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 멘트와 신임 금통위원 두고 해석 오갈 듯
[뉴스핌=정연주 기자] 국내 채권시장이 간만에 '재료'를 만났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깜짝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금리 방향성에 대해 언급했고, 지난 보름 간 공석이던 금융통화위원 자리에 함준호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임명됐다.
채권시장이 이 총재의 발언과 신임 금통위원 인사를 재료 삼아 오래간만에 변동성을 회복할지 주목된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이 총재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제 47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해 "예전에는 깜짝 변경을 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또 "6개월 후 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면 2∼3개월 전엔 시그널(신호)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깜짝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한 것만 놓고 보면 장기간의 금리 동결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돼 일단 비둘기적 멘트로 이해된다. 하지만, 실제 인상에 앞서 인상의 시그널 자체는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나올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예컨대 연말 인상을 고려한다면 인상 시그널을 당장 3분기에 던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 이 총재의 멘트가 오히려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한국은행 본점에서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총재의 발언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두고 채권시장 참여자들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최근 한 달 이상 5bp 레인지에 갇혀 있었던 채권시장이 박스권을 벗어 날 수 있을 것인가도 주목된다.
지난주 실체를 드러낸 신임 금통위원 인사도 주목할 만한 재료다.
은행연합회가 추천한 함준호 교수에 대해 시장은 '그리 매파적이지 않은' 인물로 보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의 성향은 안개 속이다. 그의 스탠스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해석이 야기될 경우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동부증권 문홍철 연구원은 "함준호 금통위원은 매파와 비둘기파가 3대 3으로 나뉜 금통위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어떤 면에서 이번 인사는 이 총재 인선보다 중요한 사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금융 전문가는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는 경향도 있고 은행연합회 추천인사들도 다소 매파적인 성향이 우세했다"며 "그 외 여러 정황과 이유를 바탕으로 할때 중도매파에 가깝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전 국민을 비통하게 만든 세월호 사태로 국내 소비가 침체할 가능성도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최근 국내 지표에서 내수 부진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사태로 인해 내수 침체 우려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다만 지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5월 한달은 전반적으로 소비심리지표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으나 이후 조금씩 반등할 것"이라며 "세월호 사태에 따른 영향은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