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 급락, 중국부터 레바논까지 경고 고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최근 주춤했던 미국 금리와 달러화가 재차 상승 기류를 타면서 이머징마켓을 둘러싼 리스크가 재점화됐다.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이 7년래 최고치로 뛰면서 상승 모멘텀이 여전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데다 헤지펀드 업계의 달러화 하락 포지션 청산이 지속, 장기물 달러 표시 채권 발행에 공격적으로 나섰던 지역을 중심으로 신흥국의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경고다.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페소화 가치를 확인하는 아르헨티나의 한 남성 [사진=로이터 뉴스핌] |
15일(현지시각) 장 초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5bp 급등하며 3.051%에 거래, 2011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4월 미국 소매판매가 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약세 흐름을 보였던 달러화도 큰 폭으로 뛰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장 초반 유로화에 대해 0.85% 급등했고, 엔화와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0.7% 가량 올랐다. 달러 인덱스는 0.75% 상승하며 93.37에 거래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거래자들의 달러화 하락 베팅 포지션이 최근 한 주 사이 133억1000만달러로 집계, 전주 대비 50억달러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시선이 집중된 곳은 이머징마켓이다. 가뜩이나 터키 리라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사상 최저치로 밀리는 등 신흥국 자산의 하락 압박이 두드러진 가운데 미국 금리와 달러화 상승에 따른 잠재적인 리스크가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주요 신흥국의 장기물 채권 비중이 높은 만큼 미국 금리 상승에 따른 충격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는 것이 월가의 주장이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금융시장 패닉이 강달러에 따른 충격의 강도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강조했다.
무디스는 레바논과 이집트, 바레인, 파키스탄 등 달러화 자금 조달에 잰걸음을 했던 프론티어 마켓에서 커다란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요르단과 스리랑카도 경계의 대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레바논의 2037년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 가격은 액면가 1달러 당 83센트까지 밀렸다. 이는 지난해 11월 사드 하리리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퇴임 발표 당시보다 낮은 가격이다.
레바논 채권 가격은 지난달 정치권 리스크 상승과 달러화 강세가 맞물리면서 강한 하락 압박을 받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레바논은 44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확보하고 있지만 아르헨티나의 위기 상황을 통해 외환보유액이 방패막이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 금리와 달러화의 동반 상승은 신흥국의 재정에 커다란 흠집을 낸다는 측면에서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자극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특히 정부 세수의 절반 가량을 이자 지급에 할애해야 하는 신흥국이 강달러로 인해 감당하기 힘든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일반적으로 달러화 상승에 하락 압박을 받는 상품 가격의 매커니즘도 신흥국의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중국과 인도를 필두로 상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이 달러화 상승에 크게 휘청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머징마켓의 경제 펀더멘털이 미국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강해진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약 10년간 작지 않은 반사이익을 제공했던 저금리와 약달러 기조가 종료를 맞은 데 따른 후폭풍을 각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날 신흥국 통화는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콜롬비아 페소화와 남아공 랜드화가 장중각각 2% 이상 내렸고, 터키 리라화도 2% 내외로 떨어졌다.
이 밖에 브라질 헤알화와 칠레 페소화, 폴란드 졸티화 등이 일제히 1% 이상 내렸고, 유가 강세에 상대적인 내성을 보였던 러시아 루블화도 1% 선에서 하락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