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통화 평가절하도 지속… "불균형이 원인"
[뉴스핌=주명호 기자]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정책 축소 우려로 최근 신흥국 증시가 한바탕 하락세를 겪었음에도 여전히 투자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주 MSCI 신흥시장지수는 작년 9월 이후 최저수준을 나타냈다. 올해들어 현재까지 신흥시장지수는 10%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이에 자국에 유입됐던 자금들이 대거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들은 자금 유출 억제책이나 자국통화 가치를 올리기 위한 방안을 앞다투어 꺼내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의 윌 오스왈드 채권·상품 및 외환(FICC)부문장은 "자금유출은 시장이 안정화되기 전까진 몇 달 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도이체방크도 보고서를 통해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지난 달 통화정책을 연중 축소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 아시아 시장이 '위기 국면'과 유사한 수준의 조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5월 21일 21일 버냉키 의장은 미 양원 합동경제위원회에서 여건에 따라 자산매입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 국채매입 조기 종료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OSBC 은행의 바수 메논 부사장은 "연준이 국채매입을 축소하기 시작하면 자금 유출과 위험자산 회피가 커져 신흥국 금융시장은 큰 하락세를 그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흥국의 자산 매도 움직임이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Sc은행의 오스왈드 부문장은 "신흥국 증시자금의 많은 부분을 자국 중앙은행 및 연금펀드 등 고정자금이 차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모간 스탠리의 조너선 가너 아시아증시 투자전략가도 "현재 신흥시장 증시는 과거 저점 수준에 도달한 상태"라며 "최근 주가 하락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연준의 통화정책 축소 우려가 아시아국가들의 통화가치 또한 가파르게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씨티그룹 요한나 추아 아시아지역 수석연구원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 통화들은 강세를 보였지만 이제는 대부분 약세로 전환됐다"다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과 일본, 미국의 신용등급은 하락했지만 아시아 지역은 신용등급이 상향돼 투자자금이 유입됐다. 하지만 현재 신흥국들은 이전 선진국들의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는 게 씨티그룹의 설명이다.
"금융위기 이후 자금 유입으로 투자가 활성화됐지만 이런 자금 유입이 금융 불균형을 야기해 '소버린리스크(국가 부도 위험)'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