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포기·저축은행 부실 '트라우마' 걸림돌
[뉴스핌=김연순 기자]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대부업체의 부실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지만,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가능성을 놓고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여전히 이견이 존재하는 등 이에 대한 아직 입장정리가 안됐을 뿐더러, 대부업체가 본업인 대부업을 접고 저축은행 인수에 선뜻 나설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대부업체에 대한 검사를 포함한 감독권과 제재권 확대와 관련해서도 금융당국 내부조율이 필요하다.
12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음주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저축은행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부업체의 인수 조건은 아직 논의 중에 있지만, 금융위는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기존 대부업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등 단계적으로 대부영업을 줄이는 방안 등을 포함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대부업을 접는 (저축은행 인수와 관련해) 굉장히 제한적인 조건으로 다음주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에 가장 큰 걸림돌은 사실상 기존 대부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하겠다고 하면 대부업까지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이런 조건으로 해서 (저축은행 인수에) 들어올 수 있는 대부업체는 아마 없을 수 있다"고 밝혔다.
대부업계도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조건과 관련해 인수 시점부터 대부업의 외형을 확대하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는 정도까지는 생각해볼 수 있지만, 신규대출 중단 등의 조건이 포함될 경우 저축은행 인수에 나설 대부업체는 사실상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신규대출을 받지 말라는 것은 대부업을 접으라는 얘기랑 같은 것"이라며 "단계적으로 대부업을 그만두라고 하면 저축은행 인수에 나서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부실 저축은행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한데 대부영업을 통해 조달할 수밖에 없다"면서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에이앤피파이낸셜(상호명 러시앤캐시), 웰컴크레디라인(웰컴론) 등 인수에 선뜻 나설 대부업체들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앤캐시 등 저축은행 인수 유력 후보군들은 다음주 금융위의 저축은행 인수 조건과 관련한 구체적인 발표 이후 인수 여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정부가 사채업으로 시작했던 상호신용금고를 지난 2002년 '상호저축은행'으로 격상시킨 이후 터진 저축은행 부실사태에 대한 관료들의 트라우마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학계 뿐 아니라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대부업의 저축은행 인수 허용을 놓고 여전히 이견이 큰 상황이다. 특히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연장선상에서 대부업에 수신기능을 줄 경우 파생될 리스크 요인 등에 대한 우려가 높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가 부실규모에 비해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의사결정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면서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대부업의 저축은행 인수 허용 여부를 놓고 아직까지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부업을 하다가 갑자기 대형저축은행을 맡아서 하면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법규준수 인식이 인정할 정도로 됐는가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독과 검사 등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강화할 것인가도 숙제다. 금융위는 금융당국이 직접 대부업체를 감독하고 검사 뿐 아니라 제재권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를 포함한 감독권과 제재권 등과 관련해 금융당국 내부적으로도 논의과정이 필요하고 의견을 나눠야 한다"면서 "금감원이 원해서라기보다는 선거공약과 연결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에서 접점이 마련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