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북방TF' 구성, 대북사업 전열 가다듬어
전문가 "유통·관광서비스업으로 경협 확대해야"
편의점 BGF, 초코파이 오리온, 백산수 농심 수혜 기대
[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북미정상회담이 성료되면서 남북 경제협력의 포문도 열렸다. 유통업계도 남북경협 준비로 분주하다. 특히 인도적 차원의 협력은 물론, 새로운 시장 개척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반도 정세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12일 공동합의문 발표 직후 "역사적인 6·12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가득차기를 기원한다"고 반색했다.
이어 "남북의 새로운 시작과 역사적 출발 앞에서 국민 모두가 염원하는 진정성 있는 남북교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롯데그룹은 남북 경제협력 재개를 대비해 북방 태스크포스(TF) 구성을 마쳤다. 오성엽 롯데지주 부사장을 필두로 각 계열사 임원, 미래전략연구소장 등이 참가해 그룹 전사적 역량을 결집했다.
사실 롯데는 이전부터 북한 시장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왔다. 1995년 북방사업추진본부를 설립하고 북한과의 경제협력 방안을 검토한 데 이어, 2015년에는 16개 계열사 신사업 전문가들이 모여 ‘북한연구회’를 운영한 바 있다. 개성공단에 초코파이·사이다를 공급하며 직접적 인연을 맺기도 했다.
◆ 북방TF 구성한 롯데… '북방 경제영토 확장' 기대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경협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면서 롯데는 과거 사업 추진 경험을 발판으로 잠시 끊겼던 대북 사업의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특히 롯데는 남북경협이 북방 경제영토 확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북방TF도 단순히 북한뿐만 아니라 러시아 연해주, 중국 동북3성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롯데는 지난해 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호텔과 연해주 지역의 영농법인 및 토지경작권을 인수했다. 중국의 동북 3성에서는 ‘선양 롯데월드’를 건설 중이다. 동북아 주요 거점마다 펼쳐 놓은 프로젝트들이 남북 인프라 협력사업을 통해 연결될 수만 있다면 관광·호텔·물류와 같은 전 사업 영역에서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 2016년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철수작업이 시작된 모습.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전문가들도 북한 경제의 시장화에 따라 제조업 위주의 남북 경제협력론에서 벗어나 유통·관광 등 서비스 산업에서의 남북경협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에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 대규모 상업시설이나 유통부문에서 남북경협이 가능하다”면서 “유통에서의 경제협력은 제조업 분야의 경협 여건을 개선하는 파급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관광산업은 북한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업종 중 하나로, 북한 자체자금으로는 관광 인프라 확충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도 관광산업에서 남북경협의 필요성이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 "제조업 넘어 유통 관광서비스 남북 경협 고려해야"
유통사로는 유일하게 북한에서 편의점 CU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BGF리테일도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CU는 2004년부터 개성공단에 점포 3곳을 운영한 바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남북 경제협력에 기여하기 위해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신속히 재입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당 점포들은 개성공단 중단과 함께 급히 철수한 상태인 만큼, 공단 가동이 재개되면 즉시 영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CU 개성공단점<사진=BGF리테일> |
한편, 북한과 인연이 있는 식품업체들도 기대감 속에 새로운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남북 교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초코파이로 인해 오리온의 대북사업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지만, 초코파이가 남북 평화의 상징으로 떠오른 만큼 남북경협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의 경우 물류비용 절감이라는 보다 직접적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농심의 생수제품인 백산수는 현재 백두산 생산 공장에서 중국 대련항까지 철도로, 다시 평택·부산항까지 해상을 통해 도합 2000km를 달려 국내로 들여온다.
지난 2015년에는 ‘나진-하산 프로젝트’ 3차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백산수를 북한 나진항을 통해 운송, 기존 루트보다 운송거리를 절반 가까이 줄인 바 있지만, 이후 남북관계 경색으로 전면 중단됐다.
이번 정세 변화를 계기로 해당 사업이 정례화 돼 정기노선이 만들어지면 상당한 물류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북한을 관통하는 육로·철길마저 열린다면 유라시아 공략에도 숨통이 트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으로 말미암아 북한의 빗장이 풀린다면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새롭고 거대한 시장이 열리는 셈”이라며 ”당장 가시적인 성과는 어렵겠지만 각종 인도적 지원을 통해 북한 경제 전반의 시장화가 촉진될 경우, 향후 북한 내수시장 선점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도 담겨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자료=통일부> |
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