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 시장 규모 지극히 작아 경기 부양 역부족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금융시장이 4일(현지시각)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자산 매입 계획 발표에 반색을 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QE)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ECB가 공백을 채워주는 것은 물론이고 가까운 시일 안에 이른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재연되는 일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출처:AP/뉴시스) |
드라기 총재의 발표에 유럽 주식시장과 주변국 국채시장 등 위험자산이 강한 랠리를 펼친 것은 물론이고 월가의 채권 투자가들도 화색이 돌고 있다.
최근 수개월에 걸쳐 ECB의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유로존 국채 수익률을 대폭 끌어내렸고, 이는 미국 국채시장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진단이다.
미국 실업률이 6.2%까지 떨어졌고, 2분기 성장률이 4.2%에 이르는 등 지표가 강한 호조를 보였지만 미국 국채 수익률이 안정적인 추이를 보인 것은 유로존의 영향이라는 얘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연초 이후 만기 15년 이상 장기물 국채는 16,7%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는 2011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할 때 1660억달러에 이른다는 것이 BOA의 계산이다.
재니 몽고메리 스콧의 기 레바스 채권 전략가는 “최근 수개월 동안 유럽 채권시장이 미국 국채 수익률에 지배적인 변수로 작용했다”며 “장기물일수록 커다란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ECB의 깜짝 금리인하 및 자산 매입 단행에 따라 글로벌 국채시장의 수익률이 상당 기간 낮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실물경기의 부양 효과다. ECB의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크게 고조됐을 때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는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유로존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재연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다.
이날 ECB 회의 결과 발표 이후에도 주요 투자은행(IB)의 전망은 흐렸다.
RBS의 알베르토 갈로 신용 전략가는 “ECB가 제시한 자산담보부증권(ABS)의 수요 기반이 취약한 상황”이라며 “이를 감안할 때 실제 프로그램 시행과 경기 부양 효과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JP 모간의 가렛 데이비스 신용 애널리스트는 “중소기업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ABS의 규모 자체가 유로존 경기를 살려내는 데 필요한 유동성을 창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경기 부양을 이뤄내려면 ECB가 매입 대상 자산의 영역을 크게 확대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다.
도이체방크 역시 ECB가 주택 모기지담보부증권을 포함해 매입 자산을 확대하지 않을 경우 경기 부양 효과를 이끌어내기 어렵고, ABS 매입의 경우 기술적인 측면에서 준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