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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이제는 정치혁신'] 세금과 정치, 그리고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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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독립혁명(1776)과 프랑스대혁명(1789)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쉽게 짐작하듯 바로 세금이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세금으로 피폐해진 삶으로 고통받을 때 부과된 세금은 뜨겁게 달아오른 분노의 용광로에 휘발유를 붓는 격이 되어 구체제의 미래운명을 결정지었다.

그렇다면 세금이 어떻게 역사에 투영되어 왔으며, 세금의 제도화는 민주주의 발전과 어떤 궤적을 그리며 상호 작용해 왔을까?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신뢰는 국가의 신용도 뿐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 부패수준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세금의 징수하는 관청, 즉 국세청은 어떤 신뢰를 받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은 국가제도를 논하는 학자 뿐 아니라 관료 그리고 정치인에게도 매우 중요한 지표다. 민주주의 제도개선을 위해 조세제도가 차지하는 위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금의 다양한 의미

세금은 한 나라의 문화를 결정짓는다. 루이 14세 시절 세금을 잘 걷어 국가재정을 튼튼하게 한 결과 파리가 세계적 문화도시로 탄생될 수 있었다. 건축, 예술, 연극, 발레, 문학, 음식, 그리고 연회문화는 넉넉한 재정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프랑스 혁명 이후 베르사이유궁전에서 일하던 궁정요리사들이 일자리를 잃자 거리로 나와 차린 것이 레스토랑이다. 그 주위에 계몽주의 시대의 꽃인 카페문화도 자리 잡았다. 궁궐에서 하던 연회와 파티가 카페와 카바레, 펍문화를 만들었다. 잘 걷은 세금은 국가의 이미지와 콘텐츠를 결정하는 요소다. 세계에서 가장 핫한 여행지 중 하나로 자리 잡은 파리는 결국 세금의 나비효과라 할 수 있다.

파리뿐만이 아니다. 유럽의 대도시들, 그리고 중소도시들까지도 궁궐과 대저택, 오페라 극장과 공연장, 공원과 조각품 등의 시설과 예술품이 남아 있는 이유는 지방귀족들이 넉넉한 세금을 걷었지만, 세금을 내지 않는 특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찍부터 십일조가 정착해 돈이 많았던 교회 역시 세금을 내지 않았다. 넉넉한 재정으로 높은 성당을 짓고, 예배당을 지었다. 역시 세금의 결과다.

세금은 분배와 관련이 깊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경제의 귀착(economic incidence)이나 혹은 조세부담(tax burden)이라 부른다. 누진세는 소득이 낮은 사람들의 경제의 귀착, 즉 저소득의 조세부담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중세시대 이후 프랑스 혁명 이전까지 부자는 세금을 면제받았다. 왕의 보호를 받으며 면세의 특혜를 받았다. 하지만 프랑스혁명 이후 중산층 이상 특히 고소득자들이 내는 세금은 국가재정을 튼튼히 했다. 2차대전 이후 사회복지가 뿌리내리며 누진세는 거의 모든 국가들이 경쟁하듯 도입했다. 재정부담률은 국민들이 내는 세금이 국가총생산에 차지하는 비율이지만 5%의 부자가 내는 세금이 7~80% 이상을 차지해 누진세는 분배에 특화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세금은 민주주의와 깊은 연관이 있다. 미국의 독립과정에서 사용된 "대표 없이 납세 없다"는 주장은 민주주의 발전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워주었다. 1265년부터 1689년까지 하원의원을 선출할 수 있는 자격은 40실링 이상의 지대를 받을 수 있는 지주였다. 즉 경제적 능력이 있는 중산층에게만 투표권이 부여되었다. 1711년 선거법(Elections Fraudulent Convenances Act)이 선포되어, 1712년부터 토지세를 납부하는 납세자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다. 영국에서는 1832년, 1867년 그리고 1884년 3차에 걸쳐 이루어진 선거개혁은 납세조건을 서서히 낮추면서 모든 성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일련의 민주화 과정이었다(Charles Seymour, Electoral Reform in England and Wales, 2010). 결국 세금은 민주주의 발전과 매우 연관성이 높다. 세금을 낼 정도의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은 의회의 대표를 뽑을 수 있는 능력과 책임이 있다는 논리로 1860년대 대논쟁의 중심에 있었던 자유론의 철학자 밀(John Stuart Mill)은 유권자의 납세는 중요한 자유시민의 권리가 아닌 의무라는 논리를 견지했다.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나라들도 존재하지만 여전히 소득세는 모든 국가의 중요한 수입원이다. 납세는 국방(징병제를 채택한 국가들), 교육, 근로와 함께 시민의 의무사항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세금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며 사회복지, 국방, 의무교육, 공원, 여가시설, 공항 및 항만 등의 국가정책과 기반시설을 떠받치는 중요한 통치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표 없이 납세 없다"

