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80조 시장 전망…미래 먹거리 쟁탈전 치열
사물인터넷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사물인터넷 시대는 이미 내 삶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수면 중 심장마비 위험 경고 등 향후 도래할 사물인터넷 세상은 인류의 삶을 좀 더 윤택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새로운 위기와 도전에 봉착한 기업들에겐 사물인터넷이 미래 먹거리가 될 전망이다. 더 이상 만물과 소통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지 못한다.우리는 어떻게 사물인터넷 강국이 될 것인가. 동시에 사물인터넷 시대 보안위협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각계 전문가의 목소리를 뉴스핌이 생생하게 전달한다. <편집자주>
[뉴스핌=김연순 기자] # 사상최악의 100중 추돌사고를 냈던 영종대교에서 또 다시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가시거리가 10m 정도인 짙은 안개가 운전자들의 시야를 방해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후발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자동차와 자동차 간 통신(소통)을 통해 앞선 차의 사고 발생을 감지한 뒷차의 자체 자동 제어 기능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진화된 사물인터넷 시대의 대표적인 사례다. 가상 현실에 기반한 것이지만, 무인자동차와 사물인터넷이 완벽하게 결합될 경우 머지 않아 현실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스마트홈'을 기본으로 '무인자동차부터 의료기기까지' 사물인터넷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비록 대중화, 상용화까지는 거쳐야 할 관문이 적지 않지만 사물과 사물의 소통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지켜준다는 점에서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위기와 도전에 봉착한 기업들에겐 사물인터넷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란 얘기다.
삼성전자가 올해 사물인터넷 지원에 1억달러를 투자하고 2020년까지 모든 삼성전자 제품을 사물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국내외 전자·통신업체간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동시에 국적을 따지지 않고 국내외 업체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업무제휴를 추진하는 등 새로운 먹거리 선점을 위한 합종연횡과 눈치싸움도 격화되고 있다.
국내 대형 ICT 기업들이 국내외 기업들과 합종연횡을 통해 사물인터넷 지도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 삼성·LG, 'IoT 미래 먹거리'로 시장선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B2B와 사물인터넷 분야의 사업 추진을 미래 먹을거리로 발표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16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B2B 관련 전시회 '세빗(CeBIT) 2015'에서 B2B 전용 브랜드인 '삼성 비즈니스(SAMSUNG BUSINESS)'를 처음 공개하고 금융, 의료, 교육, 물류 등의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기업 솔루션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B2B 영역에서 모든 사물을 IT(정보기술)로 연결하려는 시도를 통해 한단계 더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올 한해에만 IoT 개발자 지원에 1억달러를 투자하고 2020년에는 모든 제품이 IoT로 연결될 수 있는 서비스 기반을 구축키로 했다. 사물인터넷 제품의 비율을 지속적으로 늘려 TV는 2017년, 나머지 삼성전자의 모든 제품은 2020년까지 100% IoT에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다는 것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제46기 주주총회에서 "스마트헬스, 스마트홈 등 IoT 신사업을 본격 추진해 미래 경쟁력 확충을 위한 선제 대응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B2B와 IoT 사업영역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차세대 TV와 스마트폰, 태블릿PC, 웨어러블 기기, 시스템에어컨 등 모든 주력사업에서 B2B 역량을 키우면서 IoT를 접목한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완성차와도 카메라와 영상 디스플레이, 후방램프, 스마트워치 등의 스마트카 신사업 협업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 사장은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같은 개인기기가 다양한 기기와 연동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며 "사물인터넷 관련 기술을 더욱 강화해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자동차와 사물인터넷의 결합인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은 아직 초기단계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 최근에는 구글 등 인터넷 업체에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사물인터넷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인프라 구축이 진행되면 양산차에도 멀지 않아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사물인터넷 기술이 무인자동차에 완벽히 적용될 경우 교통사고를 예방해 인간의 생명을 지켜주는 획기적인 시스템 개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 국내 3대 통신사도 플랫폼 경쟁 '잰걸음'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의 사물인터넷 시장 선점 경쟁도 뜨겁다.
3대 통신사 중 국내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 장동현 사장은 지난달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스타트업 중심의 사물인터넷 개방형 플랫폼인 '모비우스' 상용화 계획을 발표했다. 모비우스는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IoT, 웨어러블 기기 등의 제품을 지원하는 것으로, 중소·벤처기업 등 개발자는 누구나 이 플랫폼을 이용해 IoT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장 사장은 당시 "누군가는 플랫폼이라는 생태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수직적인 혁신 서비스와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해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곳이 바로 스타트업"이라고 강조했다.
