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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명주] 천년의 향 머금은 30개 성시 30개 중국 술 (하)

기사입력 : 2017년04월24일 11:01

최종수정 : 2017년04월24일 11:01

시선태백, 옥림천주, 노룡구, 도아하주, 노촌장
장천청과주, 사호춘, 이력특, 황태주, 야도녹귀주

[편집자] 이 기사는 3월 24일 오전 10시34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이지연 기자] 바이주(白酒, 백주), 황주(黃酒) 등 중국에는 수 천년 연륜을 자랑하는 술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말도 까마득한 서기전 까마득한 옛날 상(商)나라에서 비롯됐고 뛰어난 시와 문장 역시 술을 빼놓고는 논하기 힘들 정도다. 5000년 중국 역사는 말 그대로 술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흔히 술을 가리켜 진심을 끄집어내는 마음의 열쇠라고들 한다. 우리의 취중진담과 비슷한 의미로 중국에도 '주후견진정(酒後見真情)'이라는 말이 있다. 술을 마시면 진심이 드러나 보인다는 뜻이다. 중국인들과의 비즈니스나 사적인 관계를 맺을 때도 적당한 술은 최고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중국과 중국인을 이해하려면 간단하게나마 술을 이해해야 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술은 말할 것도 없이 곡물을 주원료로 한 증류주 바이주다. 바이주는 향에 따라 크게 농(濃)향형, 장(醬)향형, 청(淸)향형, 미(米)향형으로 나눌 수 있다.

농향형은 깊고 풍부한 향이 특징이며 뒷맛이 오래 남는다. 쓰촨(四川)성과 장쑤(江蘇)성 일대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바이주 대부분이 농향형이다.

장향형은 무색투명하고 침전물이 없으며 깊은 장향이 특징이다. 마오타이(茅臺)주가 대표적인 장향형에 속하므로 마오(茅)향형으로도 불린다.

청향형은 잡향 없이 깨끗하고 산뜻한 맛이 일품이다. 산시(山西)성 펀주(汾酒)가 청향형의 대표로 꼽히기 때문에 펀(汾)향형으로도 불린다.

미향형은 주재료가 쌀이어서 마신 후에 살짝 단맛이 돈다. 혹자는 벌꿀향이 난다고 하여 밀(蜜)향형이라고도 부른다. 물론 바이주 외에도 찹쌀이나 쌀을 주원료로 한 황주, 과실주, 약주 등도 지역에 따라 명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중국은 물론 한국 등 해외에서 까지 유명한 중국의 지역별 명주와 연원, 주요 특징 등을 상, 중, 하에 걸쳐 10개씩 시리즈로 소개한다.

21. 충칭(重慶) 스셴타이바이(詩仙太白, 시선태백)

연원: 1917년 바오녠룽(鮑念榮)이 당시 400년 역사를 지닌 루저우(瀘州) 원융성(溫永盛) 양조장의 진흙과 술밑을 구입한 뒤 당나라 때부터 전해진 오래된 양조법을 결합해 충칭 동북부 완저우(萬州)에 양조장을 세움.

시선태백. <사진=바이두>

스셴타이바이가 탄생한 완저우는 장강삼협(長江三峽)에 위치한 도시로, 당나라 시선(詩仙) 이태백(701~762)이 간간이 술을 마시고 바둑을 둔 곳으로 유명하다. 이태백은 특히 완저우의 대곡주(大曲酒)를 즐겨 마셨다고 하는데, 스셴타이바이는 바로 이태백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술이다.

향이 깊고 풍부한 농향형 바이주에 속하며, 장강삼협 댐 근처의 질 좋은 붉은 수수, 쌀, 찹쌀, 옥수수, 밀을 원료로 사용한다. 1959년 국경절 10주년 당시 국빈용 술로 추천되며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았다. 각 지역별 취향에 따라 알코올 도수와 포장이 미묘하게 다른 게 특징이다.

다만 생산업체가 바이주 시장의 빠른 성장세에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면서 작년부터 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작년 3월 기준 스셴타이바이주업그룹의 총 자산은 8억3662만위안을 기록했으나 부채액은 이의 두 배보다도 많은 19억위안 정도에 육박했다. 2015년의 경우 1억6300만위안(약 266억원)의 매출을 거뒀으나 순이익은 마이너스(-) 2억3000만위안을 기록했다.

22. 윈난(雲南) 위린취안주(玉林泉酒, 옥림천주)

연원: 청나라 중엽 주조사 두 명이 아산(峨山)현 옥림천 근처에서 미생물이 번식하기 적합한 터를 발견해 이곳에 양조장을 세움.

