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인기몰이 BBB 회사채 3조달러짜리 '시한폭탄'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전세계 신용시장이 살얼음판이다.
4년만에 상징적 저항선인 3.0%를 뚫고 오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5일(현지시각) 추가 상승한 데다 1년물과 2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지난 10년간 상승 기류를 탔던 미국 신용 사이클이 추세적으로 꺾이기 시작했다는 의견이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날 장중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bp 가량 추가 상승하며 3.021%에 거래됐다. 월가의 트레이더들을 더욱 긴장시키는 것은 2년물과 1년물 수익률의 동반 상승세다.
이날 2년물 국채 수익률은 2.5%까지 오르며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고, 1년물 역시 2.3%에 근접하며 약 10년래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장기물보다 단기물 국채 수익률 상승이 금융시장에 더욱 과격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장 커다란 긴장감을 드러내는 것은 3조달러 규모의 BBB 등급 회사채 시장이다. 금융위기 이후 약 10년간 지속된 상승 사이클이 마침내 종료를 맞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뜨거운 인기몰이를 했던 최하위 투자등급 채권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꼬리를 물고 있다.
장단기 자금 조달 비용이 가파르게 뛰면서 해당 기업의 회사채가 투자 매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얘기다.
10년물 수익률에 대해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가 3.25~3.5%까지 상승 가능성을 열린 것으로 진단하는 가운데 이에 따른 BBB등급 기업의 신용등급 하향 리스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크레디트사이트의 에린 라이온스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신용사이클의 막바지 국면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본격적인 하강 사이클의 시점을 파악하는 데 투자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BBB 등급의 회사채 시장 규모는 3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와 맞먹는 규모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고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정크본드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에 뭉칫돈을 베팅한 결과다.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 금리가 상승 기류를 탈 경우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해당 기업들이 회사채 차환발행에 난항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월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여기에 유로존을 필두로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에 기업 수익성이 후퇴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금리가 상승폭을 높일수록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악화될 여지가 높고, 과도한 부채는 기업 현금흐름에 흠집을 낼 수 있다.
이미 신용 스프레드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바클레이즈가 집계하는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의 수익률 스프레드는 이날 106bp를 기록해 2월 저점에서 22bp 뛰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