영국이 7년전쟁(1756-1763) 기간 동안 프랑스가 점유하고 있었던 중부지역을 차지해 영토를 확장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국가재정은 악화되어 가고 있었다.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영국정부는 식민지에 대한 과세를 확대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이것이 식민지 개척민들의 반발을 초래하여, 독립전쟁의 단초가 되었다. 군대 주둔비용은 현지에서 조달한다는 원칙을 세워 식민지 개척민들에 부담시키기 위해 고안해 낸 것이 바로 인지세법(Stamp Act, 1775)이다. 신문, 팸플릿 등의 출판물, 법적 유효한 모든 증명서, 허가증 등에 인지를 붙이는 것을 의무화한 것이다. 법을 만든 정치인은 증세의 수혜자인 본국민의 대표라는 인식으로 13개주의 납세자들은 영국의회에 대표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을 들어 "대표 없이 납세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는 구호를 사용하며 무력시위에 들어갔다. 폭력화하며 사태가 커지자 결국 1년 만에 인지세는 폐지되었다. 다른 묘안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바로 동인도회사 창고에 쌓여 있는 차를 수입하도록 하는 것이 있다. 당시 식민지 13개주에 유통되는 차의 86퍼센트가 밀수된 네덜란드 차였다. 차를 마시는 것은 영국 식민지에서도 중요한 문화적 습관이었다. 싼 값에 마실 수 있었던 차가격이 급격히 오를 것에 분개해 보스턴 항구에 입항에 있던 동인도회사 화물선을 공격한 것이 바로 이것이 보스턴 차공격 사건(1773. 12. 6)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본국과 식민지와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결국 미국독립혁명의 도화선이 되고 말았다.

조세제도의 개혁실패, 프랑스대혁명의 단초제공

프랑스 대혁명은 두 번의 전쟁으로 바닥난 국고재정을 채우기 위해 조세제도를 손보려다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다. 혁명이 발발하기 전 프랑스 인구의 2% 정도밖에 안 되는 제1계급인 성직자와 제2계급인 귀족은 전체 토지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면세 등의 혜택을 누리는 등 주요 권력과 부와 명예를 독점하고 있었다. 제3신분인 나머지 98%가 2%를 먹여 살리는 이 같은 상황을 희화화한 그림은 많은 것을 보여준다.

위키피디아

혁명 2년 전인 1787년과 1788년 2회에 걸쳐 소집된 귀족자문회의(Assemblée des notables)에서 당시 칼론 (Charles Alexandre de Calonne) 재무장관은 귀족과 성직자들에게도 징세가 필요하다는 개혁안을 관철시키고자 했으나 참가한 귀족들과 성직자들은 그들의 면세특혜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끝까지 반대해 관철해 냈다. 루이 16세는 재정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3부회를 소집했으나 계급간의 의견차이만 극명하게 드러내고 대립이 첨예화 되었다. 이를 무력으로 진압하기 위해 군대를 소집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먼저 바스티유 감옥을 공격해 프랑스 대혁명의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결국 조세제도 개혁의 실패는 절대왕정체제가 붕괴로 이어지면서 프랑스 사회는 단두대와 피의 숙청으로 대혼란으로 치달았다.

새로운 세금제도를 만들어낸 근본적 원인, 전쟁

7년전쟁이 끝나자마자 영국의 부채는 전쟁 전 £75,000,000에서 1763년 1월 £122,600,000로 증가했고, 1764년 초에는 거의 £130,000,000로 늘어났다(Nash, Gary B, The Unknown American Revolution: The Unruly Birth of Democracy and the Struggle to Create America. 2005). 미국식민지 예산법(American Revenue Act, 1864)으로도 알려진 경제정책은 바로 새로운 조세인 설탕세(Sugar Act, 1864)의 도입이다. 동시에 인지세(Stamp tax, 1865)도 부과되었다. 이 두 조세는 결국 전쟁 이후 늘어난 국가채무를 줄이기 위한 묘책이었던 셈이다.

