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업계 대출 채권 매각 난항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골드만 삭스와 씨티그룹 등 대형 투자은행(IB)이 석유 업계의 부실 대출로 눈덩이 손실을 떠안을 전망이다.
은행권이 감내할 수 있는 손실 규모와 투자자들의 평가가 일치하는 선에서 대출 채권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지만 거래는 한산한 실정이다.
금융권의 손실 규모가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에 비해 작기 때문에 당시와 같은 시스템 위기가 초래될 여지는 낮지만 모양새가 당시와 닮은꼴이라는 지적이다.
원유 생산 현장[출처:AP/뉴시스] |
국제 유가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60% 폭락하면서 석유 업계의 자산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졌고, 수익성 악화로 업체들의 부채 상환 여력 또한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IB 업계는 대출 채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다.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인 유가가 미국의 재고 및 생산 과잉으로 인해 다시 가파르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경계심을 높인 투자자들이 채권 매입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월가 IB의 대규모 손실은 에너지 업계의 자금 조달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업체들의 자산 매각 및 기업 인수합병(M&A)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블라인 캐피탈의 로버트 코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에너지 업계의 베팅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며 “모두 관망하자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집행된 IB들의 투기등급 에너지 업체에 대한 대출 규모는 글로벌 전체에 걸쳐 2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유가 하락에 따라 레버리지가 높은 한계기업들을 중심으로 디폴트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고, IB 업계의 손실은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휴스톤의 익스프레스 에너지 서비스는 지난해 10월 UBS와 골드만 삭스 등 IB 업체들로부터 2억20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대출에 참여했던 IB 업체들은 최근 채권을 1달러 당 65센트의 가격에 매각하기로 했으나 투자자를 찾아내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대출 채권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6600만달러의 손실을 떠안게 된다.
뉴플릿 애셋 매니지먼트의 프랭크 오시노 펀드매니저는 “최근 에너지 업계의 상황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와 흡사하다”고 말했다.
다만, 모기지 및 기업 대출의 부실 규모가 수천억 달러에 달했던 2007~2008년 당시에 비해 금융 시스템의 총체적인 리스크가 발생할 여지는 낮다는 분석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