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동호 기자] '헬리콥터 벤',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사진)의 별명이다.
버냉키 의장은 리만브라더스 파산과 함께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마치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에서 달러를 뿌리는 듯한 양적완화(QE) 정책으로 미국 경제를 지켜냈다.
지난 2006년 2월 13대 연준 의장에 선임된 버냉키는 이후 14대 의장까지 연임하며 모두 3차에 걸친 QE 정책을 실시했다.
미국은 버냉키 의장의 막대한 QE 정책에 힘입어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이겨냈으며, 올해 들어 경기가 되살아 나며 버냉키 의장이 언제 QE 축소(테이퍼링)에 나설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월가에선 내년 1월 말 임기가 끝나는 버냉키 의장이 임기 종료 전에 테이퍼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9월 연준 회의를 통해 이달 테이퍼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으나, 버냉키 의장은 미국의 경기회복이 여전히 미진함을 지적하며 QE를 좀 더 지속키로 했다.
그는 다만 여전히 경제 상황만 개선된다면 언제든 QE 축소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18일 연준 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전망대로 경제가 나아진다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수 있다"며 "양적완화 정책은 연내 축소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QE 축소는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실업률이 여전히 높은 편이고, 재정적책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버냉키 의장을 결정을 두고 연준 내는 물론 외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QE 유지 혹은 확대가 당분간 필요하다며 버냉키의 결정에 동조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연준의 시장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들어 반발하고 있다.
앞서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데니스 록하트 총재는 미국 경제 회복 흐름에 대해 실망스러움을 느끼고 있다며 경제가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조건에서 우호적인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경제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윌리엄 더들리 총재도 비슷한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미국의 경제 회복세가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의 '수용적인(accommodative)' 통화정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예산안 논쟁과 더딘 고용회복세가 위험 요인으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유로퍼시픽 캐피탈의 피터 시프 최고경영자(CEO)는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 참석해 연준이 QE 축소에 나설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연준이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캔자스시티 연은의 에스더 조지 총재는 9월 연준의 회의 결과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이번 결정이 연준의 정책에 대한 신뢰성에 타격을 입혔다고 평가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리처드 피셔 총재 역시 "9월 회의에서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 향후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커졌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의 위기를 잘 극복해 낸 버냉키에 대한 평가는 우호적인 듯 하다.
가치투자의 대가로 잘 알려진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버냉키 의장이 연임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버핏 회장은 20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연준 의장으로 누가 되야하냐는 질문에 대해 "나라면 버냉키 의장에게 연임을 요청할 것"이라며 "4할 타자를 라인업에서 빼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버냉키 의장은 (연준을) 떠나고 싶을지 몰라도 5년 전 위기 이후 그는 굉장한 일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버핏은 앞서도 "금융위기 이후 버냉키 의장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며 "후임자도 버냉키 의장의 경기부양 기조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