이후 미국의 독립으로 영국은 높은 채무가 또 한 번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다. 1780년대 매년 예산의 30퍼센트는 국가채무의 이자비용으로 지출될 정도였다. 국채상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총리였던 윌리엄 피트 주니어 (William Pitt, the Younger)는 새 묘안을 짜내야 했다. 수입품의 5분의 1이 세금을 내지 않고 밀수입되는 것에 착안해 차, 포도주, 증류주, 담배 등에 관세를 낮춤으로써 불법수입을 차단하고자 했다. 수입물품 등을 양성화시켜 세금을 거두고자 한 복안이었다. 이 정책으로 관세 수입이 연간 약 200만 파운드 증가해 숨통이 트이는 듯 했지만, 국가재정은 여전히 빈약한 상태였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상시 소득세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물품세, 관세, 통과세 등 간접세에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 개인이 지폐를 금으로 교환하는 것을 막아 금 보유고를 늘리고자 했으며, 저택, 토지, 건물, 임야, 동물, 노예 등을 소유하면서 그 이득을 취하는 고소득자에 초점을 맞췄다. 피트가 도입한 세계 최초의 소득세는 누진적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60파운드 이상의 연간 소득에 대해 파운드당 2펜스(1/120 또는 0.83%)의 부과금에서 시작되었으며 200파운드 이상의 소득에 대해 최대 2실링(10%)까지 확대되었다. 엄밀한 의미로 피트가 도입한 소득세는 소득수준이 높은 부유층과 중산층 이상에게 부과된 부유세라 할 수 있다. 피트는 새로운 소득세로 인해 1,000만 파운드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1799년 실제 수입은 600만 파운드가 조금 넘었다. 지속적으로 소득세가 정착되면서 꾸준하게 국가재정이 조금씩 안정화되기 시작하면서 1800년대 영국이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만큼 세금은 체제의 붕괴와 국가의 재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프랑스도 새로운 전쟁으로 고갈된 국고를 채우기 위해 세금을 고안해 낸 창의적 국가다. 루이 14세가 스페인의 왕위계승권을 손자에게 주기 위해 벌인 전쟁(1701-1714)으로 고안해 낸 것이 바로 십일조(dixième)다. 정확한 의미로는 1710년부터 모든 성인에게 적용되는 인두세와 같은 의미로 교회에서처럼 국가에도 10분의 1을 납세하도록 했다. 너무 높다는 원성으로 루이 15세 때는 20분의 1(vingtième)이 1749년부터 시행되었다. 전쟁 때만 일시적으로 납부하는 세금이었으나, 루이 16세는 평시에도 그대로 유지해 국민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수입의 20분의 1, 즉 5퍼센트의 소득세가 부과되는 효과를 본 셈이다. 프랑스에서는 매달 소득에 부과하는 소득세는 1914년 적용되어 100년 이상이나 영국에 비해 늦게 도입되었다.

1700년대의 국가 주 수입원은 간접세였다. 프랑스의 경우 생활필수품이었던 소금에 부과된 소금세(gabelle)는 1780년대까지 프랑스 왕실 수입의 10%를 차지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세수였고, 밀수, 암시장 등이 형성될 정도로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다양한 수법이 동원되었다. 식품, 음료 및 소비재의 수입 또는 거래에도 소비세, 관세 및 관세의 형태로 간접세가 부과되었다. 특히 와인에 부과되는 주세는 중요한 간접세였다. 담배 판매에는 타박(tabac)이라는 소비세가 적용되었고,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혹은 해외에서 프랑스로 상품을 수입하는 무역업자는 관세를 지불해야 했다. 특히 옥트로이(octroi)라 불리는 지방관세는 지방에서 파리로 들어가는 물건에 부과한 물품세였다. 간접세는 주요 국가 및 지방의 주요 수입원이었기 때문에 프랑스 도시들은 높은 성벽을 유지하면서 물품을 검사하고 세금을 부과하는 성문을 통과하도록 강요했을 정도였다.

점차 소득세가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국가들의 중요한 세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와 함께 법인세, 그리고 부가가치세 등이 차례로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각국의 3대 세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5년 이후 소득세가 부가가치세의 비중을 앞질러 가장 큰 국가재정을 담당하고 있다.

세금징수를 일찍부터 체계화한 국가는 프랑스였다. 루이 14세의 재상이었던 콜베르 (Jean-Baptiste Colbert)는 전국에 수백 명의 민간 '세금 농민'(국가와 계약을 맺은 채권 징수원)이 의해 징수하도록 체계화했고, 1680년 세금 징수를 간소화하기 위해 세금 징수원의 수를 줄여 일반농장단(Ferme Générale)을 창설했다. 이 같은 그의 노력으로 1683년에 사망했을 때 처음 취임했을 때보다 3배가 많은 9,350만 리브르를 징수했다.

