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스크 커지자 안전자산 선호심리 발동
[뉴스핌=이승환 기자] 중국 최대 민속 명절 춘제(春節,음력 설)를 맞아 중국판 강남 사모님들 사이에는 요즘 금 제품 사재기가 붐을 이루고 있다. 주가폭락, 환율급등으로 금융 투자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국인들의 오랜 금 선호 심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경화시보(京華時報)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금 시세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베이징의 대형 귀금속 상점 곳곳에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4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베이징의 유명 귀금속 업체의 라이바이(萊百)의 지난 1월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0%나 늘어난 10억위안을 기록했다. 고가 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장자이커우(蔣宅口) 고급 매장의 경우 막대형 금괴 판매량이 15% 넘게 늘었다. 특히 새해를 기념하는 12지신 금 제품이 지난해 연초대비 50% 이상 많이 팔려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달 귀금속 수요 증가에 힘입어 상하이 금 거래소의 기준 금 시세가 g당 5위안 상승했다. 최근 베이징의 대형 귀금속 유통업체들도 올 들어 처음 금제품 가격을 일제히 상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의 유명 금속 매장 궈화의 한 관계자는 "과거와 비교해 금값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금제품을 사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목걸이, 팔찌 등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며 매출이 전달대비 5배 넘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사진=바이두> |
이 같은 추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가폭락, 환율급등으로 금융투자자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글로벌 금 시세가 지난 6년래 최저수준까지 하락한 점도 중국인들의 금 매입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중국인들이 본격적으로 금 매입에 나선 것은 환율이 급등한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위안화 하락 압력이 지속된 가운데 위안을 내다 팔고 달러를 사들일 수 있는 길이 제한되자 금시장으로 우르르 몰려든 것.
중국 중금재선(中金在線)에 따르면 지난 12월 중국과 홍콩이 스위스로부터 수입한 금이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했다. 이기간 홍콩에서 중국으로 흘러간 금의 양이 전달대비 67%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금이 중국 본토로 유입된 셈이다.
중국황금협회는 3일 2015년 중국의 금 소비량은 985.9톤으로 전년대비 3.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3년 9월 이후 하락세를 보였던 금화와 금괴의 소비량도 각각 4.8, 78%씩 증가했다.
협회는 이날 "중국에서 금 소비가 다시 성장세를 재개한 것으로 보고있다"며 "최근 증시 급락과 위안화 가치 절하 등에 대한 우려 탓에 금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금가격이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춘제를 앞두고 단기적으로 금 선물 수요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복을 불러오는 것으로 알려진 황금 원숭이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귀금속 업계에 따르면 양의 해였던 지난 2015년 황금양 판매량 대비 올해 황금 원숭이의 판매량이 50%정도 높은 수준이다.
귀금속 업체의 라이바이의 한 관계자는 "최근 매장에서 가장인기있는 상품은 황금 삼불후(三不猴, 귀와 눈을 막고 있는 원숭이 모형)로 하루에도 300여개씩 팔려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