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업황 회복도 핵심 변수
[뉴스핌=고종민 기자] 반도체 특수가스·냉매가스·2차전지재료 전문 생산 업체인 후성이 내년에 실적 '턴어라운드'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들어 원재료 가격 상승은 미미하지만 주요 생산 품목인 냉매가스의 가격이 안정적으로 오르고 있는 데다 반도체 특수가스가 시설 증설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사 측은 내년 사업 목표를 흑자 전환으로 세우고, 수익성 극대화에 나설 계획이다.
변수는 2차 전지 사업이다. 전방 업황 부진으로 올해까지도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어, 2차 전지 사업의 정상화가 턴어라운드 극대화 여부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이 흑자전환 여부에 쏠린 만큼, 내년이 후성의 주가와 실적에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특수가스·냉매가스 정상화…턴어라운드 기초
12일 회사와 화학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특수 가스인 WF6·C4F6 등은 지난해 킬로그램(Kg)당 4만9496원에서 올해 3분기 기준으로 2배 이상 오른 13만3570원을 기록했다. 또 정부의 생산제한 적용으로 수혜를 본 냉매가스(R-134a)는 같은 기간 2879원에서 3437원으로 올랐다. 반면 두 원재료의 가격은 지난해 대비 소폭 오르는데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특수가스 부문은 내년 수익성 개선을 책임질 주요 사업 부문 중 하나다. 올해 적자폭을 줄여준 사업 부문 중에서도 특수가스가 꼽힌다.
현재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은 5% 수준이나 영업이익률은 10% 이상이다. 내년 4월에서 5월 완공을 목표로 증설이 완료되는 만큼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회사 관계자는 "증설 규모는 밝힐 수 없으나 당장 내년에 가시적인 실적이 나올 것"이라며 "매출 증가가 기대되며, 수익성은 가동률에 따라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매출의 40% 가량 차지하는 냉매가스의 내년 사업계획도 긍정적이다. 올 10월 기준으로 냉매가스 판매 가격은 킬로그램당 3600원까지 올랐다. 정부의 냉매가스 쿼터제로 중국 저가 가스가 못 들어온 이유에서다.
아울러 차세대 냉매제(R-1234yf)가 후성의 내년 성장 및 수익 모멘텀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성은 국책 사업으로 차세대 냉매제를 개발 중인데, 아직은 특허문제로 듀퐁과 하니웰에서만 공급하고 있지만 내년에 이 특허가 풀릴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환경보호를 위해 차량용 에어컨 냉매제인 R-134a를 금지하고 있다. 2011년부터 EU 내 생산, 판매되는 신모델 차량에는 신 냉매제인 R-1234yf를 의무적으로 적용토록 하고 있다.
글로벌 환경 보호 추세로 인해 R-1234yf 적용범위는 확대되는 분위기다. 차사대 냉매제는 기존 냉매제보다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2015년부터 성장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투자증권 측은 내년 냉매가스 매출액 중 20% 가량이 차세대 냉매제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턴어라운드 최종 열쇠는 2차전지 사업
마지막으로 살펴볼 사업은 2차전지 부문이다. 후성은 2차전지 전해액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인 전해질을 생산한다.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지만 전방산업의 부진이 실적 저하를 이끌어 왔다. 회사 측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2차전지 재료 가격은 작년 킬로그램 당 2만9837원에서 올해 2만1207원으로 떨어졌다.
이 역시 올해부터 조금씩 숨톰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관전 포인트는 전기자동차와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의 본격화 여부다.
전기차 배터리 활성화는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11월 북미 전기차 판매량은 9535대로 전년 동원 대비 5.9% 증가했다. 포르쉐 카이엔 에스 하이브리드(Cayene S e-Hybrid) 등 양산 전기차가 지속적으로 출시되는 등 꾸준한 판매 증가세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11월 북미 판매량이 신규 전기차 모델 출시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모델 출시를 앞둔 판매 약세 등으로 전년 동월 대비 소폭 상승했다"며 "특이한 점은 가격경쟁력이 있는 닛산리프의 경우는 판매 성장이 꾸준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반기 유가하락 등에 따른 전기차 수요 약세 전망과 2차전지 시장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면서도, "BMW 등 유럽 자동차 OEM은 탄소배출량을 낮추기 위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및 전기차(EV) 모델을 확대해 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트렌드는 후성·포스코켐텍·에코프로 등 배터리 소재 업체를 비롯해, LG화학·삼성SDI 등 배터리 업체에도 긍정적인 이슈다.
특히 후성은 주요 고객사의 긍정적인 내년 전망의 수혜 대상이다. 후성은 2014년에 국내 배터리 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에 전해액을 공급하는 해외업체와 중대형 2차전지용 전해질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일례로 삼성SDI는 내년부터 폭스바겐에도 자동차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BMW와 크라이슬러에서 폭스바겐까지 확대되는 것. 결국 후성의 전해질 매출도 따라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아직 초기 단계다. 수익성 부족 등으로 국책 ESS실증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SDI 등 일부 대기업 ESS용 배터리 생산 업체조차도 내년에야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손세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전기차 업황인데, 국제 유가가 좀 우려스럽다"면서 "ESS시장도 긍정적으로 보나 아직 실질적으로 물량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2차전지만 안정화되면 후성은 크게 턴어라운드 되는 구조"라며 "전해질만 (상승으로) 돌아서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내년 1월2일부터 시작되는 탄소배출권 거래소 시행 효과도 일부 볼 것으로 보인다. 후성은 지난 1일 환경부가 지정한 탄소배출권거래제 할당대상 525개 업체에 포함됐으며, 이것은 당장 실적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해석된다.
거래 종목은 이행년도별 할당배출권과 상쇄배출권이다. 할당배출권은 정부가 기업에 부여한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상쇄배출권은 기업 내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조절하거나 다른 기업과 거래해 전체 배출량을 조절하는 것을 뜻한다. 온실가스 저감시설을 보유한 후성은 거래소에서 탄소배출권을 팔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