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기조 유지…증시 '강세', 채권 '선방'
[뉴스핌=주명호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8일(현지시간) 드디어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했다. 연준이 꺼낸 '테이퍼링' 카드에 증시는 환호했고, 우려가 컸던 국채가격은 하락했지만 예상보다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간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두고 끊임없이 동요를 보여온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런 결과는 연준이 테이퍼링을 통해 축소 시기 불확실성를 해소하면서도 기존 통화완화 기조는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시장에 명확히 전달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관망세를 보였던 시장 참가자들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에 참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테이퍼링'은 사실상 본격적인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펼치기 전 내놓은 '전초전'의 성격을 지닌다. 이 때문에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시장도 현재의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불어 '테이퍼링' 자체가 현실로 다가온 만큼 장기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아직까지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 QE현실화에 시장, 오히려 안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1.85% 급등한 1만6168.29를 기록해 사상 최고수준에 도달했다.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도 역시 1% 이상 급등하며 장을 마쳤다.
미국채 5년만기 국채 금리는 0.05%p(포인트) 오른 1.54%, 10년만기는 0.05%p 상승한 2.89%를 기록했다. 30년물 또한 0.03%p 올라 3.90%를 나타냈다. 지난 5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연내 축소를 시사했을 당시 보였던 상승수준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채 10년물 금리 변동 추이(2012~2013) 차트, 출처: WSJ] |
전문가들은 불확실성 해소를 증시 급등의 주된 요인으로 해석하고 있다. 컴버랜드 어드바이저스 데이빗 코톡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제 시장은 연준이 점진적인 양적완화 축소를 진행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 폴 힉키 공동창립자는 "시장은 이미 양적완화 축소가 언젠가는 일어날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하고 대비해 왔다"며 이번 결과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양적완화 축소가 결정됐지만 연준의 완화 기조는 그대로라는 점도 시장의 불안감을 없애주었다는 지적이다. 버냉키 의장은 연방시장공개위윈회(FOMC) 회의를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완벽한 회복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며 현 정책 기조는 지속될 것임을 천명했다.
축소 규모 또한 시장의 걱정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는 평이다. 스트레티개스 리서치 파트너스의 토마스 치쳐리스 연구원은 이를 두고 "연준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은 지속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힉키 회장도 이번 발표에 대해 "예상했던 것보다는 미약할 수준일 뿐더러 축소 외에는 여전히 이전의 완화 기조가 유지됐다"고 평가했다.
◆ 'T'만 나타난 테이퍼링…현 기조 유지될 전망
CNBC방송은 이번 테이퍼링에 대해 "테이퍼링(Tapering)에서 단지 'T'만 나타났다"며 본격적인 양적완화 축소와는 거리가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향후에도 시장에 미칠 충격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기적으로는 테이퍼링 완전 종료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하겠지만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펼쳐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준이 출구전략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고용지표와 물가 중,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목표와 먼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코톡 CIO는 "여전히 목표치를 하회하고 있는 물가상승률로 인해 연준의 출구전략은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발표된 1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달에서 보합수준을 나타내는 데 그쳐 전망치 0.1%를 하회했다. 연간 물가상승률 또한 1.2% 수준에 그쳐 목표치 2.0%보다 매우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내리는 평가도 다르지 않다. 대신투자증권 김승현 연구원은 "이번 축소 결정은 본격적인 정책 후퇴보다는 이후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테스트(실험적) 성격이 강하다"며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기조가 유지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