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후 저금리 유지한 미국 영국만 경기 살아나"
[뉴스핌=배효진 기자] 이번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준금리 인상 문제를 둘러싼 '설전(舌戰)'이 여전히 뜨겁다.
9월 혹은 연내 금리인상설이 여전히 지지를 받는 가운데, 앞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 등 주요 국제기구들이 연준의 금리인상 시점을 애년으로 연기할 것을 권고했다. 이런 권고는 인도 중앙은행 총재를 맡고 있는 라구람 라잔 등과 같은 유력 인사들로 이어졌다. 앞서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경우 오히려 추가 양적완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정면으로 금리인상 계획을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나아가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은 물론 과거 주요국 경제가 금리인상 후 침체를 되풀이했던 사례를 교훈삼아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상 시점을 미루고 인상 속도도 낮춰야 한다는 견해나 물가 상승이 확인된 이후에 금리를 올려도 늦지 않다는 경제학자의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최근인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유럽의 강소국으로 꼽혔던 스웨덴이 금리 조정 이후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경험을 볼 때 연준 역시 금리인상에 대한 입장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케네쓰 로고프 교수의 발언을 빌어 "물가 2% 목표 달성에 확신이 없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잘못"이록 지적했으며, 파이낸셜타임스(FT)와 배런스(Barrons)까지 이런 의견에 동조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 너무 급했다…제자리걸음 한 스웨덴, 이스라엘
스웨덴은 2010년 중순부터 기준금리 인상 노선에 올라탔다. 여전히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저금리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우려한 영향이다. 이에 스웨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0.25%로 내린 이후 2010년 7월부터 1년간 기준금리를 2%까지 끌어올렸다.
금리인상 이후 경제가 허덕이는 모습을 보이자 스웨덴은 다시 노선을 바꿔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지난 2월 기준금리를 기존 0%에서 마이너스(-) 0.1%로 인하하고 양적완화(QE)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013년 스웨덴 중앙은행 릭스방크의 부총재를 지낸 라스 스벤슨은 신문과 대담에서 "당시 긴축 결정은 너무 성급했고 결국 많은 비용을 불러왔다"고 회고했다.
스웨덴에 앞서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금리인상 방아쇠를 당겼던 이스라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당시 스탠리 피셔가 총재로 있던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2009년 0.5%던 기준금리를 2년 만에 3.25%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와 저조한 인플레 영향에 후임자인 카닛 플러그 총재는 금리를 0.10%로 인하했다.
스웨덴과 이스라엘, 캐나다, 한국 등 금융위기 이후 긴축에 나선 경제가 최근 부진한 모습과 달리, 금리를 올리지 않았던 미국과 영국 경제는 견조한 회복세로 대조적인 양상에 있는 지적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경제가 탄탄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최근 이들 국가의 긴축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지만, 성급한 금리인상이 경제둔화와 물가하락 등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을 불러와 중앙은행이 다시 노선을 선회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 "물가 목표 달성 확신 있어야"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은 목표치인 2% 물가 달성에 대한 연준의 자신있는 태도에서 비롯되고 있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서 "물가 상승률이 2%에 이르기까지 긴축을 기다릴 수 없으며 물가를 누르는 힘이 약해지면서 물가가 오를 것이란 근거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연준이 '금리를 한 번 올린 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반응을 상당기간 관망할 것'이라는 시장의 견해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물가 달성에 대한 확연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긴축에 나서면 안된다는 반론도 있다. 케네쓰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12일 블룸버그 서베일런스에 출연해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는 "대체 금리인상론의 논리가 무엇이냐"며 "지금 금리인상에 나서는 것은 불균형만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통화 정책자들이 물가 목표치에 대한 확신없는 자신에 머무르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물가가 확인된 후 금리인상에 나서도 충분함에도 성급한 결정을 내릴 경우 문제 해결이 어려워진다는 판단이다.
그는 "통화정책 결정자들은 그들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긴축에 나서면 안 된다"며 "이는 아무런 가치 없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고용지표와 경제성장률과 달리 미국의 인플레 압력은 더욱 약화되고 있는 추세다.
