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강조 줄이고 출구전략 전제조건 늘려
- "경제 개선 기대 못 미칠 경우 QE 장기 유지"
- "실업률 여전히 높은 수준…5%대 진입 기대"
[뉴욕=뉴스핌 박민선 특파원]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연준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미리 정해진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모든 것은 경제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근 자신의 발언으로 금융시장이 다시 안정을 찾은 데 대해 "시장이 연준의 메시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해 지난달 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제기됐던 시장의 반응이 '기우'였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한달 전의 강한 어조에서 한발 물러섰다.
17일(현지시간)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버냉키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낮거나 실업률 전망이 더러 우호적이거나 금융시장이 우리의 목표에 도달하기 불충분할 경우 현재의 자산매입 흐름은 더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일 경제 개선이 예상보다 빠르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연준의 목표치인 2%대로 오른다면 더 빨리 자산매입 규모를 줄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서두를 생각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연준이 양적완화 규모를 늘리거나 줄일 모든 준비가 돼 있다며 유동적인 조치를 취할 것임을 강조했다.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자료를 통해서도 "경제가 연준의 전망대로 개선된다면 하반기 중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도 "연준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은 미리 결정돼 있는 것이 아니며 필요할 경우 자산매입 규모를 더 확대하는 것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채택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버냉키 의장은 경제회복의 주요한 지표 중 하나로 꼽히는 고용시장과 관련해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경우"라는 전제 하에 5%대에도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버냉키 의장은 "정상적인 수준의 실업률은 5.6%로 생각한다"며 "현재의 7.6% 실업률은 여전히 만족하기에는 갈 길이 먼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7%대 실업률은 연준의 목표치가 아닌 고용시장의 개선 정도를 진단하기 위한 지표에 불과하다고 언급하며 "연준의 전망치는 장기적인 정상 실업률이 5.2~6%대까지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금리가 연준의 자산매입 중단 시에도 낮은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냉키 의장은 "연준이 자산매입을 중단하더라도 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미국경제가 실질적 경제성장률에서 저조한 수준을 보이고 있음을 감안할 때 금리는 더 오랫동안 낮은 수준에서 머물 것임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모기지 금리가 상승한 것이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등 낙관론이 확산된 것과 함께 일부에서 과도한 수준의 포지션 청산으로 인한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이는 금융시장 상황에 반갑지 않은 긴축을 야기하지만 일부분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BNP파리바의 줄리아 코로나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지난 6월 이후 그들이 의도했던 것을 훨씬 넘어선 반응을 보이면서 이를 되돌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버냉키 의장은 고용지표 뿐 아니라 성장률, 인플레이션, 그리고 주요한 금융상황까지 출구전략에 대한 조건들을 강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