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환율, 달러 축적, 현지채권시장 개발은 '보존'
[뉴스핌=권지언 기자] 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서도 잘 나가던 신흥 경제국들이 점차 성장 모멘텀을 잃는 가운데, 과거 고환율-수출주도형 성장 모델이 아닌 새로운 경제 성장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델리티 월드와이드 인베스트먼트의 도미닉 로씨 수석투자전략가는 지난 15일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최근 신흥시장 주가 약세는 구조적인 것이라면서, 낡은 성장모델의 수명이 다했으니 새로운 모델을 찾을 때라고 충고했다.
먼저 그는 최근 신흥시장의 경제 모델이 지난 1997년과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끝났을 때 생겨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기 경험을 통해 신흥시장은 앞서 주류이던 '워싱턴 컨센서스' 모델을 변경해 고환율, 수출주도 성장, 미국 달러화 축적, 현지 채권시장을 통한 달러 이외의 자금원 발굴 등 4가지 특징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 모델를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 결과 지난 10년 간 수출이 호황을 이루고, 신흥 경제국들의 미 달러 외환보유고 축적으로 국부펀드도 마련됐으며, 현지통화 표시 국채시장 역시 몸집을 키웠고, 기득권자들 역시 무리 없이 잘 해 왔다. 이 과정서 막대한 부가 창출됐고, 중산층이 생겨나면서 20억 명은 가난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로씨 수석은 그 모델이 수명을 다했다고 진단했다. 먼저 신흥국 통화는 더 이상 저렴하지 않으며 실질 면에서 97-98년 위기 당시 잃었던 구매력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고 평가된다. 더욱이 선진국들이 급격하게 경상수지 균형을 찾는 쪽으로 이동하면서 신흥국들의 수출 주도 성장 모델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로씨 수석은 앞서 두 가지 경제모델에서 배운 것을 통해 효과가 있는 것은 유지하되 아닌 것들은 과감히 버리는 것이 새로운 경제 모델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유변동환율제, 미 달러 축적과 현지 채권시장 개발을 계속하되 고환율과 수출주도 성장은 과감히 버리라는 얘기다.
그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09년과 2010년에 신흥시장 전반의 물가 압력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고조됐다면서, 경쟁적 평가절하로는 이 같은 압력을 견뎌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신 10년 전 버린 '구조개혁' 카드를 다시 꺼내 들고, 국내 독과점 구조를 뿌리 뽑고 경쟁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세제개혁을 중심으로 한 재정정책의 새로운 길을 찾으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소득세와 소비세를 동시에 적절하게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금과 사회안전망 개혁도 머뭇거리지 말고 추진할 것을 강조했다.
로씨 수석은 특히 신흥시장이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에 실패했다면서 이런 지배구조 개선이 없으면 또다른 큰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