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러시아 경제가 당초 서방의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에도 전시 호황을 누려왔지만 2025년부터 서서히 성장 동력이 꺼지고 있으며 최근 들어 곳곳에서 침체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국제 유가 하락과 함께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경제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전쟁 발발 한 달 만인 지난 2022년 3월 "러시아 경제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가 침략 이전에는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었지만 머지 않아 20위권에도 들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지난해 러시아는 캐나다와 브라질을 제치고 세계 9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가디언은 "이 같은 러시아 경제의 상승세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며 "2026년에는 러시아 경제가 마침내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명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서방이 예상하고 기대했던 극적인 붕괴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불안정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경제성장률의 뚜렷한 둔화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경제성장률의 뚜렷한 둔화이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2분기에 -3.7%로 추락했고, 3분기와 4분기에도 -3.0%, -2.1%를 기록했다.
이후 군수 경제를 중심으로 반등이 시작돼 2023년 2분기 5.3%, 3분기 6.2%, 4분기 5.3%를 기록했다. 2024년에도 호황은 계속됐다. 1분기 5.4%, 2분기 4.3%, 3분기 3.3%, 4분기 4.5%였다.
그러다 작년부터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체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분기에 1.4%로 뚝 떨어졌고, 2분기 1.1%, 3분기 0.6%로 낮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러시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025년 0.6%, 2026년 0.8%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경우 2025년 2.8% 2026년 2.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 국제 유가 하락으로 석유 수입 줄어
경제 성장 둔화는 러시아 전쟁 기계의 핵심 기반인 석유 및 가스 수입 감소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2022년 화석 연료에서 거둬들인 세금은 러시아 연방 예산의 약 40%를 차지했지만, 2025년 첫 3분기 예비 추정치에 따르면 25%로 떨어졌다.
근본적인 이유는 국제 유가 하락이다. 우랄산 원유 가격은 2022년 초 배럴당 약 90달러에서 2025년 말 배럴당 50달러로 떨어졌다.
미국과 유럽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원유 수출 물량도 줄었다. 중국과 인도, 튀르키예 등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늘렸지만 유럽 등이 줄인 물량에 비해서는 소폭에 불과했다.
특히 인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위협 속에 최근 몇 달 동안 러시아 원유 구매량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 교육·의료·복지 지출도 줄줄이 삭감
러시아 정부가 예산의 상당 부분을 군사비에 투입하다보니 교육과 의료 등이 재원 부족에 시달리고 러시아 국민들의 삶의 수준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러시아 정부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7%가 늘었다. 전쟁 기간 동안 러시아의 GDP 대비 군사비 지출 비중은 두 배로 증가하여 7%를 넘어섰다.
반면 의료·보건 부문은 0.7% 줄었고, 교육도 1.2% 감소했다. 특히 복지(welfare) 분야는 10%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정부는 국민들을 상대로 세금도 더 많이 걷고 있다.
지난해 법인세를 20%에서 25%로 높였고, 소득세 구간도 상향 조정했다. 올해부터는 부가가치세율이 기존 20%에서 22%로 인상된다. 이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가디언은 말했다.
■ 인구 감소,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과제
인구 감소는 러시아 경제의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 인구는 2019년 1억4550만명에서 2024년 1억4350만명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사상자 증가와 러시아 사회의 출산율 하락, 이민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싱크탱크 브뤼겔의 연구원 마렉 다브로프스키 박사는 "러시아는 이제 급속한 성장을 이룰 잠재력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쟁으로 인한 사업 환경도 물론 한몫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인구 통계학적 변화"라며 "인구 통계학적 요인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트렌드는 러시아에서 노동력 부족이 이제 흔한 현상이 되었음을 의미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러시아의 이례적으로 낮은 실업률(2%)에서도 드러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부담 커졌지만 전쟁 자금 마련 문제 없을 듯
어려움이 커졌지만 러시아가 단기적으로 전쟁 자금을 조달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싱크탱크인 '유럽 분석 및 전략 센터'의 공동 설립자이자 경제학자인 블라디슬라프 이노젬체프 박사는 "푸틴은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도록 부추길 것이고, 계속해서 세금을 인상하고, 국유 재산을 매각하고, 기업들을 국유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통해 그는 2026년, 그리고 아마도 2027년까지 전쟁을 계속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유가가 오를 경우 러시아는 훨씬 더 안정적인 수입 확보와 재정 운용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