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그린스펀 수수께끼' 재연
[뉴스핌=김성수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금융시장이 또 다시 엇박자를 내고 있다. 10년 전 '그린스펀 수수께끼'가 재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2015년 12월 이후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나 그동안 뉴욕 증시는 오히려 강세장을 보였다면서 이 같은 분석을 소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사진=블룸버그> |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올 들어 15% 올랐으며 S&P500지수는 9% 상승했다. 반면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작년 11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국채 가격 상승) 연준의 금리인상 노력에도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은 하락했다는 것을 뜻한다.
금리, 주가, 달러 가치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골드만삭스 지수에 따르면 전반적인 금융시장 상황은 연준의 부양책이 최대 규모였던 2015년 초만큼 완화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 시장 과열로 금리정상화 위험부담 커져
연준은 오는 13~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FOMC 위원들은 경기 침체 이후 늘려온 대차대조표 규모를 줄일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다만 현 상황에서는 연준이 금리인상을 하는 데 따른 위험부담은 더 커진다. 연준의 완화 정책으로 시장이 과열된 현 상태에서 다시 부양책이 축소될 경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채권 금리가 급등하고 대출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도이체방크의 도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금융상황을 두고 "고무줄이 늘어나 있는 상태"라고 비유했다. 팽팽하게 늘어난 고무줄을 갑자기 놓으면 빠른 속도로 원래 자리로 돌아가게 되며, 그 충격은 더 커진다.
WSJ는 현재 연준의 정책과 금융시장이 엇갈리게 움직이는 모습은 지난 2004~2006년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당시 연준은 연방기금금리를 4.25%포인트(p) 인상했으나, 금융환경은 완화된 상태를 유지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이를 두고 '수수께끼'라고 불렀다.
연준 위원들은 바뀐 정책의 효과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로 파급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차(time-lag)가 발생할 경우 연준 위원들이 정책을 설계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연준이 과잉 반응을 함으로써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을 높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이사는 적어도 현재로서는 2004~2006년 당시와의 유사성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그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통화 정책 수립에 있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아직 추가 긴축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