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석유화학업계가 정부의 탄소배출권 할당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석유화학협회(이하 협회)는 3일 턱없이 부족한 배출권 할당량으로 석유화학업계가 경영위기에 내몰리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환경부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에 앞서 지난달 28일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1차 계획기간 중 '할당대상업체별 배출권 할당량'을 심의 확정, 지난 1일 이를 통보한 바 있다.
협회는 "정부는 석유화학업종에 3년간 1억4367만톤의 배출권을 할당했지만 이는 업계 할당 신청 후 정부 인정 배출량인 1억6846만톤 대비 약 2600만톤이 과소 할당된 것"이라며 "업계는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 중지 등 위기경영이 불가피하고, 이미 계획된 투자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는 그동안 지속적인 감축활동을 통한 원 단위 개선 및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효율을 달성해 향후 추가적인 감축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투자설비가 들어가는 장치산업의 특성상 연간 1% 감축도 어려운 실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 계획 기간 동안 15.4%(조정계수 0.846)의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부과된 것은 과도하다는 것.
협회는 "대부분의 에너지다소비업종인 경우 조정계수가 평균 0.95로 감축의무가 5% 내외인 반면, 석유화학업종은 감축의무가 약 15%로 너무나 가혹한 의무가 지워졌다"면서 "업종간 형평성에도 과도한 편차가 존재한다"고 항변했다.
할당량 부족분을 정부 제시가격인 t당 1만원에 구매할 경우 3년간 2600억원의 재정부담이 발생한다. 만약 공급부족에 따른 시장붕괴로 3만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하는 경우에는 그 부담이 총 7800억원까지 늘어난다.
이어 "기업에서의 투자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의지가 생기는데, 높은 에너지효율 수준과 높은 한계저감비용인 상황에서 과도한 감축규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석유화학산업만의 특성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석유화학산업은 대규모 투자를 수반하는 장치산업이자, 수출 비중이 약 55%로 수출 주력산업이다. 또한, 신증설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추구하는 산업이기도 하다.
협회는 "정부에서는 기업 배출권 할당 시 신증설 투자계획 대부분은 검토조차 배제됐다"며 "결과적으로 보면 이미 올해 완공된 신증설 뿐만 아니라, 내년 상반기에 가동되는 설비들 조차도 반영되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부는 석유화학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의무 부과에 대해서 다시 한번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국가나 기업별로 탄소배출량을 미리 정해 놓고, 허용치 미달분을 탄소배출권 거래소에서 팔거나 초과분을 사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탄소배출권 거래 법안이 2012년 5월 2일 국회를 통과, 2015년부터 시행된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