옥림천주. <사진=바이두>

윈난성 위시(玉溪)시 아산이족(峨山彜族)자치현의 특산물로, 사계절 내내 따뜻한 봄 날씨에 맑은 공기, 깨끗한 물과 어우러져 품질이 뛰어난 위린취안주가 탄생했다.

1977년 위린취안주 양조장이 정식 설립되며 수백년간 근처에 흩어져 전해오던 양조법들을 통합했다. 이후 2005년 9월 태국 TCC그룹에 인수 합병되며 중국 바이주 업계 최초의 외자독자기업이 탄생했다. 2009년 5월에는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했다.

위린취안주는 산뜻한 청향형 바이주에 속하며, 윈난성 전통 소곡소관(小曲小罐) 발효 공정을 고수해 부드러우면서 깨끗한 단맛이 특징이다. 2006년 11월 윈난성에서는 유일하게 중국 상무부 ‘중국명주’ 추천 브랜드에 꼽혔다.

23. 랴오닝(遼寧) 라오룽커우(老龍口, 노룡구)

연원: 청나라 때인 1662년 산시(山西)성 자산가 맹자경(孟子敬)이 선양(沈陽) 소동문(小東門) 근처에 노룡구 양조장을 세운 뒤 의융천(義隆泉) 소과(燒鍋)라는 이름을 붙임. 소과가 위치한 곳이 용성의 입구(龍城之口)인 관계로 이곳에서 양조한 바이주를 ‘노룡구’라고 일컬음.

노룡구. <사진=바이두>

랴오닝성 선양시의 특산물로, 이곳의 술 저장고는 청나라 초기부터 지금까지 쭉 사용돼 곰팡이균, 효모균 등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이 많이 살고 있다. 청나라 강희제, 용정제, 건륭제, 가청제, 도광제 다섯 황제에게 진상돼 ‘대청공주(大淸貢酒)’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처음 마실땐 맛이 진하고 뒷 끝은 장(醬)향이 감도는 특유의 그윽한 맛이 특징으로, 수심 100미터가 넘는 오래된 우물에서 퍼 올린 물로 수백년간 술을 빚고 있다. 이 우물은 용이 사는 곳이라고 해서 ‘용담수(龍潭水)’라고 불리며 풍부한 영양소를 담고 있다.

1949년 3월 선양특별시정부 전매국이 만융천(의융천) 소과를 인수한 뒤 국유기업이 됐으며, 2000년 10월에는 싱가포르 T&C 기업과 선양톈장라오룽커우(沈陽天江老龍口)양조유한공사를 설립해 중국 바이주 업계 최초의 합자회사가 탄생했다.

24. 지린(吉林) 타오얼허주(洮兒河酒, 도아하주)

연원: 1924년 항일 애국장교 완푸린(萬福麟)이 타오얼허주 양조장의 전신인 복풍달 소과(福豐達燒鍋)를 세움.

도아하주. <사진=바이두>

중국 동북 지역에서 생산되는 품질 좋은 수수와 타오얼허 유역 180미터 깊이의 지하수로 빚어 그윽한 향과 함께 입안에 감도는 잔향이 일품인 바이주다. 1963년 지린성 4대 명주에 꼽혔으며, 파리만국박람회 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요식, 양조, 무역 등 다양한 경영 노하우를 보유한 홍콩 진푸(金福)그룹이 1999년부터 타오얼허주 양조장을 현대화시키면서 타오얼허주 브랜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생물 전문가, 수십년 경력의 베테랑 주조사를 적극 영입해 품질 향상과 신제품 개발에 큰 진전을 이뤘다.  

중국 웹영화 ‘사평청년(四平靑年)’에도 타오얼허주가 수 차례 언급된다. 주인공 세 사람은 타오얼허주를 마신 뒤 “좋다, 마셔도 머리가 안 아프니 정말 보기 드문 좋은 술이네”라고 말한다. 2012년 방영된 사평청년은 당시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타오얼허주 홍보에 크게 기여했다.

25. 헤이룽장(黑龍江) 라오춘장(老村長, 노촌장)

연원: 2001년 라오춘장주업 설립. 전신은 솽청(雙城) 양조장.

노촌장. <사진=바이두>

중국 동북 지역 저가 바이주 가운데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농향형 바이주에 속하는 라오춘장은 목 넘김이 부드럽고 마신 후 두통이 없는 데다 입안이 마르지 않아 편안하게 마실 수 있다.

주원료는 붉은 수수, 찹쌀, 쌀, 밀, 옥수수다. 1억만년 전 식물이 분해되어 만들어진 흑토에서 자란 곡식을 사용하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한 우수한 빙설암 물로 술을 빚는다.