연준이 핵심 물가지표로 보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 7월 1.2%를 기록하며 201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목표치 2% 물가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로고프 교수는 "정책자들은 정책 방향에 대해 확신을 주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처럼 시장 혼란과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말판 파이낸셜타임스(FT)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긴축은 주요국 경제가 직면한 저물가 우려를 심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FT는 "미국의 물가가 지속적으로 목표치를 밑돌 경우, 물가가 언젠가 오를 것이란 연준의 믿음에 오히려 경계감이 커질 것"이라며 "연준이 글로벌 경제에 할 수 있는 최고의 공헌은 금융시장 전반에 세세하게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경제성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초저금리 자금이 신흥국 경제로 유입되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오히려 그것이 미국의 주도 하에 세계 경제가 성장하는 것보다 더욱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
9월 혹은 연내 금리인상설이 여전히 지지를 받는 가운데, 앞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 등 주요 국제기구들이 연준의 금리인상 시점을 애년으로 연기할 것을 권고했다. 이런 권고는 인도 중앙은행 총재를 맡고 있는 라구람 라잔 등과 같은 유력 인사들로 이어졌다. 앞서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경우 오히려 추가 양적완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정면으로 금리인상 계획을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나아가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은 물론 과거 주요국 경제가 금리인상 후 침체를 되풀이했던 사례를 교훈삼아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상 시점을 미루고 인상 속도도 낮춰야 한다는 견해나 물가 상승이 확인된 이후에 금리를 올려도 늦지 않다는 경제학자의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최근인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유럽의 강소국으로 꼽혔던 스웨덴이 금리 조정 이후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경험을 볼 때 연준 역시 금리인상에 대한 입장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케네쓰 로고프 교수의 발언을 빌어 "물가 2% 목표 달성에 확신이 없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잘못"이록 지적했으며, 파이낸셜타임스(FT)와 배런스(Barrons)까지 이런 의견에 동조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 너무 급했다…제자리걸음 한 스웨덴, 이스라엘
스웨덴은 2010년 중순부터 기준금리 인상 노선에 올라탔다. 여전히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저금리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우려한 영향이다. 이에 스웨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0.25%로 내린 이후 2010년 7월부터 1년간 기준금리를 2%까지 끌어올렸다.
금리인상 이후 경제가 허덕이는 모습을 보이자 스웨덴은 다시 노선을 바꿔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지난 2월 기준금리를 기존 0%에서 마이너스(-) 0.1%로 인하하고 양적완화(QE)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013년 스웨덴 중앙은행 릭스방크의 부총재를 지낸 라스 스벤슨은 신문과 대담에서 "당시 긴축 결정은 너무 성급했고 결국 많은 비용을 불러왔다"고 회고했다.
스웨덴에 앞서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금리인상 방아쇠를 당겼던 이스라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당시 스탠리 피셔가 총재로 있던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2009년 0.5%던 기준금리를 2년 만에 3.25%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와 저조한 인플레 영향에 후임자인 카닛 플러그 총재는 금리를 0.10%로 인하했다.
스웨덴과 이스라엘, 캐나다, 한국 등 금융위기 이후 긴축에 나선 경제가 최근 부진한 모습과 달리, 금리를 올리지 않았던 미국과 영국 경제는 견조한 회복세로 대조적인 양상에 있는 지적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경제가 탄탄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최근 이들 국가의 긴축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지만, 성급한 금리인상이 경제둔화와 물가하락 등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을 불러와 중앙은행이 다시 노선을 선회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 "물가 목표 달성 확신 있어야"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은 목표치인 2% 물가 달성에 대한 연준의 자신있는 태도에서 비롯되고 있다.
스탠리 피셔 연방준비제도 부의장 <출처=블룸버그통신> |
하지만 물가 달성에 대한 확연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긴축에 나서면 안된다는 반론도 있다. 케네쓰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12일 블룸버그 서베일런스에 출연해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는 "대체 금리인상론의 논리가 무엇이냐"며 "지금 금리인상에 나서는 것은 불균형만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통화 정책자들이 물가 목표치에 대한 확신없는 자신에 머무르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물가가 확인된 후 금리인상에 나서도 충분함에도 성급한 결정을 내릴 경우 문제 해결이 어려워진다는 판단이다.
그는 "통화정책 결정자들은 그들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긴축에 나서면 안 된다"며 "이는 아무런 가치 없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고용지표와 경제성장률과 달리 미국의 인플레 압력은 더욱 약화되고 있는 추세다.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추이 <출처=FXstreet> |
로고프 교수는 "정책자들은 정책 방향에 대해 확신을 주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처럼 시장 혼란과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말판 파이낸셜타임스(FT)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긴축은 주요국 경제가 직면한 저물가 우려를 심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FT는 "미국의 물가가 지속적으로 목표치를 밑돌 경우, 물가가 언젠가 오를 것이란 연준의 믿음에 오히려 경계감이 커질 것"이라며 "연준이 글로벌 경제에 할 수 있는 최고의 공헌은 금융시장 전반에 세세하게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경제성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초저금리 자금이 신흥국 경제로 유입되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오히려 그것이 미국의 주도 하에 세계 경제가 성장하는 것보다 더욱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