몇 가지 조세 이슈

세계 최초로 상속세를 도입한 나라는 스웨덴이다. 1888년 도입된 상속세는 1915년 증여세가 포함되었고, 2004년 폐지될 때까지 사용되어 왔다. OECD 38개국 중 15개국이 상속세를 완전 폐지했지만, 우리나라는 1950년 도입된 이래 아래 표에서 보듯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속세율로 기업인들이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주식을 매각하든지, 일부 사업을 정리하든지 하는 방법으로 납부하고 있고, 이는 OECD 평균치인 15% 보다 월등히 높다.

자료: 기획재정부

근로자들의 사회보험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세가 사회보장세다. 기업이 직원들의 실직, 질병, 산업재해, 연금퇴직 등에 사용될 비용을 국가에 납부하는 사회보장세(Payroll tax)와 개인이 봉급의 일정비율을 납부하는 건강보험료도 사회보장세에 속한다. 스웨덴의 경우 1970년대부터 도입되기 시작해 현재 31.42%를 차지하고 있다. 즉 한 사람을 고용하면 봉급의 31.42%를 국가에 지불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개인 소득에서 건강보험료(장기요양보험) 8%, 국민연금 9%, 고용보험료 1.8% 등을 납부하고 있다. 국가와 기업이 보장하는 사회안전망(Social security net)의 확충은 건전한 노동문화와 유연한 노동시장에도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제도구축을 위한 재원확보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조세 형평성, 투명성, 신뢰성

우리나라에서 고소득자의 근로소득세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세청과 국회예산정책처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을 기준으로 볼 때 연봉이 1억원 이상인 직장인의 경우 전체의 6.4% 수준이지만, 이들이 납부하는 비율은 전체 근로소득세의 62.7%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이 양극화를 줄여 주며 사회위화감을 줄여주고 사회보장비용으로 사용되어 재분배의 효과를 보여 준다면 사회 안정과 화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근로소득자 2053만명 가운데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은 690만명으로 33.6%에 이른다. 최근 10년 동안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중 33%가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조세정의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과도한 세액공제 혜택 등을 줄여 면세자 비율을 줄일 필요가 있다. 담세력이 있는 계층에 세금을 걷는 것은 '공동 부담의 원칙'과 조세의 '수평적 형평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세금을 낼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도 세금을 일단 납부하게 하고, 저소득 가족의 공공부조나 사회보험제도를 통해 환원할 수 있게 하는 공동부담원칙에 더 부합된다. 스웨덴의 경우 2024년 기준 연소득 24,238 크로네, 한화 약 240만원 이하는 세금면제를 받지만, 그 이상은 평균 32.37퍼센트의 소득세를 지방세로 납부한다. 연소득 24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은 자녀 탁아소 비용면제, 저소득층 현금지원 등의 공공부조 형태로 환급해 준다. 세금공제 등으로 세금면제를 확대하는 것보다 일정 구간 이상의 소득은 무조건 세금을 납부하게 하는 방법이 조세형평성과 공동부담원칙에 더 충실할 수 있다. 세금을 많이 내면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기보다 여전히 "부자니까 더 내야한다"는 시선으로 그들을 대한다면 고소득자들의 납세저항이 높아지면서 조직적 탈세 (tax evasion), 세금회피(tax avoidance) 등으로 국내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 조세질서를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세심하고 형평성 있는 조세정책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국세청에 대한 신뢰수준은 어떻게 될까? 한국과 스웨덴을 비교해 보자. 매년 기관신뢰도를 측정하는 예테보리대학 SOM 연구소의 보고서는 국세청의 높은 신뢰도를 보여준다. 2018년 평가대상으로 포함된 이후 줄곧 1위를 독차지하고 있다. (SOM, Förtroendebarometern 2024). 우리나라 국정원에 해당하는 국가안전경찰국(Säpo)은 국세청과 매년 1위와 2위를 놓고 경쟁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국가안전청(MSB)도 4위에 올라 있어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고조되고 있는 안보위협 상황에서 국가의 안전, 생명, 복지를 책임지고 있는 기관에 대한 신뢰가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다.

