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유지조건 완화·두 자녀 이상 상속공제 허용
[뉴스핌=한기진 기자] “회사 물려주려다가 자녀들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합니까? 상속공제 다시 한 번 생각하라고 합니다.”
IBK기업은행 가업승계 담당 모 세무사는 정부의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한 번도 권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유인즉 상속재산의 500억원까지는 100% 세금을 면제 받을 수 있지만, 오직 자녀 1명에게만 상속하는 조건 때문이다. 그는 “자녀가 두세 명인데 한 명에게만 재산을 모두 준다면, 형제 간 싸움이 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상속재산 500억원 범위 내에서 세금을 100% 면제해주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표적인 내용이 1인 단독상속 요건이다.
2014년 세법개정안에서 이 같은 요건을 폐지했기 때문에 앞으로 형제 간 재산배분을 우려한 가업승계 장애물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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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유지·업종유지 요건 완화, 시장 요구 반영
이처럼 이번 세법개정안의 핵심 방향은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고경홍 기업은행 IBK컨설팅센터 센터장은 “중소기업 오너가 상속공제제도에서 가장 크게 관심을 두는 것은 고용유지와 업종유지 조건”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 이 같은 목소리를 대폭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년 평균 고용을 상속 시점과 비교해 100%(중견기업은 120%) 유지해야 하는 조건을 7년으로 줄였다. 또 매년 80% 이상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조건은 폐지했다.
업종유지 조건도 지금은 그대로 유지해야 하지만, 이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해줬다. 중소기업청의 사업전환업종 승인만 받으면 된다. 또 후계자가 가업용 자산을 80% 이상(5년 내 90%) 유지해야 하는 조건은 폐지됐다. 원래는 상속을 받은 뒤 회사 자산을 매각하는 것을 우려해 규정을 만들었지만, 변화된 경영환경을 고려했다.
또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려면 적어도 10년 이상 경영한 기업만 가능했는데, 이를 5년으로 단축했다.
◆ "큰 변화, 상속공제 관심 가질 중소기업 오너들 늘어날 것"
개정안에 눈길을 끄는 내용은 상속공제제도 적용 대상 기업에 종자 등 첨단 바이오업종을 포함한 것이다. 최근 농협에 인수된 국내 최대의 종자업체인 농우바이오의 오너가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매각해야 했던 아픔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대상 기업의 매출액 기준도 3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확대했다. 규모가 큰 중견기업에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지나친 親기업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대기업이 진출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중견기업의 가업승계가 앞으로 빈번히 발생할 것에 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번 가업승계 공제제도는 크게 변했고 시장에서는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고경홍 센터장은 “현장에서 보면 기업 오너들이 걱정하는 것이 사후에 자녀의 경영능력 때문에 업종 유지가 어려울 수도 있어 상속공제가 물거품이 될 것으로 우려하기도 하고, 오너가 10년 미만으로 경영한 기업도 많은데 이를 5년으로 단축한 것은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요건 등 큰 변화가 많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