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후 첫 소환 불응..전에도 '건강' 이유로 수차례 연기요청
고검장 출신 등 호화 변호인단 구성.."시간 벌기일 수도.."
[뉴스핌=이보람 기자] 조세포탈과 횡령, 임대주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중근(77) 부영그룹 회장이 건강문제를 거듭 호소하고 있다. 호화 변호인단 구성 등 검찰조사와 향후 재판에 대응하기 위해 시간을 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전날 이 회장에게 구속 후 첫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구치소에 수감된 이 회장은 건강상 사유를 들어 조사 일정을 오늘(8일)로 미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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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원대 회삿돈 횡령과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를 받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 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구속 전에도 병원에 머물렀던 고령의 이 회장이 거듭된 장시간의 검찰 조사와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으로 체력적 한계에 부딪혔을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연이틀 10시간 넘게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구속전피의자심문에서 구속수감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15시간 가량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검찰 소환 직전 평소와 다름없이 외부 활동을 이어갔던 점을 고려하면 변호인 조력을 위해 시간을 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한 관계자는 "건강 핑계를 대는 것은 피의자가 조사 과정에서 시간을 끌기 위해 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라며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안이 워낙 방대해 변호인들이 이를 파악하고 입장을 정리하는 것만 해도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검찰이 처음 소환을 통보한 1월 24일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대한노인회 교육총괄본부 발족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닷새 뒤 검찰 소환조사가 예정된 29일에는 건강상 이유로 출석연기신청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튿날인 30일에도 검찰 소환 요구에 불응했다. 이 회장은 같은달 31일 소환 요구 세 번만에 검찰청사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같은 지적은 이 회장이 검찰 출신의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리면서 더욱 신빙성을 얻는 모양새다.
이 회장은 부영그룹 고문이자 전 고검장 출신의 이준보(법무법인 양헌) 변호사를 비롯해 전 검찰총장 채동욱(법무법인 서평)·전 검사장 강찬우(법무법인 평산) 변호사 등을 선임했다.
뿐만 아니라 대형 법무법인 율촌과 광장에도 일부 업무를 맡긴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측 관계자는 "어떤 변호인이 선임됐고 어떤 로펌이 사건을 맡고 있는지는 검찰 수사와 아무 상관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검찰은 이 회장을 8일 오후 소환해 이 회장 혐의와 관련된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 회장은 부인 명의 회사를 통해 100억원대 세금을 탈루하고 매제에게 200억원대 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방식으로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친족 회사에게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협력업체에 압력을 넣은 혐의도 있다.
또 임대주택 분양사업 과정에서 원가를 허위 공개, 1조원대 분양 폭리를 취했다는 임대주택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