또 다른 측정에서도 국세청은 높은 만족도를 확인할 수 있다. 정부기관 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씽크탱크 그룹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2023년 기관서비스 및 응대평가에서 5점 높은 만점 기준 4.0을 받아 기업청(3,9), 통계청(3,4), 경찰(3,4), 교통국(3,4) 보다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다 (Kvalitetsmagasinet.https://kvalitetsmagasinet.se/skatteverket-bast-pa-service-enligt-landets-foretagare/). 그만큼 대내외 위기상황에서 투명한 조세관리, 안전, 생명보호는 국가의 안정을 유지하고 국민을 안심시키며 통합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가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출처: SOM, Förtroendebarometern 2024. https://medieakademin.se/wp-content/uploads/2024/03/Presentation_fortroendebarometern_2024.pdf Säpo 국가안전경찰국(국가정보원); Skatteverket 국세청; Försvarsmakten 국방부; Naturskyddsföreing 환경보호협회; MSB 국가안전위기관리청; Röda korset 적십자; Trafikverket 교통청; Försäkringskassan 국영보험청; Arbetsförmedlingen 국영직업소개소; Migrationsverket 이민청

한국은 어떨까?

조세연구원의 연구자료를 보도한 한국세정신문을 보면, 국민의 납세에 대한 평가에서 최근 12년 사이 부정적 시각을 들어내고 있다. 납세는 '의무기 때문에' 혹은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등 어쩔 수 없이 납부한다는 비율이 48.7%에 이르고, '가급적 줄이고 싶다'와 '빼앗기는 기분이라 내기 싫다'의 비율이 51.3%를 차지해 세금에 대한 저항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적발될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 세금납부 회피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는 여전히 세금회피 의향이 없다는 의견이 65.5%(2024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2년 동안의 조사에 보여주듯 30.7%(2023), 34.2%(2024)로 다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림 1. 세금 납부시 드는 생각 출처: 한국세정신문. http://www.taxtimes.co.kr/news/article.html?no=263686.

 

그림 2. 적발될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 세금납부 회피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인식 출처: 한국세정신문. http://www.taxtimes.co.kr/news/article.html?no=263686.

조세정책은 국민에 대한 약속실천과 미래의 고민을 담아야

세금은 양면성을 갖는다. 너무 과하게 걷으면 국민의 원성을 사고, 너무 적게 걷으면 국가재정이 빈약해져 국민을 보호하고 생명을 지켜주며 외부의 적을 막아내는 국가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둘 다 국민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세금을 높일지 낮출지는 사실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미리 공약을 통해 추인을 받아 책정하는 것이 민주적 방식이다.

