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로 도입 후 금리 하락, 수출·GDP 증가
BofA-ML "인구 증가로 여전히 성장 잠재력 있다"
[뉴스핌=김성수 기자] 프랑스 극우정당 마린 르 펜 국민전선(FN) 대표가 내세운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프렉시트(Frexit)'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프랑스는 독일 다음으로 유로존에서 가장 수혜를 많이 본 국가이기 때문에, 유로존을 떠나겠다는 주장 자체가 넌센스라는 것이다.
◆ 프랑스, 유로 도입 후 금리 하락 수혜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 <사진=블룸버그> |
마린 르펜 대선 후보는 '프렉시트'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EU의 규제가 프랑스의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으며, 유로 대신 자국 화폐인 프랑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당선 후 6개월 안에 프렉시트에 대한 국민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유로화 사용을 중단하며, 프랑스 프랑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다수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주장이 '넌센스'라는 입장이다.
기예 모엑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유럽 부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4일(현지시각)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유로화가 도입되기 전에는 금리가 훨씬 높았었다"며 "프랑스가 유로존 단일 통화 체제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유로화가 도입된 1999년 1월 1일 당시 약 3.78%였다. 이후 현재까지 국채 금리가 꾸준히 하락했고, 최근에는 1%대에 와 있다. 이것도 연초에는 0.7% 미만이었으나, 마린 르펜의 당선과 프렉시트 현실화에 대한 불안감으로 최근 1% 위로 상승한 것이다.
프랑스는 유로화를 도입한 이후 국채금리가 낮게 유지되는 등 경제성장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으며, 유로존을 떠나겠다고 주장한 후 국채금리가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 추이 <자료=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
◆ 유로화 도입 후 수출·GDP 모두 증가
실제로 프랑스는 유로화를 도입한 후 수출과 국내총생산(GDP)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가 유로를 도입하기 전인 1998년에는 수출이 3054억2900만유로였으며, 2004년에는 3632억800만유로로 19% 증가했고, 2015년에는 4559억9000만유로로 다시 25%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도 1998년에는 1조3501억6770만유로였으며, 2004년에는 1조7107억6000만유로로 27% 증가했고, 2015년에는 2조1810억6400만유로로 다시 27% 불어났다.
JP모간 자산운용의 빈센트 주빈스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프랑스의 지속적인 경기 침체가 유로 때문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아무런 근거를 찾지 못하겠다"며 "프랑스는 오히려 유로 덕분에 수출이 늘고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EC)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1.4%로, 작년보다 0.2%포인트(p) 상승할 전망이다.
◆ 인구 증가로 성장 잠재력
게다가 주요 투자은행(IB)들은 프랑스 경제가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BofA-메릴린치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프랑스는 다른 EU 국가들에 비해 인구통계학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다"며 "프랑스는 2018~2025년까지 자연성장률(natural growth rate)이 연평균 0.1~0.2%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독일은 이민이 더 빠르게 증가하지 않을 경우 자연성장률이 마이너스(-) 0.4%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자연성장률은 완전고용을 보장하는 경제성장률로, 인구증가율과 비슷한 개념이다. 즉 프랑스는 인구 증가로 인해 경제성장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독일은 인구 감소로 인해 성장이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오는 4월 프랑스 대선에서는 성장보다는 재정적자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프랑스 재정적자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9% 수준에서 내년에 3.1%로 증가해, EU 재정 규칙인 3%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