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신고, 신용평가 규정 완화... 수요 있을지 미지수
[뉴스핌=백진규 기자]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었던 적격기관투자자(QIB) 제도를 금융당국이 손질해 8월부터 시행한다.
중견기업들이 쉽게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12년 5월 도입한 이 제도는 지금까지 4년여 동안 단 1건, 10억원 어치만 활용됐다.
발행 대상을 ‘금융기관 공기업을 제외한 총자산 50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 중 채권을 발행한 적이 없는 기업’으로 제한한 게 문제였다. 유통 방식도 금융투자협회 프리본드 플랫폼만을 이용하도록 해 실패를 자초했다. 증권신고서 면제, 발행절차 간소화 등의 우대정책도 효과를 내지 못했다.
미국(1990년), 영국(1995년), 일본(2008년) 등 선진국이 QIB를 도입해 시장을 확대한 것과는 대비되는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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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는 우선 QIB 대상기업 총자산 제한을 5000억원 미만에서 2조원으로 늘리고, 채권 발행 실적이 있더라도 QIB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프리본드 플랫폼만 이용할 수 있던 규정도 프리본드와 함께 장외거래도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예탁원 QIB 결제를 통한 전매거래도 허가하기로 했다.
공시제도를 완화해 증권신고서 대신 발행인 사항을 대폭 간소화한 QIB신고서를 제출하면 된다. 유통공시 때에도 사업보고서, 수시공시 등을 면제한다. 공모시장과 비교해 볼 때 발행분담금이 들지 않고, 신용평가도 1개 기관에서만 받아도 되는 만큼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적격기관투자자 요건도 한국은행, 공기업, 연기금, 일반 금융회사, 외국인, 집합투자기구 등으로 넓혔다. 연기금이나 금융회사에 QIB채권에 투자하는 경우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산출에서도 혜택을 주기로 했다.
◆공모시장 위축 vs 실제 수요 미지수… 아직은 혼란
이같은 개선안에 대해 시장에서는 여전히 효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우량 기업들이 공모시장을 빠져나가 QIB로 편입되면서 공모시장의 위축될 가능성도 있고, 실제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6일 “자산규모 2조원 미만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이 전체 회사채 시장의 20% 정도를 차지한다”며 “QIB간 거래에서 회사채 발행 소요시간도 단축되고, 신용평가도 간소화되면 상대적으로 등급이 낮은 중견 건설사들이 공모 시장을 이탈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대부분 QIB채권을 발행하게 될 회사들은 BBB이하 투기등급 기업이라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편의성이 문제가 아니라 투자 안정성을 우려할 것”이라며 “발행자 입장에서 제도를 개혁해도 투자자가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금투협은 앞으로 수요 창출 효과를 지켜보면서 부족한 부분은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한조 금투협 과장은 “발행금리는 QIB가 공모시장보다 조금 높아지더라도 편의성으로 인해 일정 수요는 창출할 것으로 예상한다”며“이번 제도는 선택권을 하나 더 늘려주는 ‘옵션’의 개념이고, 유동성과 안정성이 높은 상위등급 회사채는 공모시장에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도 시행 전까지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만큼, 시행 이후에도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세부 사항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백진규 기자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