민주적 통치가 힘든 이유는 선거를 통해 국민이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었더라도 공약대로 이행할 수도 없다. 대내외적 재정상황은 천재지변, 국가적 재난, 전쟁,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순위를 다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세금을 너무 쉽게 곶감 빼먹듯 쓰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국가부채는 미래세대들이 갚아야 할 빚이기 때문이다. 지금 정치인들은 써버리고 나가면 그만이지만, 그 빚은 결국 미래세대들이 낼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 야당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화합을 이끌어내야 할 책임은 대통령에 귀속된다. 거대야당일 경우에는 더말할 나위가 없다. 세금정책으로 흥하고 망한 국가들의 역사적 교훈을 다시 한 번 꼼꼼히 복기해 보았으면 한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최연혁 교수. 2024.01.15 mironj19@newspim.com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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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레임덕' 오나…민주당 상·하원 '싹쓸이'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2026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 주도권을 모두 휩쓰는 '블루 웨이브(Blue Wave·민주당 대승의 파도)'를 일으켰다. 3일(현지시간) 밤, 아직 개표가 한창인 가운데 미국 주요 방송사들은 민주당의 상·하원 다수당 석권을 일제히 예측 보도했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이미 과반인 51석 이상을 확보한 데 이어, 하원에서도 과반(218석)을 무난히 넘기는 대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전반기의 성적표 격인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것은 그야말로 '트럼프 심판론'의 압도적 승리였다. 관세 정책과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고물가가 미국인들의 표심을 결정적으로 돌려놓았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미시시피주 코린스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신디 하이드스미스를 위해 지원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대에서 내려오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NBC, CNN, CBS 등 미 주요 방송사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SSRS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특히 유권자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응답했으며, 62%는 고물가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유권자 10명 중 4명 이상인 43%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판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에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상원 승패를 결정지을 핵심 경합주인 조지아, 오하이오, 미시간, 텍사스 4곳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어서며 공화당 후보들에게 뼈아픈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핵심 유권자층의 이탈 징후도 포착됐다.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율은 2024년 39%에서 올해 43%로 반등했다. 이는 불법 이민자 단속 등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이 라틴계 표심의 반감을 사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밤 개표 상황을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결과를 수용할 의향이 분명히 있다(absolutely willing)"며 민주당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일단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란과의 전쟁이 공화당 선거 패배에 일조했다"고 입장을 밝히는 한편, 민주당이 "터무니없는(insane)" 법안을 내놓을 경우 대통령 거부권(Veto·비토)을 족족 행사하겠다고 강조하며 날을 세웠다. ◆ 입법 주도권 상실… 트럼프 '미스터 비토' 전략과 행정명령 우회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형성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국정 운영 방식은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이 상당한 의석 차로 의회 주도권을 쥠에 따라 주요 국정 과제 관련 입법과 예산안 심의, 인사 청문회 등에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단 하나의 법안도 통과시키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스스로 '미스터 비토(Mr. Veto)'가 될 것임을 경고해 왔다. 그는 지난 1일 폭스뉴스를 통해 선공개된 뉴욕포스트 팟캐스트 인터뷰 예고편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아마 내가 '미스터 비토'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올린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다 보면 그들도 시간 낭비라는 것을 깨닫고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선거 전부터 이미 패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배수진을 쳤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8월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출생시민권 및 폴리실리콘 산업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행사에 참석한 모습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러나 거부권 행사만으로는 국가 예산안 타결이나 행정부 국정 운영을 지속할 수 없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따라 입법권이 막힌 트럼프 대통령이 고유 권한인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집착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이미 몇 달 전부터 '여소야대' 정국에 대비해 비밀 대책 수립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러셀 보트 예산관리국장(OMB) 등 핵심 참모진은 지난 4월부터 법률고문실과 협력해 이민 정책, 관세, 주택 비용 감축 등 의회 승인 없이 행정권한만으로 강행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정밀 검토해 왔다. 하지만 행정명령 역시 예산 뒷받침이 없으면 효력이 제한적인 데다, 사법부의 가처분 신청 등에 가로막힐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 레임덕 회기 속 공화당의 '속전속결' 입법전  민주당이 새 의회의 의사봉을 쥐는 내년 1월 3일 전까지,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남아있는 '레임덕 회기' 동안 양당 간의 치열한 입법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선거 패배를 직감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지도부는 레임덕 기간을 활용해 시급한 국정과제와 법안, 공직 인준안을 전격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과제는 당장 내달 11일 만료되는 연방정부 임시 예산안(CR)의 연장 및 2027 회계연도 정식 예산안 타결이다. 다만 상원 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하려면 60표가 필요해, 민주당과의 타협이 필수적이다. 여의치 않을 경우 국방 예산 등 핵심 부처 안을 먼저 통과시킨 뒤 나머지 항목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차선책도 거론된다.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처리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하원 안만 통과하고 상원 군사위원회 안은 계류 중이다. 이 역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고려하면 협상이 필수적이다. NDAA에는 주한미군 규모 유지, 미 해군 함정 정비·건조 관련 한미 조선 협력 등 한국의 안보 및 통상 이해관계와 직접 결부된 사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국내 산업계와 정부도 초유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불은 연방정부 부채한도(현 41조 1,000억 달러) 상향이다. 