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앞다퉈 대규모 투자…국내 업체 IoT 시대 조연에 그칠 수도
[뉴스핌=김선엽 기자] # 트위터 사용자인 한국 직장인 A씨(남, 36세)는 가끔씩 트위터의 '추천친구'를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핸드폰 주소록에 있는 사람이나 지인의 친구가 추천되는 건 그러려니 하지만 대학 때 잠시 몸 담았던 연합동아리 회원이 추천친구로 뜨거나 10여 년 전 미국 어학연수 당시 알았던 친구 이름이 떡 하니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소름이 끼친다. 그에 비하면 카카오톡의 친구추천은 매우 얌전하다는 생각이다.
최근 빅데이터 사업이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 동안은 자사의 상품 마케팅에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선에서 그쳤지만 사물인터넷(IoT)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앞 다퉈 방대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기업이다. 삼성과 LG는 물론이고 이통통신 3사들도 IoT 진출 선언을 한 상태다. 그러나 아직까지 센서나 반도체 등의 하드웨어나 5G 등 통신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카드사를 중심으로 빅데이터 활용 영역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들이 수집한 정보를 자체적인 마케팅에 활용하는 정도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도래해도 국내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외국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업계가 차지할 수 있는 파이는 한정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지난 1일 IBM은 IoT 신사업부를 설립, 향후 4년간 30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IBM 분석 사업 총괄 밥 피치아노 수석 부사장은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들이 증가하면서 정보도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IBM은 고객과 업계 파트너들이 개방형 플랫폼 기반의 솔루션을 구축하는 데 IoT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트위터와 손잡은 IBM은 지난달에는 트위터 데이터 기반 클라우드 분석 서비스를 선보였다. 전세계에서 발생되는 방대한 트윗과 IBM의 분석 능력이 결합된 서비스다.
구글의 행보는 더욱 무섭다. 글로벌 검색시장의 지배자답게 천문학적인 자금을 IoT 및 빅데이터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구글의 장기적 목표는 인공지능(AI)회사가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AT&T 등도 IoT 비즈니스를 위해 개방형 모델 구축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스타트업 기업들의 움직임도 발빠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빅데이터 관련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탈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이 약 36억달러에 달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사물인터넷 시대에 대비해 빅데이터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은 실제 돈이 되는 것은 하드웨어보다 서비스에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리 힉킨 사물인터넷 그룹 담당자는 "사물 인터넷과 빅데이터의 본질은 같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의 사물인터넷 분야 투자는 다분히 하드웨어 업종에만 치우친 모습이다. 올해 1월 삼성전자는 IoT 개발에 1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2020년에는 모든 제품이 IoT로 연결될 수 있도록 서비스 기반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빅데이터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미흡한 상황이다. 2013년 신설된 빅데이터센터가 지난해 조직개편 가정에서 MSC(미디어솔루션센터)에서 소프트웨어센터로 이관되는 등 자리를 잡지 못하는 분위기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 기조연설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사장은 "올해 IoT 개발자 지원에 1억달러(약 11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사진=김선엽 기자> |
LG전자 역시 IoT 플랫폼 차별화, 기기 간 연결성 강화, IoT 생태계 확장 등을 목표로 내걸고 있지만 빅데이터만 놓고 보면 서비스 이용자일 뿐 제공자가 아니다.
빅데이터 분야에서 우월한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물인터넷 시대의 조연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소유하고 있는 데이터', '소유하지는 않았지만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를 갖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역시 IoT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이 또다른 경쟁력이라고 판단, 올초 조직개편을 통해 IoT 조직과 빅데이터 조직을 융합신사업과로 합쳤다.
정해식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기술정책단 산업분석팀 수석연구원은 "하드웨어는 물건을 사면 된다"며 "빅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노하우가 부족하다보니 투자가 미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이라든가, 지금까지의 방법론이라든가 경험이 없고 전문가도 사실상 없다"며 "'유망하다', '금맥이다'라고 말은 하지만 거기서 다들 끝"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신신애 한국정보화진흥원 빅데이터전략부장은 "전통적인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며 "맞춤형 서비스든, 실시간 대응이든, 데이터 분석이 기반이 돼야 하는데 (우리 기업들은) 반응 잘 하는 센서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하드웨어적으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는 우리 기업들이 데이터 분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