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일 산적한데"… 거래소, 정부 '눈치'만
[뉴스핌=서정은 기자] 한국거래소의 이사장 인선이 '올스톱' 된 지 한달이 넘었다. 기다림이 계속되는만큼 거래소에 출사표를 낸 후보자들은 '애간장'만 태우고 있다.
거래소 이사장에 출사표를 던진 A씨는 22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한달 이상의 긴 기다림이 지속되고 있다"며 "다른 공공기관은 재개되는 데 반해 거래소는 왜 인선이 멈춰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도 그럴 것이 거래소는 인선 절차를 철저히 비공개로 하는터라 후보자들 조차도 진행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다.
거래소 인선이 청와대 방침에 발맞춰 중단된만큼 괜히 토를 달다가 눈 밖에 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 정부 개입하며 인선 '올스톱'…업계 우려 '가중'
기자와 연락이 닿았던 후보자들은 "인선이 미뤄진다는 사실도 거래소 측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던 게 아니라 기사들을 보고 알게된 사실"이라며 "대놓고 말은 못해도 아마 다들 답답해할 거다"라고 털어놓았다.
몇몇 후보자들은 애써 웃어보이기도 했다. B씨는 "나이 먹은 사람들이 제일 잘하는 게 기다리는 것"이라며 "늙어죽기 전엔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래소가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지위를 봤을 때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비워둬서는 안되는 자리 아니냐"고 반문하며 "업계를 생각한다면 얼른 수장 자리가 채워져 산적해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돼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C씨 또한 "거래소 내부에서 사정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면서도 "거래소가 산적한 업무들이 많은 만큼 하루 빨리 인선이 재개되길 바라고 있다"고 언급했다.
◆ '관치 논란'에 발목…제도 개선 절실
취재결과 대다수 후보자들은 운동을 하거나, 학교에 나가는 등 본인의 위치에서 덤덤히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몇몇은 지난 15~16일 나타난 전산사고에 대해서 원인을 파악하는 등 거래소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또 김진규 거래소 이사장 직대에 대해 고마움을 전했다.
D씨는 "현재 김진규 직대가 충실히 업무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며 "나름대로는 거래소가 해결해야 할 난제들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고민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지난 5월 말 김봉수 전 이사장이 사의를 표한 뒤 신임 이사장 공모를 진행했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무기한 연기했다.
금융 공기업 수장에 모피아 출신들이 앉으면서 관치 논란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최근 코레일, 가스공사 등 공공기관들의 인선이 재개되는 중이지만 거래소는 정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열렸던 긴급이사회에 대해서도 거래소 측은 "이사장 인선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서정은 기자 (love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