한도 도달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를 늘리지 못할 경우 향후 2년 간 국정 수행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를 지렛대 삼아 복지 정책 확대를 요구할 태세다. ◆ 민주당의 대대적 청문회와 '트럼프 가족 비즈니스' 조준… 탄핵 국면 재현되나 상·하원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게 된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실패와 각종 사법 리스크를 향해 대대적인 청문회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의회 조사의 핵심 타깃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 비즈니스다. 출구조사에서도 고물가에 이어 '부패와 사적 이익 추구'가 주요 불만 이슈로 지목된 만큼 민주당의 고강도 조사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저속 셔터로 촬영한 미국 워싱턴DC의 연방 의회의사당. [사진=로이터 뉴스핌] 로이터의 지난 9월 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자산은 집권 2기 들어 가상자산, 드론, 인공지능(AI), 예측시장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약 22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은 민간 기업의 경우 대통령 행정권 특권을 이유로 의회의 자료 제출 요구나 소환장 발급을 거부할 법적 명분이 없다는 점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역시 "개원 첫날부터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주요 조사 대상으로는 트럼프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파트너로 있는 '1789캐피털'이 투자한 희토류 스타트업 '벌칸 엘리먼츠'가 거론된다. 이 회사는 투자 불과 3개월 만에 국방부로부터 6억 2,000만 달러 규모의 대출을 승인받아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동 국유펀드와 사모펀드 거래를 이어간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이해충돌 의혹, 대선 기부의 대가로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석유 기업들, 카리브해 바하마 결혼식 비용의 러시아 올리가르히 대납 의혹 등도 파상공세 대상이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함에 따라 과거 1기 임기 당시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1·6 의사당 난입 사태'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 탄핵소추안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실제 대통령 파면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하원에서는 과반(218석 이상) 찬성으로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상원 탄핵 재판에서 최종 유죄를 확정하려면 출석 의원의 3분의 2인 67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탈환하더라도 의석은 51석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쳐, 상당한 공화당 상원의원 이탈표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 상원 문턱을 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트럼프 2기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민주당의 파상적인 청문회 공격과 하원의 탄핵 시도, 이에 맞선 트럼프 대통령의 연쇄 거부권 행사와 행정명령 강행이 맞물리며 미국 국정이 극심한 대치와 경색 국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wonjc6@newspim.com   2026-11-0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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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제2금융·증권사 등 보안 모두 뚫렸다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사와 카드사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금융사 보안 체계는 외부 공격과 내부 관리 부실 앞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사고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피해를 신속히 차단하는 대응 역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핌은 총 4편의 기획을 통해 업권별 사고 원인과 보안 실태를 규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보안체계 구축과 망분리 규제 개선 및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김양섭·김가희 기자 = 국내 금융권이 한 달 넘게 이어진 연쇄 해킹에 업권을 가리지 않고 뚫렸다. 지난달 1일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공개 이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새마을금고중앙회로 번진 침해사고는 지난달 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빗썸으로 이어졌고 한양증권에서도 유출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4일 집계한 침해 금융사만 16곳, 유출 정보는 약 10만건이었다. 뚫린 곳은 대부분 핵심 뱅킹망이 아닌 외곽 시스템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사고를 세 유형으로 나눴다. 본인확인 없이 대출신청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던 정보조회 서비스, 기기 접근통제가 빠졌거나 웹 취약점이 있던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 담당자(RM) 등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 이미 알려진 취약점으로 악성코드가 심어져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이 빠져나간 홈페이지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의 자체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한 지 2주 만에 증권·보험업권에서 추가 사고가 나오면서 체크리스트 방식 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모집인 조회서비스 뚫리자 고객 정보까지…신한 2만5729명·국민 2210명 유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연쇄 해킹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신한은행 사고는 모바일 홈페이지 'M신한'의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였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격자는 9월 28일 저녁부터 고객번호 등 입력값을 무작위로 바꿔 넣으며 조회를 반복했고 휴대전화 인증 우회도 시도했다. 8개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바꿔가며 들어왔고, 은행은 15시간26분 뒤에야 이상을 알아챘다. 유출 고객은 2만5729명이다. 이름·전화번호와 연소득, 산출 대출한도 등이 빠져나갔고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은행 4곳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사 사고 가운데 여러 곳에서 동일 공격자로 추정되는 IP가 발견됐고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접근 시도를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지정 태블릿에서 별도 인증서와 생체인증을 거쳐야 업무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고, 농협은행은 모집인에게 내부망 접속 권한이나 별도 업무시스템을 주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RM 에이전트'와 'PB 에이전트'가 뚫렸다. 지난달 2일 고객 119명 유출을 밝혔다가 26일 재조사에서 고객 1631명과 임직원 460명을 추가로 확인해 피해가 2210명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은 영업지원시스템(ODS)에서 고객 89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직장명 등이 유출됐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연구원 교수는 이번 사고를 개별 회사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 문제로 봤다. 