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권 자금 조기상환 선제적 대응
[뉴스핌=김연순 기자] 최근 외환시장의 역외세력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용했던 역외세력이 서울외환시장에서 최근 대규모 달러 매수에 나서며 원/달러 환율은 전례 없는 급등락장을 연출하고 있다.
지난 28일 20원 가까이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인 29일에는 11원 급락하는 등 연일 변동성이 확대됐다. 특히 지난 28일에 역외세력의 대규모 매수세는 역내 숏커버를 촉발하면서 1093원까지 치솟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장 마감을 30분도 채 안남기고 10원 이상 급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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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외환은행> |
한 시중은행 딜러는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 올라갔다"면서 "원/달러 환율이 1090원을 돌파하자 국내기관들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정신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당일 거래에서만 국내 기관들은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통상 역외세력은 해외에 거점을 두고 거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의 외환시장에서 현물거래를 하는 외국인들은 시차문제로 싱가포르나 홍콩에 거점을 둔다. 물론 국내 외환시장은 은행간 거래기 때문에 역외세력이 직접 거래를 하지는 않는다. 홍콩, 싱가포르에서 국내 외은지점 등 은행 주문을 통해 거래를 하는 방식을 택한다. 특히 대규모의 방향성 매매로 시장의 추세를 일정한 방향으로 몰고가는 경향이 강하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싱가포르나 홍콩 NDF거래를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역외 거래자들은 은행을 통한 주문거래를 선호한다"면서 "한번 거래할 때마다 1~2억달러, 많게는 3~4억 달러 정도가 거래되기 때문에 방향성이 없는 상황에서는 시장에 상당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 역외세력은 여러 정보를 신속하게 취득해 거래에 반영하는데 특히 해외 부분 정보는 이들이 가장 먼저 파악해 거래에 활용한다. 최근 역외세력이 강력한 달러 매수에 나서며 변동성을 키운 것도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변화 흐름과 무관치 않다.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은 연일 매도에 나서면서 유럽 은행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유동성 공급 조기 상환방침에 따라 국내 증권시장에서 자금 회수를 확대했다. 즉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이탈을 예상하고 집중적으로 달러매수에 나선 것이다.
외국인들은 지난 24일부터 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1조5000억원 가까이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외환은행 서정훈 연구위원은 "역외세력의 정보력이 큰 상황에서 유럽권의 자금 조기상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매도에 나설 것이란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역외세력이 원/달러 상승 쪽으로 베팅한 이유와 관련 미국의 국채금리 상승이 촉발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달러 강세를 예상하고 달러 매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최근 역외세력의 대규모 매수는 미국 국채금리가 오른 것이 촉발했다"면서 "유로화를 제외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원화강세가 한국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인식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이어 "역외세력이 원화강세에 베팅하다가 이후 숏커버에 나섰고 월 중반 이후에는 달러 매수로 외환시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8~29일 널뛰기 장세에 이어 30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10원 가까운 일일 변동폭을 보였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당분간 역외세력을 중심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서정훈 연구위원은 "최근 상승 요인들에 따라 단기적으로 1068~1098원 사이가 주 거래범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완화추세를 나타내던 환율변동성도 다소 확대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변동성이 어느 한쪽 방향으로 정확하지 않다면 역외세력의 거래에 딜러들이 덩달아 따라가는 경우가 있다"면서 "단순히 외환거래 뿐 아니라 최근 주식, 채권거래와 맞물려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