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아껴 높은 수익률에 재투자하면 주주들 더 이익"
[뉴스핌=김성수 기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주식투자를 할 때 배당주를 선호한다. 배당이 꼬박꼬박 나오는 기업들은 장기간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경우가 많아 버핏과 같은 가치투자자의 선호 대상 영(0)순위다.
반면 워런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해서웨이(종목코드: BRK.A)는 역설적이게도 배당을 지급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배당으로 지급하는 대신 더 높은 수익률에 재투자하면 주주 부를 더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버핏은 배당은 이중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주주들 입장에서도 좋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기업 이익에서 세금을 차감한 후 남은 순익으로 배당을 지급하는 것인데, 주주들이 배당을 받으면 그에 대한 세금이 또 부과되니 이중과세라는 것이다.
배당에 부정적인 경영자가 버핏만 있는 것은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기술전문기업 텔레다인(Teledyne)의 헨리 싱글턴 창업자도 배당이 주주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는 "주주들에게 배당을 지급하느니 이를 유보해서 자사주 매입에 쓰거나 부채를 갚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텔레다인의 연도별 매출·순익·주당 순익(단위: 주당 순익 제외하고 백만달러) <출처=밸류워크(Valuewalk)> |
이처럼 버핏은 배당을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대신 기업 재투자에 사용한다면 기업 가치가 더 높아져 결국 주주들에게 더 이익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버핏이 지난 2012년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을 보면 이러한 인식이 잘 드러난다. 아래는 연례서한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 버핏 2012년 연례서한 주요내용
당신과 내가 순자산이 200만달러인 기업의 주주라고 가정해보자. 이 기업은 자기자본수익률(ROE)이 12%라서 순자산 200만달러에 대해 순익이 24만달러 발생하며, 이를 재투자하면 다시 12% 순익을 얻을 수 있다.
만약 기업 주식을 주식시장에 내다 팔면 장부가치의 1.25배를 받을 수 있다. 즉 기업 시가총액은 250만달러이고, 당신과 내가 각각 125만달러씩 나눠갖게 된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출처=AP/뉴시스> |
이 경우 회사 ROE는 원래 12%에서 8%로 떨어진다. 재투자된 자금 16만달러에서 다시 12%의 ROE가 발생한다면 그 다음해 순익은 2만달러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처음 순익 24만달러의 8%에 해당된다. 이렇게 해서 10년 동안 배당과 순익이 꾸준히 8%씩 올랐다고 해 보자.
그러면 10년 후 회사 순자산은 431만7850달러로 증가한다. 같은 해 당신의 배당금은 8만6357달러로 불어난다. 이 기업 시가총액은 539만7312달러로 커져, 당신과 내가 각각 269만8656달러씩 나눠갖게 된다.
만약 여기서 다른 시나리오를 선택해보면 어떨까. 당신과 내가 첫 해 년도에 배당을 받지 않고 전부 재투자한 다음, 보유 주식의 3.2%를 매년 되팔아서 현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주가는 장부가치의 1.25배이기 때문에, 보유 주식의 3.2%를 되팔면 우리는 배당 없이도 4만달러를 똑같이 얻을 수 있다. 이렇게 10년을 반복하면 당신의 지분율은 36.12%로 떨어지겠지만, 12%의 높은 ROE로 꾸준히 재투자가 이뤄져 당신 몫의 회사 순자산은 224만3540달러가 돼 있을 것이다.
이를 다시 장부가치의 1.25배로 시장에 내다판다면, 당신 몫의 회사 시가총액은 280만4425달러가 된다. 앞서 배당을 받았을 때의 269만8656달러보다 4% 많은 액수인 것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