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이 시작한 무역전쟁에 화나 있는 것 맞지만, 북한과의 협상은 트럼프가 망친 것”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핵협상 위기가 중국 때문이라고 비난하며,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한 화가 난 중국이 북미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포린폴리시(FP)지에 따르면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북미 협상이 위기를 맞은 것은 온전히 트럼프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우리는 북한 비핵화에 합의했다. 반면 중국은 중국 무역에 대한 우리의 태도 때문에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는 트윗을 날렸다.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내용 |
지난 주말 대북 강경파인 미국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도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에 반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으로부터 수백억달러 규모의 관세 공격에 직면한 중국이 대북 정책과 같은 무관한 문제라도 앞세워 맞서 싸울만큼 절박하다는 해석은 일단 그럴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한다면 중국의 무역 관행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부드러워질 것이란 신호를 보냈다.
최근에는 중국 관료들이 공공연히 이 두 가지 문제를 엮고 있다. 패트릭 크로닌 미 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 안보소장은 포린폴리시(FP)지에 “만약 다른 분야에서 관계가 틀어지면, 중국이 대북정책에 있어 미국의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것”이란 신호를 중국이 미국에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이후 북한 정권이 ‘강도적 비핵화 요구’라는 날선 발언을 내놓은 것은 중국 때문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핵전문가인 비핀 나랑 교수는 “트럼프의 트윗이 근본적인 원칙을 저버렸다. 그는 북미정상 간 합의가 비핵화를 위한 일방적 '계약'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반면 북한은 일방적으로 무장해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중국의 입김 때문이 아니다. 싱가포르에서 무엇에 합의했는지 제대로 아는 것은 트럼프와 김정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이 게임을 20년 넘게 해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을 조종하고 있다는 추측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한지웅 기자 =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가진 뒤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8.06.12 |
FP는 중국이 북핵 협상 진전에 열의를 보이지 않는 이유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이미 원하는 것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고 북핵 위협이 끝났다고 성급하게 선언했다. 북핵과 미군이 동시에 사라지는 것, 중국이 원하는 이 상황을 정확히 던져준 것이다.
아시아 전문가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몸담았던 마이클 그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은 중국이 북핵 협상을 돕지 않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 북한 비핵화라는 모호한 약속에 대한 대가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는 것은 중국이 항상 바라던 바이며, 게다가 트럼프가 ‘성공’을 선언하면서 중국을 모든 압박으로부터 해방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에게 미국과의 무역 긴장은 기껏해야 사소한 문제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산 석탄 수입국, 대북 연료 공급국, 북한이 국제 은행을 이용할 수 있는 통로인 중국의 역할은 대북 제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중국 세관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대북 무역은 급감했으나, 여전히 불법 무역이 성행하며 제재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나랑 교수는 “중국이 대북 제재의 고삐를 죈다고 한들 이득이 있겠는가? 전혀 없다. 그리고 무역전쟁은 트럼프가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중국이 이미 자체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있으니 핵협상 진전에 따른 미국의 제재 완화도 필요 없다며, “북한의 우선 교역국이 중국인데 미국의 제재 완화가 필요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FP는 중국이 미국의 무역정책에 대한 반발로 북핵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오히려 역대 미 행정부가 수십년 동안 특히 중국을 상대로는 무역과 안보 문제를 섞어서 다루지 않았던 이유를 부각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정상화한 이후 미국과 중국은 무역·대만·인권 등 여러 사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 왔지만, 이 문제들을 각각 독립적으로 다뤘다. 이 모든 문제를 연결시켜서 해결하려 한다면 한 가지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다른 문제로까지 확산돼 양국 관계에 독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린 선임부소장은 “여러 문제를 엮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통령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이후 트럼프가 처음이다.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하지 않은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 가지 문제들을 섞어 버리면 타이타닉 호의 침몰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객실 하나가 침수되면 결국 선박 전체가 침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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