라오춘장 본사는 헤이룽장성 솽청(雙城)시에 위치하며 중국식품공업협회로부터 우수 바이주 인증을 받았다. 특히 가격이 저렴해 서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비싼 라인에 속하는 라오춘장 러샹(樂香) 45도 500ml가 48위안(약 8000원) 정도다.

26. 티베트자치구 짱취안칭커주(藏泉靑稞酒, 장천청과주)

연원: 2000년 티베트짱취안주업(西藏藏泉酒業) 설립.

장천청과주. <사진=바이두>

해발 4800미터 빙하수와 3500미터 이상에서 재배한 청보리로 빚은 그야말로 천혜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건강한 술이다. 중국에선 유일하게 전문적으로 생산되는 농향형 칭커(청보리) 바이주로, 티베트 자치구 출범 40주년 기념식 공식 술, 티베트 자치구 및 라싸시 인민정부 접대용 술, 티베트 인민해방군 접대용 술로 지정될 만큼 현지에서 높은 공신력을 가지고 있다.

티베트짱취안주업은 산하에 칭커주를 생산하는 티베트짱취안완둔칭커주 양조장 외에도 티베트짱취안관광발전유한공사, 라싸짱취안온천호텔(4성급) 등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며 나름대로 탄탄한 사업망을 자랑한다.

본사는 티베트 라싸에 위치하며 연간 수출액은 1000만~5000만위안 수준이다. 티베트에서 가장 많은 바이주를 판매하고 있으며, 티베트 유명 상표, 티베트 명품 제품, 티베트 3A급 기업 타이틀을 획득했다. 2004년 11월에는 라싸시정부 중점 지원 농목 산업화 대표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27. 닝샤후이족(寧夏回族)자치구 사후춘(沙湖春, 사호춘)

연원: 전신인 눙컨첸진(農墾前進) 양조장이 1957년에 설립됨.

사호춘. <사진=바이두>

닝샤 인촨(銀川)시의 특산물로, 샘물, 수수, 쌀, 찹쌀, 옥수수, 밀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사후춘 생산업체는 깨끗한 싸이상(塞上) 평원에 60만제곱미터가 넘는 붉은 수수 재배밭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수확한 수수는 중국 국가 표준보다 우수한 전분 함량과 수분을 자랑한다. 물은 허란(賀蘭)산의 맑고 깨끗한 샘물을 사용해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

아울러 닝샤에서 최대 규모(7540만톤)의 술 저장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바이주 생산량은 5000만톤에 달한다. 닝샤에서만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사후춘 바이주는 1983년 8년 연속으로 닝샤후이족자치구 우수 제품에 선정됐으며, 2006년에는 닝샤 명품 제품으로 지정됐다. 현지 인민정부의 공식 접대용 술이기도 하다.

독특한 발효, 양조 과정이 차별화 포인트다. 자체 고안한 ‘일장(一長), 이고(二高), 삼적당(三適當)’ 공정법은 발효 기간은 길게(27~40일), 산성도와 전분 함량은 높게, 수분, 온도, 곡피는 적당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공정법으로 사후춘의 묵직한 바디감 및 절묘한 향과 맛이 탄생했다.

28.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이리터(伊力特, 이력특)

연원: 전신인 신장이리(新疆伊犁) 양조장이 1956년 설립됨.

이력특곡. <사진=바이두>

자타공인 신장 최고의 술 ‘이리(伊力)’ 바이주 시리즈는 이리(伊犁) 하곡의 질 좋은 수수, 밀, 쌀, 옥수수, 완두 등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중국 안팎에서 50개가 넘는 명주 타이틀을 획득했으며 수년 연속 중국소비자보호기금회와 소비자협회가 선정한 믿을 수 있는 제품에 꼽히기도 했다.

이리터 시리즈는 터취(特曲), 라오자오(老窖), 다취(大曲) 등 100종이 넘는 제품 라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이리터 터취(특곡)는 ‘신장의 마오타이주’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순하고 부드러운 맛과 함께 그윽한 향을 자랑한다.

1999년 9월 상하이 증시에 상장(종목코드: 600197.SH)했다. 2016년 3분기 기준 차이나라이프, JP모건, 건설은행 등 유력 기관들이 10대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5년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16억3800만위안(약 2675억원), 2억8200만위안(약 460억원)을 기록했다.

29. 간쑤(甘肅) 황타이주(皇臺酒, 황태주)

연원: 1985년 설립된 간쑤황타이주업(甘肅皇臺酒業)이 2000년 전 서역의 술 양조법을 계승.

황태주. <사진=바이두>

“남쪽에 마오타이가 있다면, 북쪽에는 황타이가 있다”

최상급 수수로 만든 농향형 바이주로서 토굴의 그윽한 향과 감미로운 목넘김, 입에 감도는 잔향이 일품이다. 세계명주 증서를 획득할 정도로 중국 안팎에서 그 품질을 인정 받았다.

