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키프로스가 올 초 유럽과 합의한 은행권 구제금융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내 1위 은행인 키프로스은행(BOC)의 자금 경색 수준이 키프로스 경제 전체를 휘청이게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판단에서다.
18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유럽 지도부에 보낸 서신에서 키프로스에 대한 구제금융의 성공은 키프로스은행의 생존에 달려 있다면서, 앞서 구제금융 합의가 신중한 준비 없이 도출됐으며, 당시 마련된 자본통제 규정 때문에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마련된 구제금융 합의 조건으로 키프로스의 2위 은행인 라이키은행은 굿뱅크와 배드뱅크로 분리해 청산하고, 1위 은행인 키프로스은행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진행키로 했다. 더불어 해당 은행 두 곳에서 예금액이 10만 유로 이상인 예금자들은 손실을 감당키로 한 바 있다.
현재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 두 은행이 긴급지원 조건에 따라 단기로 제공받은 자금으로, 키프로스은행은 라이키은행으로부터 받은 자산은 없는데 약 90억 유로에 달하는 라이키은행 지원금액을 고스란히 갚아야 한다.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은 유로그룹과 트로이카가 승인한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성공은 키프로스 은행의 부활에 달려 있다면서, “키프로스은행의 유동성 포지션 축소에 대한 장기적인 해결책을 지원해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서한에서 추가 자금 요구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장기 해결책으로 라이키은행의 일부 부채를 장기채권으로 전환하고 이 채권과 수반되는 자산을 별도의 회사로 분리하는 방법, 또는 은행 합병을 중단하는 방안 등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키프로스 정부 관계자들은 구제금융 계획을 져버릴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내용의 서한이 전달됐다고 확인하면서도 EC측 입장에 대한 코멘트는 밝히지 않았다. 유럽 관계자들은 키프로스의 이번 서한에 다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고, 유럽 재무장관들이 20일 정례회동에서 해당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