그는 "이번 사고는 본사가 아닌 외곽 조직이 털린 것이어서 망분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외곽 조직은 업무 편리성이나 직원 복지, 매출 때문에 보안 등급을 의도적으로 낮춰온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간 해커는 목표를 정해 오래 준비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천 개가 금융권 전체를 실시간으로 훑다가 취약점을 찾으면 바로 공격한다"며 "관행처럼 해오던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간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자체점검 '적정' 대신증권도 뚫려…협력사 연계서버서 3만8490명 유출 대신증권은 지난달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계좌개설 연계서버에서 비정상 접근을 포착했다. 고객 3만8490명의 이름·이메일·주소와 암호화된 계좌번호 등 8개 항목이 유출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당국의 12개 항목 자체점검에서 미흡사항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뚫린 연계서버는 당시 점검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업무용 웹 시스템에 외부 IP가 비정상 접근해 일부 업무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고객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한양증권도 지난달 29일 외부 그룹웨어에 대한 비정상 접근으로 고객정보 15건을 포함한 개인정보 31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건은 3건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는 개인 고객 정보를 직접 다루는 일이 적어 그동안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은행·증권·카드보다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사는 자체 보안 인력을 꾸리기 어려워 전산을 외주에 의존하는 곳이 많은데, 외주업체가 뚫리면 같이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고가 알려진 뒤 점검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며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을 전수 파악해 접근통제를 다시 확인하고 점검 범위를 외주·연계 구간까지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뚫려 고객 6444명과 임직원·협력사 직원 715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고객 844명분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 노출됐고 주민등록번호·신분증 사본 등이 포함됐다. 빗썸은 당국 자체점검 때 최신 보안패치 적용이 미흡하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가운데 처음 해킹 유출을 신고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홈페이지와 청약시스템 일부가 침해돼 이름·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 홈페이지 서비스 관련 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10년 된 데이터베이스 쓰던 예가람 4만3246명 유출…웰컴·현대캐피탈은 닷새 뒤 인지 예가람저축은행에서는 고객 4만3246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규모가 공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고 상반기 말 거래자(16만2731명)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중 320명은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거래내역 등 다른 항목까지 빠져나갔다. 해커는 9월 16일 고객정보 서버에 접근했지만 은행은 14일 뒤에야 이를 알아챘다. 국정감사에서는 침해 관련 시스템에 2016년 출시된 구버전 데이터베이스(DB) '레디스(Redis) 3.0.7'이 쓰였고 1년 전 공개된 취약점도 패치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사고 당시 금융보안원 회원사도 아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대출신청 웹페이지, 15일 모바일 수신서비스 홈페이지가 잇따라 뚫려 고객 250명의 연소득·대출금액 등과 268명의 계좌번호·잔액 등이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은 9월 27일 공격을 받고도 닷새 뒤 금융보안원이 공유한 공격 IP로 접속 기록을 살피다 침해를 확인했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대표자 이름 등 2370건(중복 포함)이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은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페이지가 공격받아 모집인 146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제 홈페이지에서도 회원 400여명의 정보가 빠져나갔고, 중앙회는 약 60시간 뒤 금융보안원이 전달한 의심 IP를 분석하고서야 이를 알았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은 최 교수와 달리 뚫리지 않은 회사도 있는 만큼 개별 회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마다 부가서비스로 했거나 보안을 등한시했던 부분이 계속 뚫리고 있다"며 "금융권도 보안을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나면 아까운 돈이다 보니 몇 년씩 사고가 없자 늘려야 할 투자를 계속 줄이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수년째 10%를 밑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7개 업권의 정보기술(IT) 인력 2만7508명 가운데 정보보호 인력은 2654명(9.6%)으로, 은행(8.8%)과 증권(9.5%)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 555곳 중 130곳 '미흡'…패치·인증·관제 기본 항목서 구멍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긴급 자체점검에서 금융회사 555곳 가운데 130곳(23.4%)이 보안패치 미적용, 기술지원이 끝난 노후 시스템 관리 미흡, 24시간 보안관제 미구축, 대외시스템 인증·인가 누락, 다중인증(MFA) 미도입 등 미흡사항을 보고했다. 나머지 425곳은 '적정'으로 보고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수 차례에 걸쳐 전수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금융회사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권의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고 전부터 기본 보안 통제 보완과 외부 접점 악용 주의 등을 전파했고, 긴급 체크리스트 점검 때 필수적인 경우를 빼고 외부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사고 회사가 유의사항과 자체점검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피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보험사 등 대형 금융회사도 은행권과 같이 CEO 등 경영진 책임까지 엄중하게 물으라"고 지시했다. 대부업·가상자산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전자금융거래법 미적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의 외부 접점을 전수 점검하고, 형식적 점검에 그친 곳은 엄중 조치하라고도 했다. 오는 5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대 시중은행장·금융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AI 해킹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 교수는 미국·유럽처럼 외부 공격을 가정해 취약점을 찾는 '레드팀' 점검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거나 자기 보고에 의존해 보고할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안 품질을 평가하거나 보안 성과를 공시해 주가에 반영되도록 하면 기업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안을 투자로 보는 인식과 CEO가 책임지는 구조를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CEO가 아니라 개인정보·정보보호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을 잘라버리면 끝"이라며 "갈수록 AI를 쓴 공격이 늘어날 텐데 이전 보안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는 만큼 은행도 AI 시스템을 갖춰 미리 방어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ssup825@newspim.com 2026-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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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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