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기준 적용하니 한국제지 등 5곳이 0.3배 내외
[편집자주] 이 기사는 지난 7월 2일 오전 10시35분 뉴스핌의 프리미엄 뉴스 안다(ANDA)에서 표출한 기사입니다.
[뉴스핌=홍승훈 기자] "증시가 너무 성장주 위주로만 흘렀다. 이제는 곳간에 자산이 많이 쌓인 기업을 들여다 볼 때다."
현금과 자산이 풍부한 알짜기업, 즉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기업을 공략하라는 얘기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KOSPI200 기업들의 영업이익 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지난 3월초 20%대 초반에서 최근 15% 수준까지 내려왔다. 성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셈이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도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올해 실적전망치(EPS +0.8%)가 6월에만 3.7% 떨어지며 추가 하향우려를 키우고 있다. 5월 이후 하락폭이 둔화되고 있는 시장 EPS(주당순이익) 상승 전환 시점이 기대보다 다소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내 상장기업들의 이익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조정되자 증권가 일각에선 EPS보다는 BPS(주당순자산가치)에 기반한 투자전략이 유효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업황호전 등을 이유로 대규모 설비투자를 예고했거나 예정인 기업들 역시 투자자 관심이 몰릴 수 있다는 전언이다.
송동헌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신뢰성이 낮아진 EPS보다는 상대적으로 신뢰성이 높은 BPS를 들여다 볼 때"라며 "대외환경 개선에 수혜를 받는 경기민감주들이 현재 이같은 저PBR주라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기업의 설비투자 결정이 업황호전을 의미하는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설비투자를 계획중인 기업들에 대한 투자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아차가 멕시코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LG이노텍이 멕시코에 차량 전장부품 준공식을 했다는 소식들에 시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설비투자 확대 자체를 업황호전 기대감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 역시 이 같은 의견에 힘을 실었다. 득세했던 고성장 모멘텀이 한풀 꺾이고 눌려있던 저성장주, 현금과 자산이 많은 저성장주에 대한 시장 관심이 늘고 있다고 언급했다.
◆ 부채비율 100% 이하, PBR 0.6배 이하, 3년 흑자 기준 충족한 83개사 중 으뜸은
사실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은 성장이 둔화되면서 성장에 대한 목마름이 강했다. 고성장 모멘텀의 득세라 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성장성을 매개로 상승한 주식은 더 오르고 반대의 주식은 떨어지는 트렌드를 보여왔다.
하지만 글로벌 저성장기조 속에서 원화강세, 내수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국내기업의 이익 전망치는 계속 하향조정되는 상황이다. EPS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 부사장은 "고성장은 아니지만 곳간에 자산이 많이 쌓인 기업들을 살펴볼 때가 된 것 같다"며 "최근 자산주라는 이유로 별다른 이유 없이 오르는 중소형주와 우선주 등도 이 같은 트렌드와 맥을 같이 한다"고 진단했다.
물론 저PBR주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저PBR주에서 오랜기간 벗어나지 못하는 종목들도 부지기수다. 또 장부가치 신뢰도가 다소 떨어지는 중소형주의 경우 PBR 기준으로만 접근하기엔 리스크가 있다.
이 부사장은 "차입금 없이 현금자산이 많고 적자가 안 나면서 어느정도 정상화의 모습이 보여지는 기업들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못해도 잃을 게 별로 없고 만일 업황이 돌아서면 중박 이상의 수익률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국내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부채비율 100% 이하, PBR 0.6배 이하(시장평균 1.1~1.3배), 3년연속 흑자기조 등 3가지 기준으로 추출한 결과, 총 83개 기업이 관련기준에 부합한 것으로 조사됐다.<아래 표 참조>
위 3가지 기준에 부합한 기업 중 PBR이 가장 낮은 기업은 한국제지로 0.29배 수준이며 만호제강(0.3배), 삼아알미늄(0.31배), 세원물산(0.32배), 휴스틸(0.33배) 순이다.
또 83개 기업 가운데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업종으로는 한국제지를 포함해 수출포장, 대양제지, 무림SP, 동일제지, 태림포장, 아세아제지, 신대양제지, 대림제지, 삼보판지, 영풍제지 등 제지업종이 다수를 차지한 것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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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BR =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BPS)로 나눈 비율로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한 수치다. 재무적인 측면에서 주가를 판단하는 척도로, PBR이 1이라면 특정시점 주가와 기업의 1주당 순자산이 같다는 의미다. 이 수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해당기업의 자산가치는 증시에서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