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기 전망 무관, 부담 없는 진입 가격대면 OK"
[뉴스핌=박민선 기자] "내려오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서 밥 먹을 시간도 빠듯할 정도로 바빴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환율이 순식간에 1110원대까지 내려왔다. 6개월여 만의 저점 진입에 덩달아 강남 PB들의 손도 바빠졌다.
하락 이유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중단기 상승 가능폭에 대한 민감한 반응도 드물다. 이제 거액 자산가들의 달러 매입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자산배분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게 PB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29일 현재 외환거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115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주말 1122.5원에 마감한 뒤 이번 주 초 1108.5원까지 떨어진 이후 1110원대에서 등락 중인 모습.
이달 초까지만 해도 1160원대를 웃돌던 환율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실현 불확실성에 대한 반응으로 힘없이 내려앉고 있다. 여기에 환율조작국 지정 이슈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 지난해 말 1212.50원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해도 달러당 100원가량 내린 수준이다.
KEB하나은행 본점 창구 모습 <사진=김학선 기자> |
김탁규 IBK기업은행 반포자이PB센터 팀장은 "1130원대에서 급락하면서 분할 매수 권유에 적합한 범위에 들어왔다"며 "달러는 이미 고객들 사이에서 안전자산적 개념이 형성돼 있어 단기적으로 물리더라도 이 정도 수준이면 고객 입장에서도 부담 없이 들어가기엔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달러 투자로 재미를 느낀 고객들이 많아 굳이 전망에 대해 덧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인지할 만큼 고객 수요는 꾸준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청담지점장도 "현 수준이 완전히 바닥이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 분기, 반기, 연간 기준 보고 있는 환율 전망 범위 안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이어서 수요가 강하다"며 "이달 초 대비로 달러예금이나 달러화 ELS 비중이 많이 늘어 월 단위 증가폭 기준으로는 올해 가장 많다"고 전했다.
각 은행은 1110원대가 무너질 경우 전사적 차원에서 적극 비중 확대 전략을 구사할 계획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의 단기적 이슈와 무관하게 달러 투자가 거액자산가들 사이에서 통화 분산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외화예금 잔고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월 70조8653억원 수준이었던 외화예금 규모는 1년 만에 78조4297억원으로 늘어났다.
달러자산 투자를 하우스뷰로 제시해온 대신증권의 달러잔고(RP, 펀드, ELS, 채권 포함)는 24일 현재 3억5000만달러. 지난해 최고치 대비인 4억8322만달러 대비로는 감소한 수준이지만 올해 들어선 다시 2000만달러 가량 늘어난 상태다. 2015년 1월(2468만달러)과 비교한다면 13배가량 급증한 수준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글로벌 스트레지스트는 "환율조작국 이슈가 실제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은 단기에 그쳐 약달러 압력이 점차 경감될 것"이라며 트럼프의 친성장 정책은 꾸준히 강달러 흐름을 유지하게 만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권인섭 대신증권 금융주치의본부장은 "달러는 금융자산 관리 차원에서 오르면 단기적으로 청산하는 대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분산투자를 위해 보유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단기적 이익 전망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지 않고 자산을 지키기 위한 포트폴리오라는 것에 관해 관심을 계속 유도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