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제재 완화·국제적 인정 등 원한 것 공짜로 다 얻어
정상회담 앞둔 푸틴도 트럼프 갖고 놀려 들 것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위원장의 현란한 플레이에 완벽히 놀아난 셈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비난했다.
WP는 9일(현지시각) 논평을 통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마치 현악기 다루듯 했으며, 미국에 주는 것도 없이 제재 완화나 국제 사회에서의 인정 등 원하던 거의 모든 것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김 위원장에 관해 언급하면서 “그가 우릴 갖고 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바이올린 다루듯 아름답게 연주되고 있는 것이지, 놀아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WP는 사실은 트럼프가 처음서부터 북한에 놀아났으며 그 혼자만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북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트럼프는 완벽히 자만에 빠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매체는 지난 3월 8일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만남을 결정하면서 그 어떤 대가도 받지 않은 채 그를 미국 대통령과 동급으로 격상시켰고, 6월 회담이 다가오면서는 마치 비핵화를 먼저 합의라도 한 듯 행동하고 의회 내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노벨평화상까지 운운하는 등 설레발을 쳤다고 지적했다.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뒤이어 북한이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에는 전혀 관심이 없음을 명확히 하면서 트럼프가 5월 24일 회담을 취소하며 날을 세우는 듯 했지만, 약 일주일 뒤에 회담을 다시 밀어붙이면서 외교적 성과를 절실히 기다리고 있음을 여지없이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2일 싱가포르 회담장에서 트럼프는 김정은을 두고 “아주 유능한”, “아주 스마트한” 지도자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둘 사이 매우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됐다며 회담 성과 띄우기에 바빴다. 여기에 한미 합동군사훈련도 중단한다는 합의까지 내놓았는데, 북한은 이에 대한 보답을 거의 내놓지 않았다.
WP는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은 비핵화(disarming)보다는 오히려 무장(arming)에 더 관심이 있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고, 지난 주말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김정은을 직접 보지도 못한 채 북한이 유감만 표명하는 굴욕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아직까지 미군 유해 송환 문제 등에서도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트럼프는 지금까지도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가 서명한 내용을 지키고 우리의 악수를 존중할 것이라 믿는다”며 헛된 기대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공식적으로 대북 제재를 완화한 것은 아니지만, 김 위원장을 치켜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국가들, 특히 중국에 대북 제재를 엄격히 이행할 필요성이 없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올해 초 초보 독재자라며 비판했던 김정은에게 이처럼 놀아났으니, 오는 16일 헬싱키에서 정상회담을 기다리고 있는 노련한 폭군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놀아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