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 따른 수출 기업 실적 리스크 등 반영 안돼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뉴욕증시를 포함해 글로벌 주요 증시의 변동성이 일제히 바닥권으로 떨어진 가운데 본격적인 반전이 일본에서 촉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들어 동반 급락한 일본 증시 및 채권시장 변동성이 엔화가 강세 흐름을 탈 경우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진:신화/뉴시스) |
15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의 변동성은 연초 이후 33% 급락, 15.3까지 떨어졌다. 이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일본 증시의 변동성은 지난 8일 15.1까지 하락, 7년래 최저치로 내리꽂힌 이후 4.5% 반등했지만 상승폭이 같은 기간 미국과 유럽의 17% 및 25%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일본 증시는 일본은행(BOJ)의 공격적인 부양책과 세계 최대 규모의 연기금이 적극적인 ‘사자’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에 지난해에만 57% 폭등했고, 단기적으로는 올해 5월 저점 이후 9% 이상 뛰었다.
상황은 채권시장도 마찬가지다. 일본 국채시장 변동성은 지난 6월30일 기준 0.647%까지 떨어졌다. 이는 데이터 집계가 시작된 1994년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증시 변동성이 냉각된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걸친 현상이다.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한편 변동성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유럽 역시 마찬가지다. 홍콩 증시의 변동성 역시 연초 이후 2.3% 하락해 최근 13.2까지 밀렸다.
문제는 이익 부진부터 유로존의 잠재 위기 가능성까지 리스크 요인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갑작스러운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 증시의 변동성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지만 경계감을 높여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본이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에 반전을 일으키는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펜가나 캐피탈의 팀 슈로더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엔화가 상승 흐름을 탈 여지가 높고, 이 경우 수출 기업 실적에 커다란 타격을 줄 것”이라며 “하지만 지난해 이후 주가가 고공행진하는 사이 이 같은 리스크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포르투갈의 에스피리토 산토 은행의 단기 채무금 상환 연기에서 보듯 주변국 부채위기가 완전히 진화되지 않은 상황이고, 미국 연준과 일본은행이 추가 부양책에 나설 여지가 떨어지는 등 증시 흐름에 혼란을 일으킬 요인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룩셈부르크의 방크 인터내셔네일의 한스 게티 펀드매니저는 “중앙은행의 부양책이 위험자산에 버팀목과 지지선을 제공한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며 “그 효과가 가장 강하게 작용한 곳은 미국이 아니라 일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5월 이후 두드러진 일본 증시의 강세 흐름이 공적 자금의 투입에 따른 결과”라며 “하지만 일본은행이 부양책을 추가로 시행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리스크 요인이 중국에 잠재돼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빈티지 캐피탈의 스튜어트 비비스 주식 파생상품 헤드는 “일본보다 중국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국 실물경기가 둔화될 때 정부가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더욱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