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위원들, 이보다 더 많은 조치 시행 주장하기도"
[뉴욕=뉴스핌 박민선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깜짝 금리인하를 발표하고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시행을 알렸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을 지속함에 따라 ECB가 추가적인 부양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지난 6월 당시 상당 수준의 유동성 조치를 선보인 만큼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 등을 시행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서베이에서 전문가 47명 가운데 43명은 ECB가 정책을 기존대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사진=AP/뉴시스> |
드라기 총재는 앞서 지난달 잭슨홀 연설에서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경제가 둔화된 흐름을 보인다면 미국 스타일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 필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에 강한 힌트를 던져준 바 있다.
그는 이번 조치가 대차대조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부 정책위원회 위원들은 이보다 더 많은 조치를 시행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드라기 총재는 ABS 매입의 구체적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이는 상당히 복잡한 정책 패키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번 조치는 대부분 신용 완화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위험도가 가장 낮은 상품부터 매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ECB는 이와 함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9%, 1.6%로 기존 대비 0.1%p씩 하향 조정했다.
인플레이션 전망치 역시 올해 0.6%로 기존 대비 0.1%p 낮췄다.
드라기 총재는 "최근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전망이 부진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경제 전망이 더 악화될 리스크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ECB는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종전의 0.15%에서 0.05%로 10bp 하향 조정했다. 시중은행이 ECB에 맡기는 하루짜리 초단기 예금금리 역시 기존 -0.10%에서 -0.20%로 내렸고 시중은행에 대한 초단기 한계 대출 금리도 기존 0.40%에서 0.30%로 낮췄다.
드라기 총재는 금리 인하 결정이 만장일치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해 일부 위원들의 반대도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조치에 당장 유로화는 달러 대비 1% 이상 하락하면서 1유로당 1.30달러대를 하회하며 지난해 7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유럽 증시는 급등세를 연출하는 등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월가에서는 유럽이 디플레이션에 빠질 경우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약화시키고 미국 기업들의 이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해왔다.
쉐퍼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알렉스 엡스테인 애널리스트는 "ECB 정책위원들이 디플레이션의 위험을 억제시키고 유로존 경제를 끌어올리기 시작하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