KT도 하나마이크론과의 사물인터넷 플랫폼 공급계약, 부산대학교와의 사물인터넷 병원 설립 등 5세대(5G)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사물인터넷 플랫폼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황창규 KT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차세대 미디어, 보안 등의 영역에서도 KT가 보유한 광대한 유무선 네트워크와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플랫폼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기회와 성과가 창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도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이상철 부회장이 직접 나서 핀테크와 홈 IoT 비즈니스 강화에 나섰다.
LG유플러스는 MWC에서 가전 제어 솔루션 '홈메니저', 피부진단 솔루션을 탑재한 '매직미러' 등 홈 사물인터넷와 최대 50Gbps의 속도가 가능한 5G 기술 등 차세대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부회장은 "결국 ICT는 사람들의 노력을 대체하고 시간과 돈, 노력을 넘어서 인간의 논리적 생각까지 대체할 것"이라며 "이 같은 변화는 우리 아들 세대에 도래할 수 있고 어쩌면 더 빨리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구글 등 세계 IT 공룡 M&A 가속화
사물인터넷 시대 선점을 위한 구글, 인텔 등 전 세계 IT 공룡들의 인수·합병(M&A) 경쟁도 가속화하고 있다. IoT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흡수하는 게 경쟁력 확보에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물인터넷시장의 M&A 거래 수 및 인수금액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 451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사물인터넷 부문 업체 간 M&A 거래는 약 60건, 인수금액은 143억달러(약 15조6000억원)로 집계됐다. IoT 분야 M&A 건수는 2010년 12건, 2011년 17건, 2012년 14건, 2013년 19건에서 지난해 3배 이상 늘어났다. 금액 기준으로는 8배에 달했다.
구글은 지난해 1월 온도조절장치 제조기업 네스트랩스를 32억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6월에는 인터넷 감시 카메라 업체인 드롭캠을 5억5000만달러에 사들였다. 구글은 최근에는 모바일 결제업체 소프트카드 인수를 발표하면서 플랫폼 분야 강화에도 나섰다.
인텔은 지난달 광대역 브로드밴드 네트워크와 칩 등을 제조하는 독일의 란틱을 인수한데 이어 피트니스 밴드 및 스마트워치 스타트업인 베이직사이언스를 사들였다. 퀄컴은 지난해 7월 무선 칩셋 제조사 월로시티를, 10월에는 저전력 블루투스 기술을 보유한 영국의 반도체 기업 CSR를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IoT 분야 M&A 대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미국의 개방형 플랫폼업체 스마트싱스를 인수했고 올해 1월에는 비접촉 검진 기술과 관련 센서로 알려진 헬스케어 분야 IoT 스타트업 이스라엘의 얼리센스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451리서치는 구글·삼성·퀄컴·시스코 등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이 핵심 성장동력으로써 사물인터넷을 간주한 것으로 분석하며 2015년에도 활발한 M&A가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물인터넷 도입에 따른 위험과 비용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자 경쟁사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써 M&A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2022년 IoT시장 1280조…묻고 따지지 않는 글로벌 '합종연횡'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선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선 국내 기업 CEO(최고영영자)들의 IoT 관련 업무제휴 선언이 잇따랐다.
우선 삼성전자는 갤럭시S6에 들어간 무선충전 기술의 확산을 위해, 가구업체 이케아와 손을 잡았다. 책상이나 침대를 만들 때부터 무선충전 장치를 고려해, 선 없는 충선을 일상화시키는 전략이다.
지난해 7월에는 구글 주도의 사물인터넷 규약 컨소시엄인 '스레드그룹'에 참여했으며 시스코와 특허 상호사용 계약을 맺기도 했다.
LG전자는 아우디 자동차 전시장에서 LTE 통신모듈이 탑재된 자사의 스마트워치 'LG 워치 어베인 LTE'를 통한 자동차 제어 기능을 시연했다.
또한 독일 폭스바겐그룹과도 스마트카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LG전자는 폭스바겐그룹 산하 디자인 하우스인 '이탈디자인 주지아로'가 올해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인 자율주행 럭셔리 콘셉트카 '제아'에 전자장치 부품을 공급했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LG전자는 지난해 9월 마이크로소프트 최고 경영진과 '사물인터넷 분야 포괄적 협력'을 내용으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LG U+는 MWC에서 카타르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오레두(Ooredoo)와 IoT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KT는 노키아, 코웨이와 각각 LTE-M, 스마트 홈 IoT를 시연하는 한편 사업협력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역시 향후 IoT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 업체들과 과감한 업무제휴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지난 1월 SK텔레콤은 인텔과 사물인터넷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모든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 시장은 지난 2013년 2030억달러(220조) 규모에서 매년 20% 이상 성장해 2022년 1조2000억달러(1280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 1월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전시회에 참여한 3600여개 기업 중 IoT 관련 제품을 내놓은 곳이 900개를 넘어섰다.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장 사장은 지난 CES에서 "향후 수년간 글로벌 IT업계의 화두는 IoT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2~3년 사이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사물인터넷이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