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택배 11년째 사업인데.." 비판여론에 이틀만에 철회
조현민 논란 "우리책임없다" 발뺌했다 하루만에 들통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국토교통부가 비판여론에 떠밀려 충분한 의견수렴과 확인 작업 없이 설익은 대책과 해명을 내놨다가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논란을 차단하기 급급한 나머지 졸속으로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19일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한 아파트의 실버택배 도입을 철회했다. "특정 아파트 단지의 일을 해결하는데 왜 국민 세금을 쓰느냐"는 비판에 도입 결정 이틀만에 계획을 전면 백지화한 것이다.
실버택배는 이 아파트를 위해 새로 도입한 제도가 아니다. 지난 2007년부터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비와 지방비를 지원해 온 사업이다. 지금까지 88개 아파트 단지에 2066명 실버 택배 요원이 근무 중이다.
그러나 실버택배 비용을 입주민들이 부담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됐고 이 청원은 이틀만에 24만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많은 지지를 받았다.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택배사 직원이 수레를 이용해 물품을 배송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기자> |
10년간 지속돼 온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비판여론에 휩쓸려 다시 중재에 나섰다. 국토부는 예산 투입 대신 실버택배 비용을 입주민이 부담하는 쪽으로 중재에 나섰지만 이 역시 합의가 되지 않자 결국 택배사가 실버 택배 신청을 철회하기로 한 것이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자격 논란과 관련해서도 국토부는 책임 회피성 해명을 내놓다 오히려 김현미 장관의 화를 불렀다.
국토부는 애초 조현민 전무의 진에어 재직시절 국적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지난 17일 국토부는 "당시 항공법령에 등기이사 변경에 관한 보고의무 조항이 없어 지도 및 감독에 제도상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특히 사기업 임원의 국적을 국토부가 확인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3월, 2016년 2월 진에어의 두 차례 대표이사 변경과 2013년 10월 사업범위 변경 건을 국토부가 심사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토부의 해명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국토부가 모를 리가 없었을 것이라는 의혹도 강하게 제기됐다.
결국 국토부는 또 하룻밤 새 입장을 번복하고 자체감사에 돌입했다. 당시 조 전무가 외국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왜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는지를 철저히 감시토록 지시했다. 김현미 장관은 최초 부적절한 대응을 한 관계자들을 불러 불같이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전경 <사진=김학선 기자> |
이밖에 최근 국토부가 내놓는 대책은 비판여론을 곧이곧대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금수저 특별공급' 논란이 일자 국토부는 불과 보름여 만에 9억원 이상 분양 주택에 대해 특별공급 폐지라는 대책을 내놨다. 당시 고가주택은 특별공급을 폐지하고 전매제한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곧 다자녀가구 수요자들의 반발을 사며 섬세하지 못한 대책이라고 지적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반영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나 유예기간도 없이 성급하게 대책을 내놓는 측면이 있어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