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6월 금리인상 기대 후퇴…당분간 약세"
[뉴스핌=김성수 기자] 세계 최대 외환 거래 은행인 씨티그룹이 미국 달러화가 길게 보면 결국 강세로 돌아서겠지만 아직 매수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경고했다.
이는 지난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였으나 달러 약세 기조를 뒤집지 못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주목된다.
토드 엘머 씨티그룹 외환 전략가는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과 위원들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있어 글로벌 금융 환경의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방식을 바꾸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이제 연준은 미국 경제지표만 보고 금리인상을 결정하지는 않는다"며 "이에 따라 달러 강세도 쉽게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씨티는 선진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약세를 전망하고 있다. 씨티는 유로/달러 환율이 1.05~1.15달러 사이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며 단기적으로 유로 강세 압력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장기적으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회복하거나 글로벌 경제가 더 둔화된다면 달러화가 강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 연준 금리인상 전망 후퇴.. 당분간 달러 약세 기조
옐런 의장이 지난주 연설에서 중국 성장 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을 '위험 요인'으로 언급하며 "금리인상을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발언한 이후, 트레이더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예상 시점을 뒤로 미루고 있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지난 1일 금리선물시장에서는 오는 12월까지 미국 기준금리가 한 차례 인상돼 있을 확률을 59%로만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올해 두 차례 금리인상을 예상하는 연준의 시각에 비하면 시장이 예상하는 금리인상 속도가 눈에 띄게 더뎌진 것이다.
엘머는 "투자자들이 연준의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 한, 달러 약세가 시장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1년간 달러인덱스 추이 <사진=블룸버그통신> |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 달러 인덱스는 지난달 31일에 작년 6월 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자금 매니저들 사이에서 달러에 대한 순매수 포지션은 지난 2014년 이후 최저치로 급감했다.
엘머 전략가는 "미국이 세계 경제 회복세를 주도하면서 연준이 다시 금리인상에 시동을 거는 상황은 올해 말 쯤에 다시 나타날 것"이라며 "다만 한동안은 연준이 경제지표 반등에 맞춰 긴축 기조에 나설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면서 달러는 원자재 생산국 통화나 신흥국 통화보다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에서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리스크를 반영할 때까지는 달러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 가치는 지난 1분기 동안 호주달러 대비 4.9% 급락했다. 이는 지난 2011년 4분기 이후 최대 낙폭이다. 또한 달러는 같은 기간에 뉴질랜드달러 대비 1.1% 하락했다.
반면 신흥시장 통화지수는 이 기간에 4% 급등하면서 2012년 이후 분기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