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개입설부터 숏-커버링 등 꼬리 무는 관측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최근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던 러시아의 루블화가 30일(현지시각) 11년래 최대폭으로 치솟아 외환시장의 화제를 모았다.
러시아의 중앙은행이 지금과 다른 형태로 환시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부터 이미 개입을 단행했다는 추측까지 고개를 들면서 투기거래자들의 ‘사자’를 부추겼다.
일부 투자자들은 31일 열리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러시아 중앙은행이 100bp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았고, 한편에서는 루블화의 바스켓 환율 제도를 폐지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시했다.
루블화 시세판[출처:AP/뉴시스] |
이날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루블화는 달러화에 대해 5% 이상 급등했다. 이는 지난 2003년 이후 11년래 최대폭에 해당하는 상승이다.
이에 따라 달러 당 루블화 환율은 41.0005루블까지 밀렸다. 이날 루블화의 상승폭은 글로벌 주요 통화 가운데서도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정세 불안과 국제 유가 하락, 서방의 경제 제재 등 갖은 악재에 사상 최저치로 밀린 루블화는 중앙은행의 회의를 하루 앞두고 파죽지세로 뛰었다.
코메르츠방크는 중앙은행이 환시 개입 제한을 이날 해제한 것으로 판단했다. 중앙은행이 매각할 수 있는 외화 규모를 제한한 규정을 폐지했다는 얘기다.
코메르츠방크의 사이먼 치야노 에반스 외환 헤드는 “중앙은행이 환시 개입 제한을 철회한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바스켓 통화 제도를 폐지하기 위한 첫 수순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루블화가 당분간 강한 상승 탄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연초 이후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화 방어를 위해 단행한 환시 개입 규모는 68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개입은 루블화 가치를 방어하는 데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날 루블화 폭등은 일정 부분 하락 포지션이 청산된 데 따른 것이라는 진단도 제시됐다. 씨티뱅크의 데니스 코시로프 외환 헤드는 “이른바 숏-스퀴즈에 따른 급등으로 보인다”며 “중앙은행 회의를 앞두고 기술적인 측면의 반등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ING의 드미트리 폴레보이 이코노미스트 역시 “투기 거래와 중앙은행의 개입이 일차적으로 루블화 강세를 이끌었고,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손절매에 나서면서 상승폭을 키웠다”며 “기업들의 루블화 수요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폭등의 주요인은 금융 측면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들어 29일까지 루블화는 달러화에 대해 7.1% 하락했고, 유로화에 대해서도 7.3% 내렸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