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 이면은
[뉴스핌=노종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8일(현지시간) 다음달 버냉키 의장의 퇴임을 앞두고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결정했다.
연준은 매월 850억달러 상당의 채권을 매입했던 것을 내년 1월부터는 매입규모를 750억달러로 100억달러만큼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단 이번 테이퍼링 결정의 의미는 한마디로 연준이 권위보다는 현실적 유연성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쉽게 말해 연준이 스스로에게 쏠리는 시선과 부담을 최대한 벗어버리겠다는 것이다.
연준이 시장친화적인 입장을 보인 것은 고무적이나 시장에 지나치게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이번 연준의 방향성 변화 선택이 지속적인 현상이나 특성으로 뿌리내릴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그동안 연준은 글로벌 경제를 좌우하는 굵직굵직한 이슈들을 선도적으로 이끌어왔다. 예컨대 그간 연준의 정책 발표나 회의의 경우 그 특성상 공개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으로 시장을 리드했고 동시에 이 같은 불확실성은 시장의 방향성과 변동성을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날 연준의 태도는 시장친화적이다 못해 지나치게 시장동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시장 전문가들의 공개된 설문조사 결과나 다수의 의견, 기대감, 우려 등에 정책 결정이 좌우되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연준은 실업률이 6.5%보다 낮아지더라도 충분한 기간 동안(well past)은 현재의 저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여기서 '충분한 기간'이라는 문구의 '충분하다'가 과연 무슨 의미인지가 시장 참여자들 각자의 해석에 맡겨지게 됐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또 연준은 사전 예정된 결과가 아닌 정책결정의 방향이 시장 상황에 따라 변모할 수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이 같은 정책 방향도 '예정된 코스'가 있는 것이 아니라 향후 '시장 데이터에 의존적'이 될 것이라고 표명했다.
연준은 미국의 경제성장률 수치도 낮춰 잡으면서 그 폭도 확대해버렸다. 즉 기존에는 2.1%~2.5%였던 성장률 전망을 1.8%~2.5%로 늘려 잡으면서 당분간 저성장에 대한 정책적 부담도 덜어냈다.
하지만 연준 가이던스(기준점) 폭의 지나친 확대는 정책 목표나 신뢰성을 희석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 점 역시 쉽게 드러나보이지 않지만 연준의 스탠스가 일부 변동을 겪고 있음을 감지하게 하는 부분이다.
당초 이번 연준 FOMC(공개시장위원회)의 경우 버냉키 의장 임기내 마지막 회의에서 스스로 만든 짐은 자신이 털고 간다는 의미가 강할 것으로 예상됐다. 마지막 인터뷰에 나선 버냉키 의장도 그동안의 심사숙고하는 이미지보다는 짐을 훌훌 털어버렸다, 혹은 가방을 쌌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양적완화 축소 결정이 어떤 형태로든 연준 내부 등의 고도의 정치적 배경이 좌우한 결정은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 이 때문에 재닛 옐런 차기 연준의장 체제의 출범을 앞두고 연준의 새로운 실험, 즉 시장 친화적 노선 탐색이 관심을 끌면서도 동시에 연준의 권위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지 우려된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