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브렌트유 스프레드 상승, 시장 지형 흔들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 해 하반기 이후 지속되는 국제 유가 폭락 속에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가 발생, 석유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와 브렌트유의 낙폭에 간극이 벌어지면서 아비트라지(차익거래) 기회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유가 폭락 자체보다 하락의 형태가 국제 원유 시장과 석유 업계의 지형을 흔들고 있다는 얘기다.
엑손 모빌[출처:AP/뉴시스] |
아비트라지 거래는 특정 상품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에서 매입한 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지역에서 판매해 차액만큼 수익을 취하는 전략이다.
다만, 운송비를 포함한 물류 비용과 세금 등 거래에 파생되는 비용을 치르고도 차익이 남을 만큼 스프레드가 충분해야 한다.
WTI가 최근 배럴당 44달러 내외에서 거래되는 한편 브렌트유는 배럴당 55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두 개 상품의 가격 차이가 10달러 선으로 벌어진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 따르면 비톨 그룹과 글렌코어, 카길 등 글로벌 원유 현물 트레이딩 메이저 업체들이 일제히 아비트라지 거래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원유 생산과 재고 물량이 사상 최고치 수준에 이른데 따라 저장 창고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물류 비용을 감안하고도 트레이더들은 상당한 차익을 내고 있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얘기다.
하지만 거래 규모가 작과 정보력 및 네트워크가 취약한 트레이더들은 아비트라지를 이용한 수익을 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JBC 에너지 아시아의 존 드리스콜 컨설턴트는 “IT 기술 발달에 따라 원유 시장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높아져 아비트라지로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여건”이라며 “대다수의 트레이더들이 아비트라지 기회를 발견하면 이미 공격적인 업체들이 최적의 포지션을 취한 것으로 드러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WTI와 브렌트유의 스프레드는 아시아의 원유 공급에도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멕시코 원유가 20여년만에 한국 시장에 입성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브렌트유에 비해 WTI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거래되자 아시아 석유 업체들이 거래선을 라틴 아메리카를 포함해 WTI 벤치마크를 따르는 지역으로 교체하는 움직임이다.
이와 함께 아시아 석유 업체들은 새로운 공급처를 발굴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고, 미국의 에너지 효율성 향상에 수출이 위축되는 산유국들은 아시아 업체들의 행보에 반색하는 표정이다.
한편 이날 WTI는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장중 배럴당 42.79달러까지 하락해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