다.
예비율에 여유가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정착한 절전문화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직전 도쿄전력의 최대전력은 6000만㎾였지만, 재후 이후엔 500만㎾로 줄어들었다. 도쿄전력 담당자는 "지진 후 시행됐던 계획정전으로 공장이나 가정 등에서 절전습관이 정착된 영향이 크다"고 했다.
여기에 태양광발전 등 재생가능 에너지의 보급도 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규슈(九州)지방의 전력수요는 7월 26일 오후 2~3시 1601만㎾로 올 여름치를 기록했다. 전력공급을 담당하는 규슈전력은 이 중 432만㎾(27%)는 태양광으로 공급했다.
또한 전력공급자들 역시 전력수급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들을 충실하게 마련해놓고 있다. 도쿄전력과 규슈전력은 공장 등 대형고객과 '네가와트(Negawatt) 거래'를 실시하고 있다. 대형고객에게 전기요금을 할인해주는 대신 전력수급이 어려울 땐 전력사용 억제나 자가발전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전력공급자들끼리 전기를 조달하는 '전력융통'도 정착돼, 2015년 4월 실시 이후 총 12회 실시된 바 있다.
이 같은 응급 대책의 덕을 톡톡히 보고있는 곳은 간사이(関西)지방을 담당하는 간사이전력이다. 간사이전력은 지난 17일과 18일 각각 27만㎾분의 네가와트 거래를 처음으로 실시했다.
18일엔 예비율이 3% 이하로 떨어질 우려가 일자 도쿄전력, 주부전력 등 5개사로부터 총 100만㎾를 공급받았다. 올 여름 첫 전력융통 사례였다.
◆ 전력 수급, 낮보다는 밤이 고비
하지만 최근엔 낮보다는 밤에 전력수급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낮 시간대엔 전력수요가 최고치를 찍지만, 태양광발전이 보급되면서 공급량엔 여유가 있다. 하지만 해가 지고 난 뒤엔 발전량이 감소하게 되는데 이 시간대는 조명이나 취사 등으로 사용량이 증가하게 된다. 간사이전력의 네가와트 거래와 전력융통도 모두 저녁시간대였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재생가능 에너지를 향후 주력 전력원으로 삼을 계획인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경제산업성도 "재생가능 에너지가 보급되면 특정 시간대에 수급이 어려워지는 케이스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조달원 확보를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