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레이션, 성장 외양 만들 수 있지만 인플레 부작용"
[뉴스핌=김사헌 기자] 양적완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주요국 중앙은행에 함부로 저항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며, 당장은 가장 공격적인 정책을 펴는 나라의 통화를 매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채권왕' 빌 그로스가 충고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PIMCO)의 수석투자전략가 겸 전무이사인 그로스는 27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주요 20개국(G20) 공동성명서가 경쟁적 평가절하 시도를 억제하는데 주안점을 두기는 했지만, 결국 '환율전쟁' 논란이 지시하는 바는 분명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전쟁'이란 말을 사용한다면 중앙은행들이 부진한 경제와 높은 실업률에 대해 벌이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20세기 초반에 그 전쟁의 수단이 금 본위제에 대항하는 평가절하인 것과 달리 지금은 국채 매입이 그 무기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무기는 실질금리의 인위적인 하락을 유도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자산시장을 부양하고 실질적인 경제성장을 촉진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그로스는 이어 "투자자들은 당장 이 같은 변화에 저항하면 안 된다"면서, "아베 총리가 실탄을 한 발도 쏘지 않고서 일본 엔화를 미국 달러화에 대해 15%, 유로화 대비로 20% 평가절하할 수 있었던 것을 받아들여한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구매력평가지표인 빅맥지수나 경상수지, 자금유출입 같은 것은 잊어 버리고 지금은 가장 공세적으로 화폐를 찍어내는 '연쇄 양적완화 범죄국(most serial offender or obsessive compulsive printer)'의 통화를 매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첫 번째 통화가 엔화이고 그 다음은 영국 파운드화이며, 유로화가 그 뒤를 떠받치게 될 것"이라고 그로스는 예상했다.
그로스는 그러나 "일단 양적완화의 공격성, 즉 대차대조표 규모나 국내총생산(GDP)대비 규모로 승자와 패자를 판단한 뒤에는, 이러한 양적완화라는 '탄환'이 결국 리플레이션 정책이며 이를 통해 실물경제 성장이란 외양을 만들 수는 있지만 또한 이후에 더 큰 인플레이션이라는 문제를 만들어 낼 것이란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