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확보 위해 헤지 계약 만기 전 청산, 잠재 리스크 경고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해 6월 이후 국제 유가 폭락으로 극심한 경영난에 몰린 석유 업체들이 금융 거래에서 새로운 수입원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유가 헤지 계약을 체결했다가 만기 이전에 포지션을 청산하는 형태로 차익을 일으키는 움직임이 추세를 이루고 있다.
헤지 계약 규모가 큰 경우 차익 규모가 수억달러에 이른다는 것이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유가 추가 하락을 말 그대로 헤지하는 것은 부차적인 목적에 불과하다는 것.
금융업계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잠재적인 리스크가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원유 생산 현장[출처=AP/뉴시스] |
헤지 계약을 청산하고 현금을 확보할 경우 당장 쏠쏠한 차익을 손에 쥘 수 있지만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유가가 추가 하락하거나 현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될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27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카리조 오일 앤 가스는 배럴당 91달러의 헤지 계약에서 이미 1억6640만달러의 차익을 실현했다. 이는 연간 매출액인 1억6330만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헤지 계약의 만기가 1년 이상 남았지만 현금 확보를 위해 포지션을 청산하기로 한 셈이다.
오클라호마의 석유업체인 콘티넨탈 리소시스 역시 헤지 계약을 만기 이전에 거의 대부분 청산, 4억3300만달러의 차익을 올렸다.
헤지 계약 청산은 생존을 위한 마지막 카드로 동원되기도 한다. 에너지 XXI는 지난해 4분기 3억7700만달러의 손실을 내면서 극심한 경영 위기를 맞았고, 돌파구 마련을 위해 원유 헤지 계약을 청산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업체는 7310만달러의 현금을 확보했다.
소시에떼 제네랄의 크레이그 브레슬로 매니징 디렉터는 “차익 실현부터 자금난 해소까지 다양한 이유로 석유 업체들이 헤지 계약을 청산하고 나섰다”며 “지난해 4분기부터 이 같은 움직임이 거대한 추세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석유 업체들이 금융거래에 뛰어드는 움직임은 유가 급락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 및 자금난과 무관하지 않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국제 유가 급락에 따라 최악의 투기등급으로 전락한 석유 업체가 지난 2월 기준 184개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0년 11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로열 더치 셸을 포함한 석유 메이저들은 일제히 투자 규모를 축소하고 나섰다. 노무라의 고든 콴 아시아 태평양 석유업종 리서치 헤드는 “메이저 업체들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유가가 예기치 않게 폭락한 데다 추세 반전이 힘들어 보이는 만큼 신규 투자를 중단하는 한편 진행 중인 프로젝트 역시 수익성을 철저하게 따져 잠재 수익성이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