당 고조 이연이 북량(北涼, 397년 ~ 439년)의 왕후였던 윤(尹)씨를 기리기 위해 그녀가 기거한 양주(涼州) 두융대(竇融臺)를 윤부인대로 명칭을 바꾸고 ‘윤대사’라는 사원을 세웠다. 이후 후인들이 윤부인대를 ‘황낭낭대(皇娘娘臺)’, ‘황낭대(皇娘臺)’, ‘황대(皇臺)’로 부르면서 이 지역의 술을 황타이주라고 일컬었다.

공산당 총서기였던 장쩌민(江澤民)은 황타이주를 맛본 뒤 “이 술 정말 괜찮군!”이라며 감탄했다고 전해진다. 황타이주는 유독 마니아층이 견고한데, 임종을 앞둔 한 노인이 자식들에게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내 무덤에 황타이주만 뿌려다오”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30. 하이난(海南) 예다오루구이주(椰島鹿龜酒, 야도녹귀주)

연원: 원나라(1326년) 팔진탕(八珍湯)과 명나라(1569년) 녹귀이선교(龜鹿二仙膠) 조제법을 적절히 배합해 예다오루구이주를 탄생시킴. 생산업체 하이난예다오(海南椰島)는 1993년 3월 설립.

야도녹귀주. <사진=바이두>

“북쪽에 호골주(虎骨酒)가 있다면, 남쪽엔 루구이주가 있다”

중국에서 최고의 건강주로 손꼽히는 약주로, 한 현지 조사에 따르면 건강주 업계에서 7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루구이주에 들어가는 사슴과 거북이는 상서로움의 상징이며 체질을 강하게 하고 류머티즘 등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데 특별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다오루구이주는 하이난성의 라오쯔하오(老字號,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로, 건강주로서는 최초로 양조법이 하이난성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1995년에는 미국의 한 회사가 예다오루구이주의 뛰어난 건강 효과에 주목하며 당시 1억2000만위안이라는 거금을 들여 조주법과 생산권을 매입하려 했으나 하이난예다오는 “중국 민족의 소중한 무형 자산을 팔 수 없다”며 매입 제안을 거절했다.

2011년 중국주류유통협회로부터 약 56억위안(약 9148억원)의 가치를 인정 받으며 약주 분야 1위에 올랐다. 이듬해인 2012년에도 브랜드 가치가 약 71억위안(약 1조1598억원)으로 뛰어오르며 약주 분야 최강자 자리를 고수했다.

2000년 상하이 증시에 상장(종목코드: 600238.SH)했다. 2017년 3월 23일 기준 하이난예다오(海南椰島)의 유통 시가총액은 53억1000만위안(약 8670억원)에 달한다.

[뉴스핌 Newspim] 이지연 기자 (dela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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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0일 승부] 뉴욕증시 '경고음'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금리와 주가가 함께 요동치는 상황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집권 2년 차였던 2018년을 상기시킨다. 당시 뉴욕증시의 가격 부담은 높아져 있었다. 미국의 강한 경제가 되레 금리 우려를 부추겨 증시를 압박하던 차에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가세했다. 결국 그해 가을 S&P500 지수는 20%나 떨어져 약세장에 진입했다. [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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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주요 고객, 블랙웰 주문 연기"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들이 최신 인공지능(AI) 칩인 '블랙웰(Blackwell)'의 주문을 연기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닷컴의 클라우드 부문, 알파벳의 구글, 메타플랫폼스 등 소위 하이퍼 스케일러 기업들은 엔비디아 블랙웰 GB200 랙의 일부 주문을 줄였다. 하이퍼 스케일러는 대규모 클라우드 컴퓨팅 및 데이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인포메이션은 이들 기업이 100억 달러어치의 블랙웰 랙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블랙웰 [사진=블룸버그] 이들 기업이 블랙웰 주문을 연기하는 것은 출고 초기 발견된 과열과 작은 결함 때문으로 알려졌다. 인포메이션은 일부 고객사들이 차후 버전을 기다리거나 엔비디아의 기존 AI 칩 구매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시설에 최소 5만 개의 블랙웰 칩을 탑재한 AI 가속기 GB200을 설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주문 지연이 발생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요 협력사인 오픈AI는 엔비디아의 기존 세대 칩인 '후퍼(Hooper)'를 탑재한 가속기를 제공해줄 것을 요구했다. 블랙웰은 엔비디아의 향후 실적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제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4분기 블랙웰 매출이 기존 목표치를 초과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날 엔비디아의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동부 시간 오전 10시 54분 엔비디아는 전장보다 2.69% 내린 132.25달러를 가리켰다. mj72284@newspim.com 2025-01-1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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