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메디톡스 등 3개 업체 면담...단순 '중재' 차원 머물 가능성도
[뉴스핌=박예슬 기자]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조 업체 간에 격화되고 있는 ‘균주 출처’ 논란이 당국의 개입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식약처 김진석 바이오생약국장, 김대철 바이오생약심사부장은 이날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를 만나 회사측 입장을 청취하는 시간을 갖는다. 오는 10일에는 대웅제약, 휴젤 대표도 각각 만날 예정이다.
당초 식약처는 3사간 보툴리눔 톡신 균주 논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논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격화되자 부득이하게 중재에 나선 것.
식약처 관계자는 “각 업체간 논쟁이 길어지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질 우려가 있어 중재를 하고자 이번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자리는 식약처의 ‘재심사’나 안전성 재검증을 위한 자리는 아닌 만큼 단순한 중재 차원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안전성의 측면에서는 허가를 받은 만큼 균주 특허권의 문제는 식약처의 소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각각 자사의 균주 출처에 대해 메디톡스는 1970년대 위스콘신대에서 연구하던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학술적 목적으로 들여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경기 용인시의 한 마구간 토양에서, 휴젤은 부패한 음식물에서 채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각사는 서로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이번 논쟁의 시발점은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 제기한 의혹이다. 기 의원은 당시 휴젤과 대웅제약이 자사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출처를 ‘부패한 음식물’, ‘토양’ 등으로 신고했으나 정확한 내역이 나와 있지 않다는 이유로 당국의 균주 관리 체계를 지적했다.
여기에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본격적인 의혹을 제기했다. 급기야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 균주 염기서열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정 대표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인 ‘홀 A타입’이 국내에서는 채취하기 어려운 형질이며 대웅제약이 공개한 해당 균주의 일부 염기서열이 메디톡스의 것과 100%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또 ‘홀’이라는 명칭도 미국의 이반 홀 박사가 분리, 동정한 균주에만 붙일 수 있는 고유명사라며 대웅제약이 이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엘러간이나 메디톡스의 기존 명성에 편승하려는 의도라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대웅제약도 메디톡스의 균주 출처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지피고 있다. 메디톡스가 주장하는 대로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한국으로 반입해 왔다면 어떻게 ‘밀반입’된 균주로 의약품 허가를 받았는지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사의 A형 균주에 대해서도 전세계 토양에 다수 분포하고 있으며 이를 논문 등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염기서열이 일치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자사의 균주가 메디톡스 뿐 아니라 다른 여러 균들과도 동일한 서열을 보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또 다른 경쟁사인 휴젤 역시 염기서열 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문경엽 휴젤 대표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는 부패한 환경의 토양, 음식물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균주로 중요한 것은 그 균주로 의약품을 만들 수 있는 단백질 분리 정제 기술”이라며 “이 기술이 특허를 낼 수 있는 회사 고유의 프로토콜”이라고 밝힌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박예슬 기자 (ruth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