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이어 프랑스, 이탈리아로 경고음 확산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의 부채 위기 가능성이 재점화된 가운데 프랑스의 재정적자가 유럽연합(EU) 기준치를 조만간 넘어설 것이라는 경고가 제기, 유로존 부채 위기가 2라운드로 돌입하는 양상이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3차 집행이 지연되는 가운데 그리스 중앙은행이 13일(현지시각) 2015년 위기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화 <출처=블룸버그> |
이와 별도로 이날 EU집행위(EC)는 프랑스 차기 대통령이 강도 높은 긴축을 단행하지 않을 경우 재정적자가 내년 EU 기준치를 넘어설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유로존 곳곳에서 정치 리스크와 재정 위기가 불거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었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리스 중앙은행은 EU 지도부와 IMF가 구제금융 집행에 속도를 내지 않을 경우 경기 침체 위기가 재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제금융 집행이 당장 이달 안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불확실성의 수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2015년 상반기 발생했던 침체와 실물경제 충격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날 EC는 그리스가 지난해 재정 목표치를 크게 뛰어넘는 결실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이자 지급 전 GDP 대비 재정흑자가 2.3%로 목표 수준인 0.5%를 앞질렀다는 것. 이어 내년 흑자 규모가 3.7%로 확대될 것이라고 EC는 내다봤다.
하지만 IMF의 판단은 이와 다르다. 추가적인 예산 삭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리스의 GDP 대비 흑자 규모가 1.5%를 넘기 어렵다는 것이 IMF의 주장이다.
앞서 독일과 네덜란드는 IMF의 참여를 전제로 한 구제금융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C는 오는 15일 그리스를 방문하고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 및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재무장관과 만나 해결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리스 <사진=블룸버그> |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 그리스의 7월 디폴트 가능성을 둘러싼 경계감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엠소 애셋 매니지먼트의 패트릭 에스테룰라스 리서치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치프라스 총리가 가진 선택의 폭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며 “채권국의 요구 사항에 모두 동의하거나 조기 총선을 실시해 모든 결정을 차기 정부에게 넘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총선을 앞둔 프랑스에서도 경고음이 나왔다. 이날 EC는 프랑스의 재정적자가 2018년 GDP의 3.1%까지 상승해 EU의 기준치를 벗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재정적자 목표 수준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고, 이 때문에 프랑스의 재정 상태가 한계 수위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분과위원장은 “재정적자 목표치 달성은 국가의 신뢰도 측면에서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차기 대통령은 고강도 긴축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황은 이탈리아도 마찬가지. 지난해 말 기준 이탈리아의 공공 부채 규모는 GDP의 132.8%까지 치솟았고, 올해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채 시장은 이미 리스크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독일 대비 프랑스 국채의 수익률 프리미엄이 2012년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2% 선으로 상승해 동일 만기의 스페인 국채 수익률 1.6%를 훌쩍 뛰어 넘은 동시에 스프레드가 2012년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요르그 크래머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마리 르펜 후보가 프랑스 대선에서 승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재정 문제를 풀어내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ECB의 통화완화 정책 종료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