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관게자들도 선명한 이견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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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AP/뉴시스> |
연준 내부에서도 부양책 유지 결정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이 앞으로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회수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유로퍼시픽 캐피탈의 피터 시프 최고경영자(CEO)는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인덱스유니버스 컨퍼런스에 참석해 연준은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규모를 축소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연준이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늘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프 CEO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정책 함정에 빠진 상태"라고 주장하면서 바퀴벌레를 퇴치하기 위해 설치한 '로치모텔(Roach Motel)에 통화정책이 갇혀버린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연준이 강조하고 있는 경기 회복세는 전적으로 양적완화 조치에 의지하고 있다"면서 "모든 약물과 같이 경제가 미약한 회복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부양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앞으로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하기 보다는 이를 더 큰 폭으로 확대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앞서 벤 버냉키 의장을 비롯해 일부 연준 관계자들은 조만간 자산매입 축소를 시작하려는 듯한 인상을 심어준 바 있다. 하지만 시프 CEO는 이런 움직임에도 연준은 부양책을 축소할 의향은 없다고 봤다.
그는 "연준은 앞으로 매월 1000억 달러, 1150억 달러, 1250억 달러로 자산매입 규모를 늘려야 할 것"이라면서, 나아가 "연준은 현재 이 같은 광기를 다스릴 수 있다는 환상을 유지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극단적인 경고에 대한 반론도 나오고 있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먼의 마크 챈들러 글로벌 전략가는 "피터와 같은 사람들은 연준의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면서 "오히려 디플레이션이 더 큰 위험 요인으로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정 시점에 이르면 미국 달러화는 약세를 보일 것이며 국채 가격 역시 하락할 것"이라며 "연준 앞에는 결국 정책을 회수할 선택지밖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연준 정책 관게자들 사이에서 향후 정책 행보에 대한 평가가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자산매입 유지 혹은 확대가 당분간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신뢰성의 문제를 들어 반발하고 있다.
앞서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데니스 록하트 총재는 미국 경제 회복 흐름에 대해 실망스러움을 느끼고 있다며 경제가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조건에서 우호적인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경제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윌리엄 더들리 총재도 비슷한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미국의 경제 회복세가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의 '수용적인(accommodative)' 통화정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예산안 논쟁과 더딘 고용회복세가 위험 요인으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캔자스시티 연은의 에스더 조지 총재는 9월 정책회의 결과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연준의 정책에 대한 신뢰성에 타격을 입혔다고 평가했다.
그는 통화정책 신호를 보낸 뒤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취하는 것은 연준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리처드 피셔 총재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 향후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가시켰다"며 연준의 신뢰도에 의문점이 생기고 있음을 지적했다.
지난주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제임스 불러드 총재는 다음달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