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그룹 물량은 성장동력...일감몰아주기 규제도 피해
[뉴스핌=강필성 기자] “오너가 어떤 친소관계를 유지하고 있느냐에 따라 매출이 좌우됩니다.”
한 급식·식자재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업계에서는 공공연하게 나도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주요 급식·식자재업체는 재벌총수의 친인척 그룹에서 상당부분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그룹 내부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친인척 그룹의 거래여부는 급식사업 성장의 ‘핵심’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반해 친인척간 관계가 좋지 못한 급식·식자재업체의 경우는 각개전투가 한창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급식업체는 이른바 재벌총수와 친인천 그룹에서 주도하고 있다. 특히 양자간 친소관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다.
대기업의 대규모 사업장은 모두 단체급식을 위한 시설을 구비해야하는데, 이때 외주를 누구에게 줄 것이냐가 핵심이다. 사실 주요 그룹에서 공개입찰로 단체급식 시설을 발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그룹의 친인척 계열사에 꼭 급식기업이 끼어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아워홈은 LG그룹과 GS그룹으로부터 안정적으로 급식을 수주하고 있다.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3남으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삼촌이다. 더불어 LG그룹과 공동창업 계열인 GS그룹 역시 사실상 친인척 그룹으로 통하고 있다. LG그룹은 재계에서도 형제간, 친인척간 갈등이 없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아워홈의 LG그룹 전반에 대한 급식은 상당기간 안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심지어 아워홈 주요 임원들이 LG전자 휴대폰, LG유플러스 통신망을 쓴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아워홈 관계자는 “친인척 그룹이자 고객사의 제품을 쓰는 것도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범 현대가의 안정적인 급식 공급을 토대로 빠르게 성장한 급식업체 현대그린푸드를 보유 중이다. 범 현대가는 재계에서 가장 많은 방계 위성그룹을 형성한 곳 중 하나다. 이는 고스란히 현대그린푸드의 강점이 됐다.
이 회사는 현대차를 비롯해 현대중공업 등 범 현대가 주요 친인척 기업의 사업장에 급식을 제공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13년 업계 2위로 꼽히던 아워홈을 눌렀고 현대가의 해외사업장까지 급식을 확대하며 안정적 사업을 영위 중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3남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범 현대가 내에서도 젊은 오너로서 좋은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같은 친소관계 물량은 최근들어 더욱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내부 물량을 계열사에 몰아주는 것이 적잖은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규제에서 친인척 그룹의 물량은 예외다. 현행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계열분리된 친인척 그룹의 물량에 대해서는 별도로 규제하지 않는다. 친인척이라도 계열분리가 됐다면 제3자라고 보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급식업체가 안정적인 친인척 물량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범 삼성가의 분위기는 정 반대다.
급식업계 1위를 차지하는 삼성웰스토리는 방계와의 거래보다는 그룹 내 계열사의 물량을 소화하는 것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그 사이 친인척 그룹들도 경쟁사를 설립하고 나섰다. CJ그룹은 CJ프레시웨이를, 신세계그룹은 신세계푸드를 계열사로 갖고 있다. CJ프레시웨이의 경우 급식시장에서 철수했지만 그렇다고 CJ그룹이 삼성웰스토리와 거래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범 삼성가의 미묘한 거리감 때문이다. 삼성과 CJ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그의 형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유산 소송을 벌이며 첨예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맹희 전 회장은 이재현 CJ 회장의 부친이다. 이 소송 과정에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 미묘한 중립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삼성가와 비슷한 경우는 또 있다. 롯데그룹의 롯데푸드 역시 친인척과 별다른 관계를 갖지 않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동생인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갈등관계가 원인이다. 신춘호 회장이 롯데공업의 라면사업 진출을 두고 갈등을 벌이다가 농심으로 간판을 바꿔 단 이후 사실상 교류를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농심은 구내식당 및 사업장 등에 롯데푸드의 급식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급식업계는 정부발주 급식사업 입찰의 경우 내부 매출 비중을 낮출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인 터라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며 “수의계약으로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친인척 기업의 존재가 가장 값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