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면제 법개정 중.. 2월말 실행 예상
[뉴스핌=이준영 기자] 우리나라도 탄소배출권 거래가 시작됐다. 당장 활발한 거래나 이를 통한 산업계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길게 보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당장 올해부터 2017년까지는 업계와 시장의 경험 축적과 거래 안착을 위해 배출권이 과거 배출량을 토대로 100% 무상 할당되기 때문에 업체 부담은 없다.
하지만 여전히 오염배출이 많은 산업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당장 거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등 시장 활성화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국거래소는 12일 열린 배출권 시장이 산업경쟁력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고 배출권 시장을 안정화하는 장치로 상쇄배출권 거래 제도를 도입하고 선물을 상장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탄소배출권 할당과 거래가 개시되면서 산업계에서는 이러한 거래제 시행이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배출권 할당량이 적다는 우려가 컸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환경부와 거래소는 상쇄배출권 거래제도를 빨리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석호 한국거래소 부장은 "외부 감축실적에 따라 배출권으로 전환하는 상쇄배출권제도 거래도 곧 도입할 것"이라며 "해당기업이 신청하고 환경부가 인증하면 최대한 빨리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쇄배출권 제도가 시행되면 기업들의 배출권 할당량 부족 우려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며, 배출권 시장의 유동성 증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 관계자도 "상쇄배출권 제도는 이미 시행중으로, 상쇄배출권 거래는 곧 시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환경부와 거래소는 시장의 배출권 가격 발견 기능을 제고하기 위해 유럽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배출권 선물 상장과 금융투자업자 참여도 추진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당장 무상할당이 된다는 점과 노출을 피하려하는 업계 움직임에 따라 거래 초기에는 거래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배출권 선물을 상장해 가격 발견 기능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이수재 팀장은 "앞으로 배출권 선물을 상장해 배출권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제공하고 현선물 연계거래를 통한 적정 균형가격 형성을 도모하겠다"며 "유럽에서도 배출권 시장에 선물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자 등의 조기 배출권 거래시장 참여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할당대상업체와 3개 공적금융기관으로 시장참여가 제한돼 있다.
이 팀장은 "배출권 시장에 증권사와 선물사, 일반투자자 등이 참여하면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며 "참가자도 많아지므로 적절한 시장 가격 형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정부와 거래소는 배출권 시장에서 거래되는 부가세 면제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형섭 환경부 기술변화대응과 서기관은 "배출권 시장에서 거래는 부가세의 경우 면제 대상으로 법개정을 추진중"이라며 "2월말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배출권 시장 거래 첫날 2015년 이행연도 할댕배출권은 톤당 8640원으로 장을 마쳤다. 거래량은 1190톤, 거래대금 974만원을 기록했다.
(자료: 한국거래소) |
탄소배출권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와 3종의 프레온 가스 등 6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탄소배출권 거래 구조는 발전회사나 제철회사 등 온실가스를 많이 뿜어내는 업체들이 매년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량을 할당받고, 숲을 조성하는 등 온실가스 저감을 하거나 저감 설비를 구축하는 경우 배출권을 주는 형태다.
배출권 할당 대상업체는 KRX가 제공하는 시스템을 이용해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다. 할당대상업체는 정부로부터 계획기간의 배출권과 이행연도별 배출권을 할당받는다. 할당된 배출권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GIR)의 거래계정에 등록해야 한다.
거래소에 따르면 배출권 할당대상업체는 발전·에너지산업, 건물 수송, 폐기물 등 5개부문 23개업종의 총 525개사로, 이 가운데 거래소 회원으로 가입한 곳은 490개사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KRX의 결제지시에 따라 매도자 계정 → 거래소 계정 → 매수자 계정으로 배출권을 이전해 결제한다.
거래기간은 계획기간 최초 거래일부터 해당 이행연도 다음 해 6월말까지다. 매매거래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다. 가격제한폭은 기준가격의 ±10%다.
매매거래 단위는 1 배출권(1 이산화탄소상당량톤)이며, 최대호가수량은 5000 배출권이다. 매매계약 체결 방식은 경쟁매매, 협의매매, 경매 등이다.
배출권 거래시 매수자는 매수금액의 100%를 사전에 증거금으로 입금해야 주문 제출이 가능하다. 매도자는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계좌에 보유중인 배출권 수량 이하로 매도주문을 할 수 있다. 공매도는 할 수 없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단기간의 시장성과에 집착한다면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라며 "거래소는 배출권거래제의 발전단계에 맞춰 시장제도를 개선하고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KRX 배출권시장을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시장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 배출권시장의 글로벌 연계에도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 1차 계획 기간은 올해부터 2017년 까지며, 2020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시행된다.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를 기준으로 배출량을 30% 감축할 목표를 설정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스몰캡 팀장은 "이날부터 시행될 1차 제도는 연내에만 감축량을 충족하면 되고, 2016년과 2017년으로 이월이 가능하다"며 "실제 시행되더라도 거래가 매우 제한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하지만 저탄소 에너지 시장과 에너지 저감 산업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있는 휴켐스·후성 등이 직접 수혜주"라고 밝혔다. 또한 "▲폐목재활용 온실가스 감축 등록 인증을 받은 한솔홈데코 ▲바이오매스 사업으로 탄소배출권 확보가 가능한 에코에너지 ▲풍력업체인 씨에스윈드 ▲ESS 관련 부품업체인 상아프론테크 등도 중장기적으로 수혜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아이엠투자증권의 주익찬 연구원은 배출권 거래제 시행의 영향을 받는 상장업체로는 한국전력, 카프로, POSCO, 한국철강, 세아베스틸, LG화학,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삼성SDI 등의 순서로 매출액 대비 배출권 구입액 비중이 높을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하지만 안기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7년까지 배출권이 무상할당되기 때문에 거래제 해당 업계의 부담이나 부정적 영향은 당장 없다"면서, "영향을 미치는 기간은 배출권을 과거 기업활동의 97%만 무상 할당하기 시작하는 2018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이준영 기자 (jlove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