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률 국채 포함 이머징마켓 채권 5.1% 손실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난 1년 사이 고수익률을 좇아 신흥국 가운데서도 고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국채를 공격적으로 매입한 투자자들이 눈덩이 손실을 떠안았다.
미국 금리와 달러화가 상승 기류를 탄 데 따른 결과로, 손실 리스크가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사진=AP/뉴시스> |
14일(현지시각) JP모간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머징마켓 채권이 5.1%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바클레이즈가 집계하는 신흥국 현지 통화 표시 채권의 수익률은 3주 연속 오름세를 지속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앞세워 인기몰이를 했던 이른바 프론티어 마켓에 몰려들었던 투자자들이 낭패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타지키스탄과 에콰도르, 이라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쿠폰 금리 7.125%에 5억달러 규모로 발행된 타지키스탄의 5년 만기 국채는 현재 9.26%의 수익률에 거래되고 있다. 수익률이 상승한 만큼 국채 가격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에콰도르의 10년 만기 국채 역시 수익률이 지난해 10월 발행 당시 8.875%에서 최근 10.8%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하반기 7% 중반대에 발행된 2032년 만기 우크라이나의 국채 수익률도 1%포인트 가량 뛰었다. 상황은 바레인과 이라크 국채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달러화 가치가 상승할 경우 이들 정부의 채권 만기 상환 부담이 높아진다. 미국 국채 수익률과 달러화가 상승 탄력을 받으면서 해당 채권의 만기 상환 리스크가 고조, 고수익률에 적극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커다란 평가손실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신흥국의 저소득 국가의 부채 위기 리스크를 경고하는 등 날로 적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에 따르면 지난해 6개 국가가 디폴트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고치에 해당한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IMF와 대출 논의를 벌이는 가운데 페소화가 사상 최저치로 곤두박질 쳤고, 경제 개혁을 앞세워 해외 투자 자금을 유인했던 이집트의 단기물 국채 수익률은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공포에 연초 이후 가파른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실물경기가 기울면서 중앙은행이 약 7주 전 금리를 인하할 뜻을 밝힌 가운데 헤알화가 달러화에 대해 8% 급락했다.
이 밖에 말레이시아와 러시아가 정치권 불확실성으로 인해 자산 가격 하락에 시달리고 있고, 인도와 인도네시아 역시 통화부터 채권까지 ‘팔자’가 봇물을 이루는 상황이다.
라보뱅크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고위험 자산의 자금 유입이 달러화 상승 움직임에 따라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매뉴라이프 애셋 매니지먼트의 리처드 시걸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신흥국 자산의 밸류에이션을 감안할 때 매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